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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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나의 저질 기억력을 탓했다. 책은 받은 다음 이전에 본 소개글을 완전히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가 된 한국 사회와 노인 세대와 청년 새대 간의 갈등 심화를 다루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처음 몇 부분을 읽고는 여러 노인들의 노후, 특히 죽음과 그 사연을 단편적으로 알리는 소설이구나 하고 착각했다. 그러다 장길도가 전직장에 전화를 하고, 아내 한수련의 죽음을 저지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보고 이전에 본 소개글이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이것을 가까운 미래에는 더 극단적으로 바뀐다. 젊은 세대가 초고령화된 사회에서 부양자로 바뀌면서 자신들의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지하철의 노인 전용칸이 8량이나 되고, 청년들은 돈이 없어 지하철을 탈 수 없다. 한 노령의 노인을 부양하기 위해 3명의 청년 월급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사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 노령문제를 조금은 해소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민연금의 외곽공무원들이 활약한다.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것이 내가 착각한 노인들의 자살 등 이야기였다.

 

장길도는 외곽공무원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고, 팀장이었다. 아내에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미래가 불안하다고 몰래 가입했다. 이것이 문제다. 연금을 수급하는 그녀는 100% 수급 축하 전문과 꽃을 받는다. 병원에서 이 연금을 꼬박 모은 통장을 남편에게 전해준다. 처음에는 이 노부부를 보면서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장길도가 아내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작점이다. 전 직장에 전화하고, 내부자의 도움을 얻어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꾸려고 죽을 힘을 다한다. 이 활약은 한 편의 액션 스릴러로 부족함이 없다.

 

외곽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연금수급 100%가 넘은 노인들을 죽이는 일이다. 대부분은 자살로 처리한다. 책 사이사이에 나오는 한 노인의 불행한 삶의 기록과 죽음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자료다. 실제는 외곽공무원이 죽인다. 사회는 이 짧은 사연을 보고, 그 죽음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의 죽음은 오히려 환영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재밌는 단편 정보들이 나오는데 새로운 대통령의 나이가 40대다. 노인들이 훨씬 많은데 선거는 늘 젊은이들이 이긴다. 청년은 전철이나 병원에서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 가득하다. 방송에 나오는 코미디언도 80대다. 지독하게 극단으로 몰고 간 암울한 미래상이다.

 

장길도의 이 처절한 활약은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젊을 때 파란 사과 두 알을 위해 40킬로미터를 뛰었다고 한다.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사랑은 언제나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는가. 아내의 웃음과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반해 아홉 살 연상인 그녀를 쫓아다니고 결혼까지 한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행복은 남편의 살인 업무로 이어져온 것이다. 결코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는 업무 말이다. 그가 이 일을 애국심으로 표현할 때, 그의 아내는 이 사실을 알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았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그녀는 몰랐기에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장길도의 사랑은 이제 실제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가 성공하길 바란다. 조직과 개인의 대결 결과는 언제나 변함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내에게 국민연금 가입을 권하고, 더 많은 돈을 납입하라고 말한 나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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