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소설가의 일본과 서양 고전 소설 독서 에세이다. 목록을 보면 읽은 책도 보이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서양 고전들은 모두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 고전으로 넘어가면 실제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책이 오히려 드물다. 잘 찾아보면 인터넷 검색에 걸리지 않은 작품도 있을 테지만 이런 작품을 찾아서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한 에세이가 끝날 때 번역된 작품의 역자와 출판사 이름이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나오는 기록들 대부분은 2000년대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것은 좋은데 어떤 출판사를 선택해야 하는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나뉠 것이다.

 

작품들은 네 나라로 나누어져 있다.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소설들이다. 프랑스 소설들 중에 읽은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어렸을 때 읽은 작품이 대부분이라 그 재미를 몰랐다. 에밀 졸라의 작품을 몇 년 전에 읽고 감탄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읽고 싶은 작품들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읽은 듯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재미보다 지루했다는 기억이 더 강하다. 몇 년 전 영화로 나와 관심을 둔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편지 소설이란 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 버전 둘 다 봤지만 소설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고전의 힘을 가끔 느끼기에 이 목록의 몇 권은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 고전은 잘 모른다. 최근에 번역된 <악녀에 대하여>는 관심만 두고 있었는데 작가의 엄청난 평을 보고 꼭 봐야할 작품으로 바뀌었다. 네 나라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다루는데 아쉽게도 가장 본 책이 없고, 낯선 작가들 이름이다. 어쩌면 예전에 나온 책들 중 한두 권 정도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낮다. 그 유명한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관심이 생겼다. 각 에세이의 제목을 보면 여자란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엔치 후미코의 <온나자카>의 내용을 보면서 남편보다 하루 더 오래 살려는 마음을 오해했음을 깨닫는다.

 

영국 문학은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고 읽은 책을 세었는데 4권 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 낯익은 제목과 영화로 본 것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다. 읽으면서 영화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게 풀어낸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었다. 영화를 예상보다 너무 재밌게 봤기에 그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기억과 설명이 조금 엇나가는 부분이 있다. 원작을 읽어야 할 모양이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큰 관심을 둔 작품이 아닌데 이 글을 보고 읽고 싶어졌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두툼해서 쉽게 손이 나가지 않지만 이 작가처럼 언젠가 도전할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디킨스의 소설 중 읽은 것이 거의 없다.

 

미국 문학도 영국 문학처럼 모두 낯익은데 실제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두툼하지만 학창시절 재밌게 읽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니 반갑다. <모비 딕>을 지금 읽으라고 하면 그 두께 때문에 많이 주저할 것 같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은 언제나 나의 취향을 저격하고 비교적 한 권 분량의 책들을 읽으면 된다. 실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유명해서 한 번 읽고, 하루키 때문에 또 한 번 더 읽었지만 그 매력을 잘 모르겠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얼마 전 읽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은 좀 지루하게 읽었는데 내가 잘못 읽은 듯한 느낌이다. 언젠가 도전하려고 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번역된 마지막 문장을 원문과 비교하고 감탄한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두툼해 언제 도전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친구들처럼 왜 빨리 읽지 않았는가 하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책이 책장에 너무 많다.

 

독서 에세이들은 작가의 일상과 결합해서 풀려나온다. 살짝 그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지만 다른 문화와 환경이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가족과 미국 여행을 가서 먹은 음식 이야기는 작가와 가족의 반응이 쉽게 공감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한 퍼펙트 휴먼 뮤직 비디오는 관심이 생긴다. 작가의 글빨과 나의 정보나 지식이 묘하게 공감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대목 중 하나가 이런 일상이다. 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읽으면 읽어야할 도서 목록만 늘어난다. 물론 언제나처럼 언제 읽을지는 기약 없다. 하나 덧붙이자면 서양 고전 소설에 대한 작가의 취향이 등장인물의 ‘지나침’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이 때문에 멈춘 경우도 많다. 이것은 한국 문학에서도 이전에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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