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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보통 '혁신(Innovation)'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언가 기존의 낡은 틀(패러다임)을 깨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네이버에서 '혁신'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어김없이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이라는 뜻으로 검색이 됩니다.
'HRD 용어사전' 에서는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답니다.
"혁신이란 기술의 진보 및 개혁이 경제에 도입되어 생기는 경제구조의 변화로 신상품의 생산, 신생산방법의 도입, 신시장의 개척, 신자원의 획득 및 이용, 그리고 신조직 달성 등에 의하여 생산요소를 신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적 혁신"이니 "파괴적 혁신"이니 하는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혁신은 분명 기존의 것을 새롭게 고쳐나가는 창조성에 기반한 패러다임의 변화였다면, 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진행형 혁신은 바로 "판을 엎고 새로 짜는 '교란(Disruption)'" 이라 지적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와이어드의 영국판 창간 편집장을 지낸 데이비드 로완의 저서 <디스럽터 : 시장의 교란자들> 입니다.
서문을 통해 저자는 대규모 조직 내에서 혁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사실 '혁신 연극'인 경우가 허다함을 지적합니다. 정해진 규칙대로 혹은 PR부서에서 하라는 대로 사고방식과 문화의 급진적 변화에 대비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추진하는 혁신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는 마치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공항에서 벌어지는 '보안 연극'과 같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그것은 승객들을 귀찮게 만들 뿐 보안을 강화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듯 해 보이지만 알맹이 없는 기존의 혁신(Innovation)이 아닌 조직에 진정한 성공을 안겨주는 진짜 혁신 사례를 찾아 다니며, 그러한 혁신을 일군 다양한 경험의 사람들을 취재하기 시작합니다. 구글, 스포티파이, 샤오미, 트위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혁신 기업 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UAE 등의 공공 영역에서의 혁신 사례들을 망라합니다.
많은 기업이 혁신을 말하고, 또 그 과정을 정해진 패러다임에 끼워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떠한 혁신도 책상 머리에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에어비엔비나 우버 그리고 스포티파이처럼 관련 사업에 대한 기존의 노하우를 가지지 않고, 심지어 그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창업하여 새로운 혁신을 보여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러한 사례는 혁신적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전혀 상관없는 영역에서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자는 그러한 혁신의 원천으로 생각과 소득수준 그리고 교육배경과 같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을 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문제만 째려본다고 나올리는 없을 겁니다. 어쩌면 혁신은 운 좋게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우리는 이제껏 "성공=이성적인 판단" 이라는 공식을 신봉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양한 혁신 사례들을 관찰해온 저자의 눈에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오는 엉뚱함 혹은 비이성적 사고가 오히려 혁신의 원천이며, 시장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새로운 판을 짜 기득권 세력을 일시에 붕괴시켜버리는 '교란자들(Disruptor)' 이야말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치켜세우기에 충분했으리라 봅니다.
시가총액 약3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음원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CEO '다이엘 엑'의 성공 사례는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비이성적인 열정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지금부터 대략 14년전인 2006년, 아직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는 고사하고 CD나 플라스틱 디스크가 주류이던 음악시장에서 대형 레코드 회사를 상대로 비싼 플라스틱 디스크 대신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무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가 수많은 비난을 받은 일화가 있습니다.
시장의 교란자들은 이미 전 산업에 포진되어 그들의 엉뚱함과 비이성적 열정을 통해 기존 산업을 위협하며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새롭고, 가장 놀라운 일들이 이 책에 다 있다!" <더 타임스>에서 본서를 이렇게 평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