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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평점 :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다.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형사물로 그 후반부를 채웠다. 이성을 내세워 하나하나 따지면 이런 종류의 소설은 아주 비이성적이고 재미가 없다. 사실 중반까지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 조금 거부감이 생겼다. 그 죽음이 연쇄살인마에 의한 직접적인 살인이 아니라 우연과 다른 존재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 종환이 수사를 하고, 윤식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존재의 정체가 호기심을 자아내고,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했다.
윤식은 아주 짠돌이다. 국민학생 선생인데 다른 선생들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다른 선생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런데 이 장례식장에 온 이유가 있다. 그것은 새어머니 정금옥을 죽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네 번 장례식에 가서, 주문을 외우고, 부적 등의 물건을 태워야 한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는 두 번째 장례식장이었다. 그리고 윤식의 상황과 왜 이런 극단의 상황을 만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이런 저주의식을 알려준 것은 예쁜 여선생 이영희다. 적산법사란 존재를 통해 그는 정금옥을 죽이려고 저주를 펼친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저주의 주문을 외웠기 때문일까? 윤식은 점점 창백해진다. 그의 저주가 늘어날수록 정금옥의 몸 상태도 나빠진다. 상갓집이 늘어나야 그의 주문이 빨리 완성될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죽는다. 멧돼지를 피하려고 하다가 죽고, 차에 갑자기 거리 안내판이 떨어져 죽는다. 이런 죽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윤식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선생의 아들이 감옥에서 죽는다. 그 이전에 윤식이 이영희 선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산 집에서 귀신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이제 죽음은 윤식의 주변을 하나씩 채워나간다. 그만큼 윤식의 심리 상태는 빠르게 붕괴된다.
마지막 주문을 외운 후 2부는 윤식의 절친이자 형사인 종환이 주인공이다. 뭐 아주 탁월한 수사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조금만 노력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윤식이 어떻게 가상의 마을로 오게 되었는지, 정금옥과 어떤 악연을 맺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정금옥의 정체도 같이 밝힌다. 형사물에 오컬트가 뒤섞여 있는데 1부의 강한 무속이 공포를 만든다면 2부는 진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윤식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야기들도 현재보다 과거의 분량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재밌고 흥미롭게 본 부분은 바로 이 2부다.
80년대는 3저 현상으로 한국은 아주 경제가 좋을 때였다. 민주화 운동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져 외견상으로 민주주의가 많이 정착한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데모가 항상 일어나고, 새로운 열망이 샘솟는 시기였다. 작가는 이 시기의 풍경과 문화 등을 집어넣어 과거의 추억을 불러온다. 개인적으로 낯익은 이름과 제품명이 나와 반가웠다. 하지만 몇 가지 용어와 상황들이 나의 기억과 어긋난다. 시대표적으로 시의원이다. 이영희의 아버지가 시의원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 시의회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종환이 전화번호부로 개인정보를 찾으면서 미래의 변화를 말하는 부분은 그 당시에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세밀한 부분에서 작은 부분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작가는 김동리의 <을화>와 외국 오컬트 소설 <오멘>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을화>는 기억나지 않고, <오멘>은 악마숭배를 다루는 작품으로 몇 년 전에 읽고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1부의 분위기로 계속 분위기가 이어졌다면 이 소설에 대한 반응도 별로로 그쳤을 것이다. 읽으면서 구성에 대한 불만도 있었는데 다른 분위기로 나눈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하는 말로 누군가를 저주하는 것은 자신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다른 반전이 일어나면서 그것이 많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다음 편을 예고하는 떡밥처럼 다가온다. 거대한 악과 싸우는 사람들의 끝없는 대결이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