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마지막 반전이나 황량한 느낌에 놀라기도 한다. 도시적 삶을 표현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약간은 밋밋하게 약간은 알송달송하게 묘사한 글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이번 소설 두 편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 청춘 소설의 그 떨림과 열정을 잘 나타낸다는 것이다.


소설 ‘워터’는 고등학교 수영부 소년들의 이야기다. 현 대회에서 우승하여 전국대회에 나가고 싶은 소년들의 열망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경기를 위해 금욕적인 생활을 하면서 기록 단축에 매달린다. 소설 속 화자 료우운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형의 뒤를 이어 수영부의 캡틴이 되고, 그 사고의 여파로 정신에 문제가 생긴 어머니를 위해 고교 졸업 후 아버지를 도와 술 배달 일을 할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의 친구들 세이치로, 고스케, 다쿠지의 이야기가 엮여가면서 일시적인 흔들림이 있지만 그들의 목표가 사라지거나 흔들린 적은 없다.

이 중편 분량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즐거움과 그들이 전하는 열기로 나도 흥분하게 된다. 자신들을 흔드는 일이 있고 다양한 고민들이 늘려있지만 마지막 경기장의 모습은 스포츠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간결하게 처리되어 아쉬움이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하면서 장편으로 늘린다면 재미있고 좋은 청춘 소설이 한 편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음과 스포츠의 열기에 젖어있는 나에게 다음 소설 ‘최후의 아들’은 약간은 기분이 가라앉게 만들었다. 앞의 소설이 쉽고 즐겁고 경쾌하게 읽힌 반면에 이것은 약간은 무겁고 생각할 꺼리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처음은 일기에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는 호모다. 이야기의 화자도 호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 정체성을 찾는 양성애자다. 그는 엠마라는 동성애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에게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테이프가 있고 이것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시간의 흐름대로 가는 소설이 아니라 의도된 연출에 의해 공간과 시간이 바뀐다. 그가 호모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모른다. 속이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동성애자 친구 우곤의 영향을 받은 그는 도시를 방황하기도 한다. 이런 그에게 엠마는 하나의 안식처이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이다. 자신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우리들의 방황을 나타낸다. 비록 호모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숨겨진 삶과 현실에서 도망가지도 나타내지도 못하는 그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른 두 편의 소설이 주는 다른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서 취향을 많이 타지만 분명 즐겁고 무거운 이 두 소설이 그의 다른 소설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황량한 풍경이나 삶에서 조그마한 안식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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