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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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장 먼저 영화가 떠올랐다. 조금은 진부한 듯한 설정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영상 이미지로 바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출판사가 추구하는 바와도 맞아떨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완성도와 별개로 재밌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까지 나온 모든 책은 그랬다. 아마도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살리는 시리즈도 살짝 기대해본다.

 

박수무당 한준은 가짜다. 영적 능력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FBI도 탐내는 최고의 해커인 여동생 혜준이 있다. 그녀는 온라인으로 뚫지 못하는 사이트가 없다. 발로 뛰는 정보가 아니라면 그녀가 어디에서나 구해올 수 있다. 여기에 발로 뛰는 탄탄한 체구의 친구 수철이 가세하면서 이 미남당은 최고의 콤비를 이룬다. 한준의 용하다는 소문은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일하는 혜준과 수철이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한준의 멋진 연기와 리딩 기술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하나의 정보 서비스로 그칠 수밖에 없다.

 

한준이 가짜 무당으로 돈을 번다면 형사로 힘들게 뛰면서 범인을 잡는 여형사가 있다. 한때 파쿠르를 했던 여행사 예은이다. 한귀라고 불리는 그녀의 촉과 놀라운 운동 능력은 영상으로 만들어지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서로 다른 이 무리가 하나로 엮이는 계기는 한준의 고객 한 명이 집에서 움직이는 이상한 물체가 있다고 하면서부터다. 귀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도둑 형제다. 그런데 이 형제가 숨어 있던 곳에서 불탄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에 실종신고되었던 강은혜다. 가짜 박수무당과 진짜 형사의 만남은 그냥 하나의 이벤트로 끝날 수 있지만 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서로 엮이기 시작한다. 바로 재벌 3세 박진상이다.

 

박진상은 언론을 통해 만나는 흔한 찌질이 3세다. 스캔들을 만들고, 그룹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이런 그에게 아버지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연예인들과 놀았으니 이 사업이라도 잘 해보라고. 그리고 그 옆에 한 괴물 같은 인물을 붙여준다. 구태수다. 거인증을 앓고 있는 그는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신뢰하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1%가 믿는 임 고모라는 무당의 직속이다. 임 고모의 말이라면 아버지는 무조건 신뢰한다. 당연히 아들이 임 고모와 만나려고 하지만 구태수는 거절한다. 한 집안에 한 명만이 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지만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다른 용한 점쟁이를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남당 한준으로 달려간다.

 

한준은 재벌과 연결되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다. 카드도 받지 않고 현찰을 선호하고, 굿으로 큰돈을 번다. 하지만 재벌이 한 번 내는 돈에 비하면 너무 적다. 박진상이 만나자고 했을 때 1주일 뒤로 예약 잡은 것은 영업상 목적 때문이다. 자료를 모아야 하니까. 이 의뢰가 큰돈을 벌게 해주지만 언제나 큰돈 옆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시 한귀 예은과 만나게 된다. 그 연결 고리 중 하나가 강은혜와 구태수다. 서로의 같은 대상을 조사하지만 아직 정보과 제대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위험도 발생하고, 숨겨져 있던 새로운 사실들도 드러난다. 우리 사회 어둠의 한 단면이다

 

이 모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된다.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사건을 단순하게 처리했다. 곁가지를 많이 쳐낸 작품이다 보니 가독성이 좋다. 진도가 휙휙 나간다. 적절한 액션과 사회 문제를 같이 버무려놓았다.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큰 줄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설정들이다. 이 설정들이 지루함을 모르게 만든다. 어지간한 외국의 스릴러보다 낫다. 물론 너무 뻔한 설정과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캐릭터의 힘으로 덮어진다.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괜히 누가 이 역할들에 맞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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