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의 속편 격이다. 속편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전편의 주인공 히로무가 등장하지만 그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과 작가 자신도 처음 의도한 것과 달리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전편을 읽지 않은 나이기에 사실 이 부분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쓴 내용이 없었다면 이런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편을 읽은 독자는 소년기의 히로무를 만나게 되어 반가울 것이고, 이 소설이 마음에 든 독자라면 전편에서 만나게 될 히로무의 삶을 기대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시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억지로 감동을 짜내는 과정이 없어 일단 읽기 편했다. 다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선량해서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분량도 많지 않아 천천히 읽어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훈훈한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세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세 마리의 개가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이다. 제목처럼 이 개들은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다.

 

<하늘을 모르는 개>는 좁은 집에 갇힌 개 이야기다. 첫 이야기니만큼 등장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나온다.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미츠 씨에게 만화책을 빌리려고 찾아온 아이가 히로무다. 히로무의 행동과 말은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건방지고 무례하다. 하지만 그 속은 따뜻하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가진 어둠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 둘이 제대로 돌봐지지 않는 개를 보러가는 도중에 하나의 사건이 생긴다. 교통사고다. 그런데 일어나 바로 달아난다. 8만 엔을 남겨두고. 이렇게 엮인 이야기는 한 마리의 개를 통해 관계가 이어진다.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슴이 훈훈해진다.

 

<세 발의 영웅>이란 제목을 보고 총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세 발을 가진 것은 개다. 이 세 발로 잘도 다닌다. 이 감다라는 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토사로 어머니 등을 잃은 하루토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잔혹한 행위 때문에 다리 하나를 잃은 감다와 하루토의 교감은 이 이야기를 지탱하는 주요한 장치다. 여기에 하루토가 겪은 비극과 현재의 이야기가 엮이고 꼬이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서로가 상대방을 너무 배려하는 마음이 오해를 불러오고, 이 오해는 사실의 힘으로 풀린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말로 끝난다.

 

마지막 이야기인 <나의 K-9>은 미츠 씨의 과거와 관계있다. 미츠 씨의 아들이 죽었는데 이 죽음과 관련하여 이웃의 친절한 수의사 부부가 연관되어 있다. 이 사건 때문에 미츠 씨는 형사를 그만 두고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만난다. 밤에 야간경비를 서면서 번 돈으로. 이번 이야기에서 또 한 명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바로 곤노다.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데 이 연작에서 모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츠 씨 아들의 죽음에 대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는 곤노도 끼워져 있다. 껄렁한 양아치를 닮은 외모와 달리 그는 착하고 순수한 내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경찰견 발드로가 있다. 하나의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나타나는 사실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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