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의 유령 에프 그래픽 컬렉션
베라 브로스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미국에 이민 온 러시아 1.5세대의 성장 이야기다. 다른 문화 환경에 적응하고, 차별받지 않기 위한 아냐의 노력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주류에 포함되기 위한 노력들,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들, 이민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마음 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런 행동을 평가하지 않고 아냐의 말과 행동 속에 조용히 녹여내었다. 10대의 심리 상태를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한계선을 분명하게 지킨다. 그리고 후반으로 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지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농구팀 숀과 엘리자베스는 공인 커플이다. 잘 생기고 예쁜 이 커플을 보면서 아냐는 질투한다. 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등굣길에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심란한 상태에서 숲속 길을 걷다가 오래된 우물에 빠진다. 누군가가 찾아오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우물 속에 사람 뼈가 있다. 유령도 있다. 100년 전에 빠져 죽은 아이다. 아니 처음에는 유령의 모습을 보고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10대 소녀다. 유령이 지나가는 사람의 소리를 듣고 자는 아냐를 깨워 도움을 받게 한다. 다시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온 것은 아냐만이 아니다. 유령도 같이 나왔다. 뼈 조각이 있으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떻게 그 뼈가 들어갔을까? 유령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아냐를 도와준다. 특히 시험 컨닝에서는 확실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숀의 정보를 알려주고, 그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더 만들어준다. 아냐 인생에 갑자기 빛이 비춰진다. 쇼반에게 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했는데 쇼반은 숀의 나쁜 정보만 제공한다. 이 때문에 어쩌면 유일한 친구였던 쇼반과 멀어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에밀리. 유령의 이름이다. 이 이름을 묻고 알게 된 것은 유령의 도움을 받고 난 뒤다. 그녀가 왜 그 우물에 들어갔고 죽게 되었는지 에밀리에게 듣는다. 그녀의 약혼녀가 1차 대전에서 죽었다는 사실까지. 이 살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하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숀이다. 이런 아냐를 에밀리는 열정적으로 돕는다. 이때부터 유령의 모습이 조금씩 변한다. 이 형태의 변화는 심리와 욕망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숀과 엘리자베스와 함께 파티에 간 아냐는 아주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밖에서 볼 때 완벽해 보이는 커플의 어두운 면도 같이. 여기에 유령의 폭주가 가세한다. 반전이 펼쳐진다.

 

십대 청소년들의 열등감과 불안감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날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고열량 음식을 버리고, 같은 이민자 출신인 다미를 멀리 한다. 자신의 성을 숨기기도 한다. 진짜 친구는 한 명밖에 없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가 이민 온 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장면이 도서관에서 다미와 만났을 때다. 이 장면은 다시 다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것을 예상하는 장면과 겹쳐진다. 다미가 체육 시간에 도서관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때 다미의 불안과 걱정이 살짝 드러나고, 그가 친구를 갈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냐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린다. 물론 다른 문화 환경이니 다르지만 짝사랑의 감정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집에서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는 모습은 똑 닮았다.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이런 섬세한 감정과 행동을 작가는 세밀하고 길게 표현하기보다 간결한 그림과 장면 몇 개로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에밀리는 십대들의 심리를 잘 말해준다. 그것은 이해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이에 아냐는 자신이 경험한 다른 삶의 고민과 불안을 말한다. 그들도 자신과 다를 것 없다고. 이 부분은 이 만화가 한 소녀의 성장을 그린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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