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도시와 건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본 책이다. 건물 속에 사는 사람의 시선이 아닌 도둑의 시선이다.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도둑들이 어떻게 도시의 공간을 넘나들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침입절도와 건축은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더 나아가 ‘모든 도시가 언젠가는 발생할 범죄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처음에는 공감하지 않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동의한다. 건축물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건축물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을 보면서 어릴 때 기억 몇 가지가 떠올랐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그들은 집안으로 들어왔었다.

 

도둑들의 의지와 열정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곳을 침입한다. 사람들이 도둑들이 훔쳐간 물건에 관심을 가질 때 ‘도둑들은 공간을 탐험’한다. 이 공간 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아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다룬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 이야기는 도둑들이 도시와 건물을 어떻게 보고 연구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원하는 돈과 귀금속 등을 훔치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나의 학창 시절을 훨씬 능가한다. 아니 처음부터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몇 장면만 가지고도 놀라는데 실제는 더 대단하다. 물론 어설픈 도둑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둑과 경찰 혹은 보안업체와의 대결은 아주 긴 세월 동안 이어져왔다.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그 중 하나가 빈집털이인데 경찰은 함정을 파기도 한다. 하지만 이 빈집털이가 언제, 어디서,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지 일반 법칙이 없다.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쌓은 방벽이 가장 기이한 범죄를 불러들이는 조건이 된다고 할 때 이 싸움의 현재와 미래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영화나 범죄소설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어렵다고 해서 도둑들의 기발한 발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도둑들은 늘 있어 왔다.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한국 송도 이야기는 조금 놀랐다. 송도의 기반 시설 정보 데이터를 은행 한 곳에 보관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도둑들에게는 엄청난 자산이 된다. 이것의 구식 버전으로 도시의 마스터 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이베이에서 이런 열쇠가 거래된다고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나의 상상력은 춤을 춘다. 어디에 어떻게 들어갈까 하고. 그리고 지금 앉아 있는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도둑들이 침입하기 쉬운 공간임을 깨닫는다. 다른 시각으로 기존의 건축물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실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다른 문제가 되고,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훔친다고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잘 달아나야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도둑들이 도둑 일반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맞은 말이다, 성공한 침입절도의 흔적을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훔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면 달아나는 것이라도 잘 막아야 한다. 하지만 역시 여기에도 정답이 없다. 막고 뚫으려는 두 조직의 대결은 계속 될 것이니까. 전직 해커나 도둑들이 보안업체에서 일하는 것은 이들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창의적인 도둑들이 나타난다면 이 방법도 별로 쓸모가 없을 것이다. 이 방법이 그 다음에는 잘 방비가 되겠지만.

 

훔치려는 자의 노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페이스북 정보나 매장의 규칙 등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흘리는 정보들이 도둑들에게는 아주 좋은 자산이 된다. 영화 등에 나오는 내부 공모자가 없다고 해도 그들은 빈틈을 파고들고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고 해도 변수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몇 가지 실패 사례는 이 때문에 생겼다. 도둑과 건물과의 관계를 멋지게 말하는 마지막 문장이 있다. “도둑들은 그들이 침입하려 하는 건물을, 건축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이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인정해야 할 사실이고, 우리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막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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