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의 마음수업
정준영 지음 / 웨일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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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일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갑니다. 일상의 무게와 끝없는 경쟁 속에서 "진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돈, 명예, 성취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모든 것이 공허함만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빨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마음 한 구석에는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붓다의 마음수업>은 한 가지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이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합니다. 바로 머릿 속에 남아있는 종교적 도그마나 추상적 불교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략 240 페이지에 담긴 문장은 짤막하게, 때로는 에세이처럼, 때로는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여 쉽고 자연스럽게 우리 현실과 마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행복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불안과 고통을 다스리는 방법은?","관계 속에서 마음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와 같은 주제들은 바쁜 현대인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호기심을 자아 냅니다.

책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1부에서는 저자의 실제 수행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여행담처럼 풀어냅니다. 미얀마의 수행처에서 시작된 한 수행자의 여정은 단순한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층을 벗겨내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옷이 아니라 도(道)를 입다"라는 작은 제목처럼, 외부의 화려한 것들을 벗어던지고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노력하는 것인가, 집착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신의 행동과 성과에 집착하는지 되돌아 보게 합니다.

2부에서는 붓다가 제시한 3가지 훈련을 중심으로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길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훈련인 '계학(戒學)'은 올바른 행동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고, 두 번째 훈련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의 방법, 세 번째는 지혜를 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뿌리, 줄기, 열매에 비유되며,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따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우리의 고통과 불안의 근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치(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세가지 독'은 먼 과거의 철학이 아니라, 오늘 우리 마음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자는 쉰 살이 넘은 지금도 수행이 쉽지 않다고 고백하며, 성냄이 때로 의욕이 되지만 대부분 후회로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불안'이 우리 시대의 가장 깊은 독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해를 입을 것 같은 두려움이 끊임없이 우리를 몰아 세웁니다. 하지만 책은 이 불안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서 일어난다는 깨달음을 말합니다.

괴로움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첫 걸음이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강렬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큰 사건이 있어야 무언가가 바뀐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 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작은 습관이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저자로 부터 배우게 됩니다. 마음의 변화가 큰 결심보다는 작은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말이죠.

나아가 "좋다"와 "싫다"에 머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은, 책을 읽고 난 후 실제 삶 속에서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짧은 호흡 명상, 스스로의 감정에 질문하기, 반복되는 생각 끊어보기 같은 방법들도 불안과 화를 자연스럽게 떨쳐내는 좋은 방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빠르고 가벼워진 시대, 불안과 성냄이 소용돌이치는 세상 속에서 이 책은 내면의 고요로 조용히 독자를 이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착과 분노가 잦아들고,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서 깨닫게 됩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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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 지금 모든 자본은 AI를 향하고 있다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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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 지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라는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대한민국 상장기업 전체를 능가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기술의 진화가 아닌 문명 자체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자본의 흐름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단순한 기업가치의 변동이 아닌 인류 문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변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기술이 예측을 추월하기 시작한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는 이러한 혁명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을 제시합니다. 사실 제목은 트렌드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자본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따라가며 다가올 미래 사회의 구조를 예측하고, 그 속에서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요.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점은, 단순히 저자가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 정치, 산업, 문화를 횡단하는 통찰력을 지닌 관찰자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관점은 독자들에게 AI 시대를 이해하는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생각합니다.

본서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AI를 기술의 관점이 아닌 다소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저자는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기술 중심의 질문에서 "누가 AI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라는 권력 재편의 질문으로 담론을 전환합니다.

이는 마치 어두운 방에서 전등을 켜듯, 우리가 AI 혁명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준다 생각합니다.

AI의 알고리즘의 정교함이나 처리 능력 뿐 아니라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거대한 자본과 데이터,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전체라는 관점의 전환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 진단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AI 기업의 80%는 향후 5년 내 파산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이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현실적 진단이라 봅니다.

더불어 책 속에서 다뤄지는 엔비디아의 독점 전략, TSMC와의 반도체 공급망 전쟁, 그리고 각국의 소버린 AI 추진 현황은 기술 경쟁이 얼마나 자본력의 싸움으로 귀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국이 반도체, 제조업, 플랫폼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유일한 국가라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이 기회를 잃을 경우 비용이 얼마나 막대할 것인가라는 위기감도 함께 밀려옵니다.

