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휴 두번째날이어서. 신나서 다섯시에 깼다. 어제는 네시반에 깼으니까 30분 늦어졌다. 하루종일 쓰고싶은 시간이야 많지만 이번주까지는 쉬어줘야 한다. 12월 들어 월요일이 폭발적으로 바빠지면서 이번달만 이석증이 두번째. 한 해가 끝나가는 마당에 끝까지 기승이다. 눈치없이 속도 모르고 깨워제끼는 무의식에 한숨 한번 쉬고 세시간쯤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오늘의 타로카드를 뽑아보고 별일이 없는지 확인. 요즘 계속 식욕이 없다. 식탁에 앉아서 한참 먹기 싫어하다가 연휴 전에 사둔 소금빵 반쪽을 먹었다. 벌써 딱딱해졌다. 벌써가 아닌가. 


 어제 보다 잠든 미키7을 이어서 본다. 















 올해 책을 거의 안 봤는데 책머리 헌사에 바로 반했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올해 최고의 문장이었다. 

젠에게,

당신이 '문명'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면

이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남이 문명을 그만두게 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1. 남이 문명을 그만두게 한다는 게 가능하다 

2. 나를 그만두게 할 만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가능하다. 근데 하던게 문명 몇이었을까? 


 '미키7'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것, 문명을 그만두게 한 것, 젠이 옆에 있었다는 것.이 다 멋지고 부러웠다. 그냥 끝내주는 저 헌사가 부러웠다. 어쨌거나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랜만에 느긋하게 적당한 우주물 SF를 적절하게 보면서 쉬는 행복은 나에게도 없었을 거야.


 한참 니플하임에서 모험중인데, 언니가 일어나서 팥죽을 한 그릇 먹고 옷장 사이즈를 재자고 했다. 어제 내가 대충 사이즈를 쟀는데 옷방 전체 각을 볼 모양. 느긋하게 보내자고 마음먹었으니까 일어나서 2인조로 옷장 크기를 쟀다. 나는 어제 혼자서도 쟀는데. 옷장을 처음으로 사볼 생각이다. 가능하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제품을 정해두고 오늘 매장에 가서 확인하고 배송받을 계획인데. 한참 재밌게 보고있는데 옷장 문제를 정리하려고 한다. 복잡해져서 A4에 방이랑 옷장 사이즈를 그려서 잘라서 대보고 있으니까 재밌어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재밌어서 재밌게 보고있던 미키7은 금새 잊혀졌다. 우선은 1200짜리 2개. 400짜리 1개. 600짜리 1개로 시도해보고 재조정하기로 했다. 


 옷장을 고른 데에서 신나는 걸 발견했다. 


 슬라이딩 책장! 만화책용이라서 일반 책은 안 들어갈 것 같았는데 사이즈를 재보니 일반적인 소설 정도는 다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상세페이지도 완전 웃기게 돼있어서 아침부터 둘이 깔깔깔 웃었다. 지금 쓰는 차장은 다 뚫려있어 먼지가 쌓인다. 키큰 슬라이딩 책장은 차장용으로 반짜리 슬라이딩 책장은 책상옆에 써야할듯. 


 아침에 부족한 잠은 채우려고 다시 미키7을 들고 침대로 갔다. 보다가 슬 잠들었어야 하는데 책이 먼저 끝났다. 끝에 감사의 말에 또 눈에 띄는 헌사가 있다.


내 신용카드로 몇 번이고 내가 좋아하는 차를 주문해 준 헤더.


 젠이 부인같았는데. 자식으로 보이는 부분도 따로 있다. 헤더가 누굴까? 언니랑 얘기해봤는데.

1. 비서

2. 가사도우미

3. 대학원생

 셋 중 하나? 비서나 가사도우미일 확률이 높은데 아무리 그래도 신용카드를 맡길 것 같지는 않다. 저자 소개를 보면 대학원생에게 강의를 한다고 하니 언니는 대학원생 썰을 밀어붙였다. 근데 그 대학원생 밈은 한국만 있는거 아니야? 아닌가? 하긴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왠지 미국에서는 그러면 큰일날 것 같은데. 뭘까 더 찾아보고 싶다 낄낄거리다가 알라딘 저자소개를 다시 보다가 흥이 깼다. 


그는 아내, 여러 명의 딸, 시무룩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개 맥스와 함께 .... 


 통상적으로 두 명의 딸을 여러 명의 딸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헤더가 큰 딸인 모양.. 수수께끼가 금방 풀려 둘 다 아쉬워했다. 대학원생 썰로 남아있을 때가 더 재밌었는데.. 


 아무튼 미키7은 재밌었는데, 2권짜리 세트인줄 알았다면 어제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2권까지 볼 시간은 없다. 


 오늘이 딱 수도권으로 이사온지 2년째 되는 날이다. 2년전 엄청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집에 들어왔었다. 그래서 오늘 옷장과 책장을 새걸로 갈아치우고 싶었는데. 오프라인 매장에 갔더니 가격이 두배나 비싸서 그냥 돌아왔다. 약간 비싸면 바로 설치받아서 연휴에 정리를 끝낼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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