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묘한 꽃다발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3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2월
평점 :
에놀라 홈즈 시리즈 3번째 이야기다. 전편에서 오빠 셜록 홈즈의 손에서 아슬아슬에서 벗어난 에놀라가 셜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셜록을 돕는다는 의미는 옆에서 조수나 동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홈즈를 세계적인 탐정으로 끌어올린 친구 왓슨 박사의 실종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녀가 연 연구소도 그것이 아니던가. 외모도 셜록을 닮았지만 가장 비슷한 것은 통찰력이다. 관찰하고 조사하고 단서를 쫓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홈즈 시리즈가 조금씩 떠오른다. 다른 점이라면 홈즈 같은 자신만만함이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한 정신병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셜록 홈즈의 친구인 왓슨 박사라고 말한다. 정신병원에서 이 말은 너무 흔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풀어줄 정신병원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간호사는 그를 키퍼솔트라고 부르면서 그를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 자신의 가명이 들켰다고 생각한 에놀라가 새로운 이름을 짓는 고민을 하면서 신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바로 홈즈 박사의 실종 사건이다. 이 신문을 보고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왓슨 박사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그임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종자가 어디 있는지 독자들에게 먼저 알려준다. 그럼 누가와 왜라는 의문을 추가로 달 수밖에 없다.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왜 넣었는지? 어떻게 정상인 그를 병원에 넣었는지는 나중에 나오는데 이것은 현실에서도 비교적 쉽게 일어났던 일들이다. 가족의 동의라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현대 경찰처럼 셜록은 환자 기록을 들고 가서 용의자를 찾는다. 반면에 에놀라는 왓슨 박사의 아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에게 전달된 꽃다발을 통해 용의자를 찾는다.
셜록에게 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에놀라는 이것을 피할 방법을 셜록의 방에서 찾는다. 그것은 또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이다. 셜록의 수많은 변장을 도와준 듯한 가게에 가서 변장 도구를 산다. 몇 가지 도구의 힘을 빌린 그녀는 미녀로 변신한다. 이 미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성형과 화장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단서를 찾아 선택한 방법은 고전적이고 지루한 기다리기다. 수상한 꽃다발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단서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단서를 만나고, 문제의 핵심에 도달한다. 조금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작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넣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책소개에 워낙 스포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단서에 점점 따라가야 하는데 범인을 노출해놓았다. 만약 이 소설이 범인이 초반에 나온다면 나쁘지 않지만 이 소설의 경우 후반부에 연결고리가 나오고,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 안타깝다. 이것과 달리 에놀라가 내놓는 초보적인 암호 풀이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가장 감탄하게 되는 것은 역시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을 묘사한 장면들이다. 현대적인 상하수도 설비가 갖추어지기 전 도로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하층민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에놀라의 모습에서 가난한 동남아 지역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 홈즈가 던진 에놀라에 대한 평가다. 그를 믿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시리즈 다음 이야기들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