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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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승들의 일화집이다.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는 농부라는 작가가 20여 년 간 모은 선승들의 일화 모음집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놀랍고 기발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다. 처음에 선승이란 단어를 보고 한국의 승려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일본 선승들이다. 속았다는 생각보다 일본 선승들의 일화가 이렇게 많은가 하고 먼저 놀랐다. 동시에 한국 선승들의 일화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겼다. 시간 나면 한 번 검색해서 찾아봐야겠다.

 

작가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2000년에 출간된 <다섯 줌의 쌀>이란 일본 선승 일화집이 있었다. 새롭게 발굴한 일화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에 실린 일화도 있다는 말에 다른 일화들도 궁금해진다. 표지를 보면서 어쩌면 한참 헌책방을 순회할 때 사놓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이 되고, 읽을 마음이 간절하다면 읽지 않을까. 이 선승들의 일화에서 자주 본 것처럼 말이다. 십우도를 인용한 것처럼 열장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소를 잊고, 삶을 말하면서 끝난다. 일화들은 이웃과 나누고 싶은 좋은 구절과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들이다. 나의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일화들도 있다.

 

솔직히 일화의 숫자를 세어보지 않았다. 너무 많다. 그러다 표지에서 301이란 숫자를 봤다. 이전까지 무심코 본 숫자다. 일화의 개수다. 이렇게 우리는 무심코 보면서 넘기는 것들이 많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다른 생각에 빠져, 다른 곳을 본다고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승들이 문제를 들고 온 수많은 사람들을 일깨우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제대로 보기다. 가까운 곳에 답이 있는데 다른 곳에 답을 구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간단한 일화 한 편으로 잘 녹여서 보여준다. 물론 이 선승의 행동이나 말을 듣고 금방 깨달은 사람도 상당한 내공이 뒷받침되어 있다.

 

힘들 때 열어보라는 편지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일화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기발한 해결책이 등장하기 보다는 삶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무상(無常)의 의미를 알게 된 이후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한 나에게는 고개를 끄덕일 일화다. 선문답을 다룬 일화의 몇 가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잘 모르겠다. 이것과 별개로 일본 선승들의 이야기는 재밌다. 어떻게 보면 기행이고, 어떤 모습은 괴팍해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모두 부처와 민중을 향해 있다. 좌선을 하고, 평생의 화두를 잡고 수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쉽게 무너지는 나의 나약함을 돌아보게 만들고, 자세를 바로 잡게 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나 방송 등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일화의 주인공을 작가는 적어 보여준다. 소중한 자료다. 이런 자료를 작가는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많이 얻었다고 한다. 현재의 공부 흐름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하고 열정적인 의지다. 20여 년의 세월이란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화 속 선승들이 얼마나 꾸준하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는지 봤기에 더욱 그렇다.

 

선을 수행하는 스님들의 삶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스님은 큰 사찰의 주지가 싫어 뛰쳐나갔고, 어떤 스님은 그 속에서 수많은 제자를 길렀다. 무술을 수련한 스님이 상대방을 무찌르는 장면도 있고, 도적의 칼날에 자신을 내던져 제자를 얻은 일화도 있다. 저자 거리의 차를 팔면서 자신의 절이 여기라고 말하고, 수행에 수행을 더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스님도 있다. 하나의 깨달음 뒤에 또 다른 깨달음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전이라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깨달음으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그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수행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 알려주는 문장이 “거의 모든 병은 스승이 하나뿐인 데서 온다.”라고 말한 라잔 겐마의 말이다. 하나의 깨달음에 묶인 순간 삶은 정체되고 썩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일화를 읽어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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