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지막 날들
그레이엄 무어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현재 우리는 빛의 공해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기 전까지 어둠은 우리의 가장 큰 공포였다.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달빛조차 없다면 밤길은 미로 속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밤의 어둠은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햇불과 촛불로 밤의 어둠을 조금씩 물리쳤지만 인간의 영역을 확장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19세기 가스등이 등장해 밤을 밝혔지만 아직 어둡다. 그러다 19세기 말 전기가 발견되고, 우리는 어둠을 우리 영역 밖으로 밀어내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그 시절에 있었던 과학자와 발명가 등의 전류 전쟁을 멋지게 그려내었다.

 

에디슨. 자라면서 배운 가장 유명한 발명가다. 우리는 그의 발명가 정신과 발명품을 배웠지만 그의 삶에는 지저분한 일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가 관심을 가졌고, 집중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상품들이 꽤 많다. 에디슨의 전기와 함께 말해지는 인물이 한 명 있다. 테슬라다. 지금은 전기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지만 그가 발명한 교류 전기는 전기 산업에 혁신을 불러왔다. 물론 그 당시는 이 교류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과 음모가 있었다. 과거의 두 발명가 사이를 이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웨스팅하우스다. 그는 에디슨의 전구 때문에 10억 달러 소송이 걸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된 변호사가 바로 주인공인 폴 크라배스다.

 

폴은 경력이 풍부한 변호사가 아니다.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작은 법률사무소의 파트너가 된다. 그가 웨스팅하우스의 변호사가 된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많은 변호사들이 에디슨과 싸우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보 변호사는 열정 가득하지만 경험은 많이 부족하다. 작가는 이 부분을 이용해 한 변호사의 성장과 전류 전쟁의 이면을 멋지게 그려내었다. 이 이야기들은 사실에 기반을 하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긴 시간을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하기도 하고, 실제 사건을 가공해서 실제 내용과 다르게 바꾼다. 사건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존했던 인물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또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이 부분은 저자의 참고 자료에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실존 인물들을 다룬 팩션이다. 하지만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설다. 워낙 유명한 에디슨을 제외하면 테슬라 정도가 유명인이다. 웨스팅하우스를 검색하면 자료가 나오지만 이 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지도와 달리 웨스팅하우스를 포함한 이 세 명의 발명가들은 특허경쟁과 함께 우리 삶에서 어둠을 몰아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전기, 전구, 교류 등이다. 발명가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대단한 에디슨과 달리 웨스팅하우스는 기계 쪽에 더 능력이 좋았다. 테슬라는 발명가이자 몽상가다. 작가는 이 세 사람의 역할을 나누고, 대립하고 경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폴을 넣어 음모와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고, 서로의 관계를 이어간다.

 

초짜 변호사의 실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 열정과 노력은 수많은 전투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게 만든다. 이 과정은 단숨에 진행되지 않는다.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폴의 로맨스도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대상은 오페라 가수 애그니스 헌팅턴이다. 그녀는 폴에게 많은 영감과 정보를 제공한다. 그가 무작정 벽을 두드릴 때 그녀는 그에게 벽 뒤에 있는 것을 알려준다. 벽을 부술 무기를 제련하는데 도움을 준다. 단순한 로맨스의 대상이 아니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는 테슬라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에디슨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 둘의 로맨스는 아주 고전적이다.

 

500쪽이 조금 넘는데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다. 세 명의 발명가를 내세워 현대 산업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에디슨과 벨의 특허경쟁이 나와 작은 재미를 주고, 에디슨이란 벽을 무너트리는 단서를 제공한다. 폴은 에디슨의 발명 시스템에서 새로운 변호사 시스템을 만든다. 이런 모방과 발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천천히 진행되다 빠르게 나아간다. 자본주의 초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이익과 탐욕은 끝없이 자란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테슬라의 과거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 반가웠다. 그리고 폴이 에디슨과의 소송에서 이기는 과정들과 그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흥미로웠다. 각 장마다 유명인의 문장을 인용한 것도 아는 만큼 유익했다. 믿고 읽을 수 있는 팩션 작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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