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 가객 김창완.주객 명욱과 함께 떠나는 우리 술 이야기
명욱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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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대충 보면 괴테의 그 유명한 작품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실제로 나 자신도 괴테의 소설로 착각했다. 다시 볼 때는 오타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 정보를 본 후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 이야기와 좋은 술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기에 눈에 확 들어왔다. 책 정보에 의하면 저자의 이력도 특이하다. 거대한 체구에 비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출연한 방송도 나에겐 낯설다. 라디오는 잘 듣지 않고, 그가 출연한 팟캐스트와 방송은 잘 보지 않는다. 그래도 흔하지 않은 우리 술 이야기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 자주 간 백화점 코너 한 곳에 우리 술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가격에 깜짝 놀랐다. 단순히 몇 만 원이었다면 그렇지 하고 넘어갈 텐데 그 이상이었다. 이 부분은 저자도 여러 번 지적했듯이 우리 술을 낮게 보고, 잘 알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다. 아마도 다시 그 술병을 본다면 나의 시선은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짝 욕심이 생길 것이다. 잘 마시지 못하면서 좋은 술에 대한 탐욕이 내 속에 늘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탐욕을 가득 채워주는 책이 바로 이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다. 오랜만에 검색하면서 책을 읽었다.

 

4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일반적인 술에 대한 설명과 전통주와 한국 와이너리와 우리 술과 외국 술의 차이 등을 다룬다. 술이란 말의 기원을 수불에서 찾는데 괜히 근처 식당 이름이 여기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발효주에서 세상의 모든 술이 출발했다는 단순한 지식에서 시작해 발효주와 증류주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리고 재료에 따라 위스키와 브랜디와 사케 등의 외국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려준다. 여러 매체를 통해 피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정보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정리되었다. 물론 이 지식이 나의 머릿속에 계속, 오랫동안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백화점에서 보고 놀랐던 가격의 술들은 이강주, 감홍로, 죽력고 등이다. 이 술들은 마셔보지 못해 그 맛을 알지 못한다. 한때 유행했던 문배주는 그 독한 맛에도 나의 몸과 잘 맞고, 안동소주는 왠지 모르게 숙취로 고생하게 만든다. 평소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주량이다 보니 이 술들을 산다고 해도 바로 먹을 가능성이 없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마시지 않는다면 아마 먹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산 싱글몰트위스키도 그렇게 묵혀지고 있으니까. 이런 기억들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올랐다. 당연히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와 맛은 한두 잔 정도만이라도 맛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했다.

 

검색을 하면서 읽다보니 유명한 술들의 가격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비싸지 않다는 부분에서 한 번 주문하고 싶었지만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주저한다. 그리고 가양주 이야기를 보면서 어릴 때 동네 막걸리를 사서 어른들에게 가져다 준 일이 떠올랐다. 그 막걸리와 공장 제조 막걸리를 먹고 그 차이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났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최근에 다녀온 곳들에 유명한 양조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제주에 오메기떡으로 만드는 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두 병 정도는 사왔을 텐데. 여행에서 그 지역 막걸리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험은 좋은 일인 것 같다. 그 맛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나에게 있어 문제지만.

 

포도주를 한국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기후 조건 때문이다. 그런데 설탕을 조금 가미해서 좋은 와인을 만드는 곳이 대부도에 있다니 흥미롭다. 술을 아주 많이 즐긴다면 가까운 곳부터 돌면서 한 잔씩 맛을 보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최남선이 말한 삼대 명주에 관심이 있지만 그 가격이 결코 적지 않아 부담된다. 오히려 만찬주에 더 관심이 간다. 그렇게 높지 않는 도수라 마시기도 덜 부담스럽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방송하다 보니 그 지역과 유명 관광지 등을 같이 알려주는데 조금은 도식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술과 우리 술의 입문서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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