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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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라는 이름을 듣고 일본 뮤지션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다른 일본 음악인과 혼동한 모양이다. 음악을 열심히 들은 적이 있지만 CDP나 TV에 자주 나오는 가수가 아니면 잘 몰랐던 시절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아마 그녀를 제대로 인식한 것이 홍대여신이란 이름으로 알려지면서였을 것이다. 한때 얼마나 많은 인디씬의 여가수가 이 이름으로 불렸던가. 이 이름을 가지고 메이저 방송에서 아주 성공한 가수도 있으니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덕분에 나도 아주 좋은 작가 한 명을 발견하지 않았는가.

 

사실 요조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놓고 밀린 책이 많은 지금 우선순위는 늘 바뀐다. 그런데 유명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 아닌 경우라면 더욱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책도 다른 책에게 우선순위를 빼앗겼다. 300 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 기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짧은 글과 단상들이지만 숨을 고르고 차분히 음미해야 할 부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책방 무사를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과 일과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방식도 가슴 한켠에 조용히 다가왔다.

 

이 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요조가 책방 무사를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일과 만난 사람과 일상을 적은 글이다. 작은 동네서점을 찾아 간 적이 거의 없어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아마도 내가 그 서점을 찾아갔다면 그것은 요조를 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의 속물성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가 서점을 찾아온 사람들을 이야기한 나쁜 모습 중 한 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최근 동네서점에 대한 많은 글이 올라오는데 가보고 싶은 곳들도 늘어났다. 예전에 헌책방을 열심히 돌던 때가 생각나면서 옛 추억도 떠올랐다. 그 헌책방들이 지금은 문을 닫아 아쉬움이 큰데 이런 작은 서점들이 또 다른 위안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무사 일기는 책방 기록이기도 하지만 요조의 일기이기도 하다. 가장 놀랍고 재밌는 부분은 손님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다. 선물을 사오고, 선물을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과 함께 하는 모습들. 화려한 글이나 진부한 감상을 주절주절 늘어놓지 않아 담담하게 읽을 수 있고, 책방 운영하면서 느낀 감상과 일상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순간도 있다. ‘쇼난에 가다’에서 그녀가 느낀 감정이 나의 감성 어딘가를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고, ‘상실의 시대’는 집에 있는 책이 몇 판인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울었다’고 한 책을 내가 울었던가 하는 기억을 더듬었고, ‘취미는 독서’란 너무나도 흔한 취미가 정말 나의 취미란 사실에 놀란다.

 

처음 책을 펼치면서 요조의 이미지를 알 수 없어 검색했다. 홍대여신이라고 불린 미모의 귀여운 여성이 나왔다. 글을 읽어 나가면서 그녀의 나이를 보고 놀랐고, 그녀 곁에 있는 남자 친구 이종수를 보면서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직원이 떠올랐다. 돈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 좋았고, 에필로그에 나온 사람에 대한 글도 공감했다. 사람에게 상처 받은 것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뻔한 문장이 그녀에게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잘 가지 않는 ‘서울국제도서전’이 괜히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시회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잠시라도 다녀왔을 텐데. 이렇게 이 책은 나에게 다양한 감상을, 감성을 던져주었다.

 

서울에서 제주로 옮긴 책방 무사. 아마 아이를 데리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울 무사와 제주 무사의 사진들은 널널하지만 여유와 세심함이 엿보인다. 책방 주인 요조가 선택한 책들이 조용히 진열된 그곳은 요조의 말처럼 그녀의 현재와 과거의 관심사들이 놓여 있을 것이다. 이 선택이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이어져야만 책방은 계속 유지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괜히 가서 한 권 정도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록 요조의 서가에 나온 책들은 대부분 낯선 책들인데 아주 흥미롭다. 산다고 해도 금방 읽을 것 같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인식을 넓혀줄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 다시 책을 펼쳐 읽는다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녀의 음악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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