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도
박완서 외 지음 / 책읽는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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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작가가 쓴 인도 여행 에세이다. 각각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여행한 후 쓴 글들을 편집한 책이다. 아홉 편의 에세이가 책 마지막에 출처가 나온 것을 보면 다른 글들은 이번에 쓴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11명의 작가 중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몇 명되지 않는다. 고 박완서, 고 법정, 신경림, 강석경, 이해인 수녀 등을 제외하면 한두 번 이름을 들은 정도다. 물론 이것은 나의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최근의 지식 때문이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인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시집을 거의 읽지 않으니 오며가며 이름을 본 시인을 제외하면 모두 낯설다.

 

각각의 작가들이 자신의 여행 경험을 다루고 있는데 인지도와 책의 재미는 별개다. 짧은 에피소드가 담긴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 가방>은 분량도 적고 이야기가 진행되다 만 듯한 느낌이다. 짧은 경험담은 좋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인도라는 지역의 여행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해인 수녀의 <소중한 만남>은 故 마더 테레사와의 만남을 보여준다. 우리가 인도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이미지 혹은 키워드 중 하나였던 분이다. 다른 위치에서 인도를 본다는 것은 우리가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분을 아는 사람에게는 짧은 추억을 전달해주는 시간이었다.

 

인도 여행이 한때는 로망이었다. 하지만 실제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로망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긴 시간을 빼서 여행한다면 김선우의 말처럼 ‘어딘가 아파지는 일’을 겪은 후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현실적으로 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내외다. 넘쳐나는 삐끼와 혼란과 비위생적인 상황은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 여행을 ‘고행’으로 만들 이유가 내겐 아직 없다. 이 작가들 중 인도를 홀로 오랫동안 여행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 갔다온 사람의 감상에서 진짜 힘겨움이 많이 빠져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아파하고 힘겨움을 지났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런 경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바라나시는 우리가 흔히 인도하면 떠올리는 갠지스강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당연히 많은 글들에서 이곳이 무대로 등장한다. 시체 타는 냄새에 익숙해진다는 동명의 글은 조금은 충격이다. 얼마나 많은 시체 타는 냄새를 맡았기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에 맞는 에세이는 동명과 나희덕의 글이었다. 여행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이 글들 속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태운다는 것과 인도의 속도에 대한 글은 짧은 글 속에서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름을 이렇게 접근한다면, 인식하는 방법도 다르다.

 

북부 지방을 다룬 글들 중 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느 글이나 방송에서 이 지역을 다룬 것을 본 것 같기에 그렇게 낯설지 않다. 갔을 때 느낀 감정과 가는 과정에 느낀 감정이 사뭇 다른 곳이다. 사실 몇 시간 차를 타는 것이 지겨운 나에게 인도 여행은 하나의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라다크를 다룰 때 <오래된 미래>가 등장하는데 사놓고 묵혀둔 것이 몇 년인가. 이곳도 시간의 흐름 속에 변했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갈 때까지라도 변화가 조금 더 더디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욕심이다. 가보지 않는 나라에 대한 환상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타지마할에 대한 감상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곳을 감탄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고, 생각보다 별로라는 상사의 말도 들었다. 사진으로 본 이미지는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본다면 어떨까? 며칠 전 뉴스에서 입장료를 올렸다는 내용에 클릭하고 들어가니 내국인 입장료다. 유적에 큰 관심이 없지만 실제 본다면 어떨지 알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다루어지지 않는 분야가 음식이다. 법정 스님의 글에서 남부 지역의 음식이 입맛에 맞다는 것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인도 출장 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한다는 동료의 말은 그냥 듣고 넘어갈 수 없다. 음식은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니까. 예전 해외여행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기에.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이었던 사진들이 글쓴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아쉽다. 글과 이어질 때 그 사진이 조금 서툴러도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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