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M언니, Y언니, D언니, Y언니와 함께 오프 모임을 했어요.


다들 나름나름의 목마름을 가지고 있다 Y언니가 불러주어서 고마워했어요. H언니를 깜빡해서 아쉬워했고, 비하인드로 멤버들을 부르기전 고민도 듣고요. 참 신기한 건 저라면 고민하는데만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 같고 고민하는거 자체에 에너지 소모를 많이 했을 거 같아요. 근데 초혼을 시작하면서 안되면 또 다르게 해보지뭐 했다는 게 참 Y언니다웠어요ㅋㅋ 그래서 우리가 어제 각설탕을 많이많이 지어낼 수 있어서 고마워요♡


한달동안 개성이 다른 많은 차들을 마셨는데 어땠을까? 어떤 차가 맛있었을까? 어떤 차가 뛣이었을까? 어떤 차가 새로웠을까? 어떤 차에 반했을까? 궁금했었어요. 차는 3g이지만 각설탕은 무제한이니깐.. 어떤 차 마시징??? 하는 설렘, 이건 무슨 맛일까나~~ 하는 두근거림으로 3분을 기다리는 것. 찻잔에 코를 박고 마음껏 향기를 누려보는 것. 인생의 첫 모금을 한입 가득 채우고 차를 느껴보는 것. 사소한 것들을 내려놓고 차를 한모금 한모금 마시는동안 세상과 분리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그리고 고무장갑끼고 설거지하면서 다음에 또 시간내어 나를 위해 한잔 마시고 싶다는 느낌. 모두 선물하고 싶었어요. 


차는 종류도 많고, 맛도 다르고, 끝이 없어요. 하나하나 특색이 강한 차들이 많다보니 마시다보면 몰랐던 내 취향이라는 걸 하나씩 하나씩 캐나가게 돼요. 그런 과정들 자체도 의미가 있는 취미라고 생각해요. 가격과 상관없어요. 언제나 맛있고 저렴한 차가 좋은 차에요. 대중의 취향과 상관없어요. 오롯이 나에게 맛있는 차가 좋은 차에요. 맛의 중심, 취향의 중심, 공간의 중심, 시간의 중심으로. 나를 나자신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어서 마실수록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함께 마신다고 생각하니 더더.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게 요즘엔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저는 싫어하던 차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품에 안게 되었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낯설어서 싫어했던 건가 싶기도 하거든요. 타이어 탄내가 나는 랍상소우총, 날카롭고 신 맛의 히비스커스, 향수냄새같은 얼그레이, 곡차같이 구수한 동정우롱ㅋㅋ 엄청 많죠? 그전엔 도대체 뭘 마셨나 모르겠어요ㅋㅋ 지금은 모두 사랑해요. 비내리는 날 랍상소우총도 먹고싶고, 쨍쨍한 한여름 얼음 쨍글한 히비도 먹고싶고, 나른한 오후에 기분전환으로 얼그레이도 먹고싶고, 시간 여유가 좀 있으면 동정우롱도 먹고싶어요. 책읽기도 참 차마시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취향의 발견.


예쁜 홍차책을 함께 보고 홍차 이야기를 하자고 모였지만 홍차 얘기보다는 다른 얘기를 더 많이 했던 날이었어요. 사실 더 궁금했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낼지. 그래서 홍차의 마법이 제대로 걸린 것 같아 좋았어요. 홍차는 거들 뿐이니까.(는 빙수먹다가 정신팔려서 이야기나눈거 까먹음ㅋㅋ) 이제 기록하지 않는 건 기억으로 남지 않는데.. 빠뜨린 이야기들은 마음속에 각설탕으로 따뜻한 느낌적 느낌으로 잘 담아두었다 한달간 야금 야금 녹여먹으며 각자의 일상을 꾸려나가봐요. 각자의 색 그대로 더 풍부한 스펙트럼으로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저녁이었어요.


같지만 다르게. Natural 本 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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