책에서 강조되는 또 다른 흐름은 AI의 진화 단계를 추적하는 부분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 시대를 지나 이제 AI가 물리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피지컬 AI) 이 핵심적으로 다뤄집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전을 넘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웨이모의 100대 자율주행차가 작년에만 550만 명의 탑승객을 운송했고, 중국의 자율주행 택시는 이미 400대가 사용화 단계에 있다는 점은 이것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런 통계들을 마주치면서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초조함입니다. 우리가 이런 변화들을 뉴스로 접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상화되고 있는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피지컬 AI의 확산이 가져올 영향은 노동 시장 전체의 지각 변동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AI가 해결할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이는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에 위협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생과 고령화는 흔히 암울한 미래로 묘사되지만, 만약 우리가 피지컬 AI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한다면 이것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지정학적 경제학적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을 비교 분석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소프트웨어로서 생성형 AI의 성능을 날로 개선하는데 노력한 반면, 중국은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에 국운을 걸고 있습니다. 이는 두 강대국이 같은 목표를 향해달리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전략이 소프트웨어 우월성에 기반한 것이라면, 중국의 전략은 물리적 세계의 자동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향후 10년 글로벌 경제 판도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두 길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을 개척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울러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 '팬덤 경제'와 '메타 인더스트리'에 대한 분석입니다.

저자는 레거시 권력이 학벌과 자격에서 소비자의 선택, 즉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위프트노믹스'와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영향력이 단순한 문화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체제의 신호라는 인사이트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제는 생산 요소의 결합과 효율성에 관한 것이지만, 팬덤 경제는 감정, 취향, 소속감이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특히 저자가 한국의 K팝과 드라마 등 강력한 팬덤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대형 K팝 콘서트장, 드라마 체험장, 의료관광을 연계한 팬던 경제 인프라 구축이라는 구체적 제안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경제화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기술 부족이 아닌 전략의 부족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핵심은 '데이터 주권(Sovereign AI)'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과 AI 알고리즘 개발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질 수 있지만, 한국은 자국민에게 최저화된 플랫폼을 통해 독자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라 믿습니다.

예컨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지역 특화성을 갖게 됩니다. 이는 마치 '약자의 무기'를 찾은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뒤처지지만, 한국이라는 특정 시자에서는 독점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통계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위협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한국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지닌 자산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AI 시대를 황량한 디스토피아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제와 보호주의로 일관했던 유럽의 사례를 통해 혁심을 거부할 때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준비하고 혁신하며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자본이 AI 산업에 대규모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30년 전 인터넷이 그랬듯, AI 역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인류의 또 다른 혁명을 촉발할 것입니다."

저자가 여러차례 강조하듯 이제 시작되는 AI 대전환기에 우리의 반도체, 제조업, 그리고 플랫폼은 분명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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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 AI부터 우주까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과학기술 트렌드 5
전승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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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어느새 우리네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이 갤러리 벽을 장식하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을 처리하며, 컴퓨터 알고리즘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이러한 변화들을 단순한 '뉴스거리'로만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실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세부 사항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의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그것이 우리 삶과 산업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그것입니다.

20년 이상 과학기술 현장을 누비며 수집해온 저자의 시선은 사뭇 독특해 보입니다. 일반적인 기술서들처럼 신기술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거나 수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벗어나, '패러다임의 이동'으로서의 기술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시프트(Shift)'는 단순한 진보로 읽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류 문명의 축 자체가 이동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사회에 파급되는 데 수 십년이 걸렸지만, AI 가 연구와 개발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과거 몇 십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지금 1~2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가속화된 시간 속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는 점을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느껴진 소회로 꼽고 싶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5가지 기술 시프트는 한 책의 목차를 구성하는 단순한 주제만은 아닙니다.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변화의 축을 이루고 있지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언어라는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 수단을 통해 기술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피지컬 AI'라고 생각합니다. 언어형 AI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한다면, 피지컬 AI는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로봇의 눈, 손, 신체를 통제합니다.

언어형 AI와 피지컬 AI가 결합되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우리의 의도를 구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는 제조업을 넘어 돌봄, 의료, 재난 대응 같은 인간의 노동 그 자체를 재정의하는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산업의 부품이 아닌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그려집니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국가 생존 문제라는 뜻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GPU혁명'입니다. 원래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가 AI 연산에 최적화되면서 완전히 다른 산업 생태계를 창조했지요. NVIDIA와 같은 기업이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넘긴 이유는 단순히 좋은 칩을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저자는 NVIDIA의 'CUDA'라는 AI 개발 생태계/플랫폼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진정한 경쟁력이라 분석합니다. 1나노 공정의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반도체 산업은 칩을 더 크게 만들고 높게 쌓으며 특화된 용도로 설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에너지와 화학 산업은 첨단 산업의 뿌리입니다. ESG 경영이 최고의 화두가 된 요즘, 저자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말합니다. 친환경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수소가 친환경 연료라며 확대되지만, 그 수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가 소비되는 역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고,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혁명의 기초이며, 신소재 개발은 모든 기술 발전의 밑바탕입니다.

