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하루 - 생활 모험가 부부가 담아낸 소소한 계절의 조각들
블리 지음, 빅초이 사진 / 소로소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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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모험가 부부와 숲이란 단어에 혹했다. 포토 에세이란 소개에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 생각대로 책을 끝까지 읽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사진으로 채워져 있고, 짧은 글이 작은 감상으로 달려 있다. 덕분에 생활 모험가 부부의 숲에서의 일상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여유가 묻어나고,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몇 가지 사진에서는 장르 소설 애호가의 상상력이 끼어들고, 괜한 산불 걱정을 했다. 읽는 동안 여유를 가졌고, 그 짧은 글에서 공감하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다룬다. 이 아름다운 풍경과 사진들을 보면서 어딜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이 책의 편집자는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가을의 산 모양을 보고 제주도인가? 하고 의문을 품었는데 일본 후지산이다. 눈이 쌓여 있지 않는 후지산은 괜히 낯설다. 그리고 그 후지산을 트레킹한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무와 그늘이 없어 산행하는 동안 힘들었다고. 이후 이어지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곳도 후지산인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한 풍경과 달랐기 때문이다. 장소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는 것은 아쉽다.

 

빅 초이의 사진을 보면 화려하지 않다. 풍경과 사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있다. 숲의 풍경과 사물이 같이 놓여 있는 사진도 있고, 사람이 중심인 사진도 있다.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연출된 장면과 잘 찍은 사진 한 컷은 잠시 동안 호흡을 멈추고 쉴 시간을 준다. 각 계절마다 달린 조금 긴 감상보다 더 시간을 들여서 보게 되는 사진도 있다. 캠핑을 하지 않기에 그들이 가진 장비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지만 괜히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숲이나 계곡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 정말 오래되었다. 도시의 시간 속에서 나의 시간을 잠시 잃은 것 같다.

 

일상을 모험으로 채운다면 어떨까? 그 모험이 꼭 위험하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어릴 때 나의 모험은 조금 먼 동네였는데 이제는 먼 도시나 다른 나라로 바뀌었다. 작은 여행의 즐거움을 잃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혔다. “모험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라고 할 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변화들을 더 많이 거부한다. 동네의 새로운 길이나 식당을 찾지 않고, 해외여행에서도 낯선 길을 멀리한다. 육체가 늙는 것보다 어쩌면 마음이 더 빨리 늙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움직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늘어났지만 나의 심리적 공간은 왠지 더 좁아졌다.

 

숲의 사계절을 담고 있다보니 그들의 옷과 장비와 풍경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봄의 옷을 보면서 두툼하다고 생각했지만 초봄의 숲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서늘하다. 그들이 친 텐트와 다른 장비를 보면서 얼마나 빨리 장소 세팅을 끝낼까 하는 궁금함이 생긴다. 오래 전 멍청한 다섯 남자가 아주 힘들게 오랫동안 텐트를 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에 머무는 하루’란 표현이 있지만 다른 생각할 틈 없이 하루의 일과에 집중하게 되는 숲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같다. 대부분 이 부부만 사진에 등장하는데 가끔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함께 하는 즐거움이 사진과 짧은 글에서 느껴진다. 캠핑이 계속되면서 술보다는 커피와 차를 더 마신다는 말에 그들의 모험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숲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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