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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한국에서 가장 열정적이면서 꾸준하게 책을 내놓은 저자가 강준만이다. 한때 그가 제기한 문제에 공감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을 바꾼 적도 있다. 지금도 꽤 많은 부분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들에 공감한다. 다만 너무 자주 나와 그의 글들을 모두 읽을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검색을 하니 3월에 도 한 권의 책이 나온다. 대단하다. 사실 데이터를 이용해 이렇게 글 쓰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글이라면 간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분량이라면 어떨까? 서평을 쓰기도 전에 갑자기 든 단상이다.
바벨탑. 처음 이 탑을 만난 것은 일본 만화였다. 해적판으로 나온 것을 띄엄띄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식 발간본이 나온 후 봐야지 했지만 다른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면서 멈춘 상태다. 그런데 이 바벨탑이 수많은 소설 속에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신에 대한 도전, 인간의 욕망, 언어의 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바벨탑은 한국 사회의 욕망을 표현한다. 수도권의 초과밀화가 만들어낸 현상과 초양극화 문제들을 10장으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미로 속을 해매는 느낌이다. 정보의 나열이 하나의 이론이나 문제의 해결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 제기가 나의 의식을 깨워준다. 덕분에 공부할 거리가 늘어났다.
한국 사화 전반의 문제 중 서울과 수도권 집중화는 아주 심각하다. 몇 년 전 누군가 부산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잘 갔다고 했는데 현실은 인서울 실패가 더 맞다. 내가 대학 다닐 때와 비교해서 인서울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인다. 한국 인국의 절판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서울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저자가 조선 후기 외국인의 글을 인용하지 않아도 권력과 금력은 서울을 향했다. 예전에 서울 개발사와 발전사를 다룬 책을 읽으면서 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는데 이 흐름이 바뀌려면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이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바꿀 의사가 우리에게 있을까?
서울 인구 1천만 명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날까? 실제로 이들이 서울을 떠난 것은 아니다. 일은 서울에서 한다. 다만 주거지를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할 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결혼한 회사 직원들 중에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느 정도 부모의 뒷받침이 없다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나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 주변 도시들에 사람들이 몰려 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 현상과 일본의 주변 도시 붕괴 현상과 연결해서 풀어낸 부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방 도시의 구도심이 무너지고 새로운 도심이 생기는 현상도 지적했는데 몇 년 전에 실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내가 살았던 도시도 그런 현상이 있는지라 금방 이해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교육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변별력이다. 이 단어가 만들어내는 힘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하향편준화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실제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이미지다. 상상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의 중고생들을 보면 단순히 좀더 암기 잘 하고, 문제를 더 빨리 푼다는 것이 변별력과 상향화를 증명할 수 있을까? 교육이 학원 등의 사교육에 완전히 점령당한 현실에서, 인서울이 서울대라는 환상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사람들의 무력감은 학습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수십 년 전 서울대를 혜화동에서 관악으로 옮긴 것처럼 지방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작은 하나의 방법은 되지 않을까?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심해진다. 위에서 말한 인서울과 지방 국립대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초집중은 지방 소멸론으로 이어진다. 지방분권 문제를 다루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은 좀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전에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보내는 일들을 칭찬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수정되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을 때 욕을 하지만 내 집도 그처럼 오르길 바란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성과 욕망의 불일치는 우리를 휘어잡고 뒤흔든다. 같은 위치가 아니면 차별하고, 자신이 차별받으면 분노한다. 몇 년 전 강남의 아파트 대단지를 보고 나는 답답하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그 많은 집 중에 내 집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내가 집을 사지 못한 것도 이런 시각 차이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