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가족
오에 겐자부로 지음, 오에 유카리 그림, 양억관 옮김 / 걷는책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읽었다. 에세이로 한정한다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읽은 <개인적 체험>이나 이후 나온 몇 편의 소설은 솔직히 끔찍하게 재미가 없었다. 그 당시 나의 수준에서 그의 소설은 난해하고 천천히 그 문체를 따라갈 마음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우연히, 아니 전적으로 허영심 때문에 다시 읽은 소설과 단편집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오에 겐자부로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주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분하게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 에세이는 그의 장남 히카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미 다른 책에서 히카리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음악을 한다는 사실도 역시. 그의 소설 속에서 히카리를 등장시킨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에세이의 몇 편은 이전에 읽었던 소설의 기억과 맞물려 자전적 소설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의 소설에서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한 것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함없이 간결하지 않은 문장과 난해한 문체는 집중력을 요구한다. 분량을 생각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역시 착각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에세이가 나온 1995년 일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 당시 나의 인식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고, 간질 증상까지 있다면 그 가족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힘들고 불쌍하다는 생각에 머문다면 이런 에세이가 나올 수 없다. 여기에도 회복하는 길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 사례로 알려주고, 자신의 경험을 같이 녹여서 보여준다. 물론 이 과정이 힘들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히카리와 백화점에서 있었던 사연은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앞까지 잘 보여준다.

 

작가가 많은 부분에 공을 들이는 부분은 히키리가 음악을 한다는 것과 그의 독특한 표현법이다. 클래식 음악에 집중하면서 작곡을 하고, 이 책을 발간할 당시 이미 두 개의 CD를 내었다. 이 CD를 낼 때도 아버지는 자신의 감상을 그 속에 담아놓았다. 마지막에는 산토리홀에서 히키라가 작곡한 곳을 연주할 기회마저 얻게 된다. 이 사실을 둘러싼 강한 질타나 지적에 대해 그는 한 장애인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을 보여준다.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자식의 삶을 함께 경험하면서 성장을 본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유명세가 한몫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가족 이야기는 그의 소설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에세이에서 할머니의 치매 증상이 같이 나온다. 히카리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큰 도움을 주었다면 그가 큰 후는 퇴행기에 접어든 할머니의 치매 증상이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난다. 오빠 때문에 속 깊은 딸은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할머니까지 돌봐야 한다. 이때 작가가 집에 있으면서 잠시 도와준다고 해도 이 일들 대부분은 아내의 몫이다. 그가 여행을 떠났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더 분명해진다. 그의 글이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 줄 재료를 제공한 시간이 다른 가족에게는 또 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유명 작가의 삶이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의 작품들이 많이 팔렸겠지만 일상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요즘 많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말해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글을 썼고, 예순을 앞둔 몇 년 동안 가족과 회복이란 주제로 이 에세이를 썼다. 자신들의 경험을 알리기 위해 방송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이 에세이에 그대로 녹아 있다. 다만 그 표현이 완곡하지만 담백하다. 그리고 이 에세이에는 그의 아내가 그린 그림들이 실려 있다. 그의 아내란 사실을 모르고 그 그림을 볼 때 혹시 했는데 사실이었다. 작가의 장편 3부작 중 마지막 장편을 아직 읽지 않았는데 올해는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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