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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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2권이 빨리 나왔다. 2권을 다 읽은 지금은 마지막 3권은 더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1권이 인류의 전멸로 이어지는 초기 과정을 다루었다면 2권은 이 책의 제목처럼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 과정을 건조하게 보여주면서 이 엄청난 충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막지만 이 거대한 사고 실험이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너무나도 거대한 재앙이라 한 개인의 문제로, 감정으로 끌고 나가지 않으면서 무엇이 최상의 선택인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상을 향한 노력은 균형을 맞춰간다.

 

1권에서 하나의 가상 미래였던 하이트스카이와 하드레인은 현실이 된다. 인류는 각자의 방식으로 종말에 대비한다. 이 장면에 작가는 큰 공을 들이지 않는다. 아크에 남은 몇 명의 통신 등을 나름의 대비와 현실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강한 절망과 고통에 파고들지 않았는데 의도적인 연출인 것 같다. 만약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주연급으로 내세운다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너무나도 무력하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억제된 감정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거대하고 강대한 재앙에 이성이 충분히 반응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클라우드아크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 계속된다.

 

소설은 잔인하다.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끝없이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 중 하나가 ‘이미르’ 장이다. 인류의 생존과 우주선의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인 물을 구하기 위한 인간들의 도전은 불굴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압도적인 현실 앞에 역시 감정이 억제될 수밖에 없다. 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기에는 지구에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70억이란 숫자가 일반적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아주 피상적이다. 그 중 몇 명만이 겨우 기억될 뿐이다. 예상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언제나 변수를 만들 수밖에 없고, 그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본다. 이 거대한 sf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2권에서는 인류의 협정을 깨트린 미 대통령 줄리아가 등장한다. 강력한 권력자에서 일반 선원으로 떨어진 그녀는 자신의 정치력을 이용해 분쟁을 일으킨다. 화성 이주를 쟁점으로 자신의 조직을 만든다.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아키들이 이제 서로의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것은 더 높은 생존율을 위해 이미르로 선장격인 마쿠스가 떠난 사이에 벌어진다. 이때 나의 감정은 가장 많이 움직인다. 그 감정은 분노다. 정치인의 자신의 권력을 위해 편가르기를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화성 이주선에 타서 떠났다면 이 분노는 조금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 머문다. 이 선택은 마지막에 충격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

 

인류의 종말이란 거대한 재앙 앞에 각 개인의 선택은 다양하다. 누구는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고, 누구는 자신의 할 일을 한 후 자살한다. 누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갈취한다. 인간의 고귀함은 어느 순간 무너지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모습을 아주 하드한 과학 지식들 속에 조금씩 풀어놓는다. 1권보다 2권이 더 재밌고 빠르게 읽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갈등과 모순 등이 곳곳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인류의 일곱 이브들이 누군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하게 만든다. 거의 900쪽에 육박하는 원서의 분량을 생각하면 이제 인류의 거대한 기원은 이제 막 시작한 샘이다. 다시 한 번 더 마지막 권의 빠른 출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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