책은 윤리적 요구와 기술적 현실 사이의 긴장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기술 혁신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사회제도적 강제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조언을 잊지 않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바이오와 생명기술은 2025년 노벨상의 흐름으로도 드러납니다. 양자터널링의 노벨 물리할상 수상은 새로운 컴퓨팅 기술의 도래를 의미하고, 면역 기전의 발견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AI 시대에 생명과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 생각합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면역 치료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윤리적 경계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자는 연구 목적의 유전자 편집은 적극 허용하되, 치료 목적에서는 더욱 신중하고, 개선을 위한 사용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성숙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답니다.

더불어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New Space'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우주만을 의미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땅 위의 공간, 그 공간들을 이동하는 교통 수단, 건설과 건축 기술, 그리고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공간 산업'은 큰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현실의 공간이 우리 삶의 실질적 기반이라는 점 또한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5가지 기술 트렌드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은 책의 다 읽고 난 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얻으려면 환경과 화학을 알아야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바이오 기술과의 연결 고리가 보이며, 모든 기술은 결국 반도체라는 물리적 구현체를 필요로 합니다.

아마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변화는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을 바꾸며, 바뀐 생각과 생활이 다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는 순환적 인과관계 말입니다. 즉, 인간과 기술은 떼어 낼 수 없으며 과학 기술은 결국 인간의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 그 자체가 아닐까요?

복잡한 기술을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설명하며, GPU가 왜 AI 시대에 절대적으로 중요한지, 반도체의 1나노 벽이 왜 문제인지, AI 데이터센터가 왜 에너지 위기로 이어지는지가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미 책에서 언급된 5가지 거대한 시프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펼쳐질 2026년을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첫 번째 단계일겁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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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AI - 블록체인과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다
김기영 외 지음 / 키랩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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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블록체인, 거대한 기술의 물결이 만나는 지점에서 기회를 발견하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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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AI - 블록체인과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다
김기영 외 지음 / 키랩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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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한 기술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챗GPT가 세상을 놀라게 한 지 불과 2년, 생성형 AI는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은 수천조 원 규모로 다시 부활했지요.

맣은 사람들은 이 두 기술이 각자의 영역에서 발전할 것이라 오랫동안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OpenAI의 샘 알트먼이 홍채 인식 기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월드코인'을 주도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가 AI 및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감독 책임자를 뜻하는 'AI·크립토 차르'라는 직책을 신설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CRYPTO.AI>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두 기술이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명확히 답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AI가 강세를 보이면 블록체인은 약세를 보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이 두 기술은 N극과 S극에 비유하며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끌어당기는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AI를 '쓰기(writing)'의 능력, 지식을 생성하고 확장하는 힘으로 본다면, 블록체인은 '소유(own)'의 규칙, 권리와 신뢰를 보증하는 체계라는 것이죠. 더 나아가 AI가 강력한 지능 엔진이라면, 블록체인은 그 엔진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힘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돕는 신뢰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블록체인과 AI의 교차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1부에서는 블록체인의 핵심 개념인 탈중앙화의 의미와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 같은 합의 알고리즘을 다룹니다.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금캐기'에 비유하며 쉽게 풀어내는 부분은 초보자도 부담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나아가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월마트와 IBM의 사례를 통해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 '탈중앙화 신원 증명(DID)'을 통한 개인정보 주권 회복, 그리고 NFT를 통한 디지털 자산의 유일성 증명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어 이해를 돕고 있답니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 가능성을 다루는 후반부일겁니다. 샘 알트먼이 왜 챗GPT로 세계를 놀라게 한 후, '월드코인'이라는 크립토 프로젝트에 집중하는지, 그 배경에는 '인간 증명(Proof of Personhood)'이라는 철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진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블록체인 기반의 신원 증명 시스템이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AI가 촉발한 저작권 전쟁에서도 블록체인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AI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된 창작물의 출처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창작자에게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컨텐츠의 진위를 검증하고, 원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블록체인의 불변성과 투명성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부의 재분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생각이 확장됩니다. 물론 책에서는 인간의 노동력 대체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AI가 창출한 가치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 라는 문제로 확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이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답니다. AI 모델 학습에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들에게 토큰 형태로 보상하고,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상에서 자율적으로 거래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경제 시스템의 청사진을 이야기 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전문 기술서임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나름 쉽게 읽힙니다. 복잡한 개념을 일상의 비유로 풀어내는 저자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썩은 상추'로 식품 이력 추적을 설명하고, 채굴을 '금캐기'에 비유하며, N극과 S극의 자기장으로 AI와 블록체인이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탈월한 장치라 생각합니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본서는 여러번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입니다.

첫 독서에서는 전체적인 흐름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읽을 때는 각 장의 구체적인 사례와 기술적 디테일을 음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저자들이 제시한 미래 전망이 실제로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인하며 읽게 될 것 같습니다.

AI와 블록체인, 두 거대한 기술의 물결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적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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