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 AI부터 우주까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과학기술 트렌드 5
전승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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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어느새 우리네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이 갤러리 벽을 장식하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을 처리하며, 컴퓨터 알고리즘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이러한 변화들을 단순한 '뉴스거리'로만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실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세부 사항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의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그것이 우리 삶과 산업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그것입니다.

20년 이상 과학기술 현장을 누비며 수집해온 저자의 시선은 사뭇 독특해 보입니다. 일반적인 기술서들처럼 신기술을 연대순으로 나열하거나 수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벗어나, '패러다임의 이동'으로서의 기술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시프트(Shift)'는 단순한 진보로 읽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류 문명의 축 자체가 이동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사회에 파급되는 데 수 십년이 걸렸지만, AI 가 연구와 개발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과거 몇 십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지금 1~2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가속화된 시간 속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는 점을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느껴진 소회로 꼽고 싶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5가지 기술 시프트는 한 책의 목차를 구성하는 단순한 주제만은 아닙니다.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변화의 축을 이루고 있지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언어라는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 수단을 통해 기술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피지컬 AI'라고 생각합니다. 언어형 AI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한다면, 피지컬 AI는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로봇의 눈, 손, 신체를 통제합니다.

언어형 AI와 피지컬 AI가 결합되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우리의 의도를 구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는 제조업을 넘어 돌봄, 의료, 재난 대응 같은 인간의 노동 그 자체를 재정의하는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산업의 부품이 아닌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그려집니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국가 생존 문제라는 뜻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GPU혁명'입니다. 원래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가 AI 연산에 최적화되면서 완전히 다른 산업 생태계를 창조했지요. NVIDIA와 같은 기업이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넘긴 이유는 단순히 좋은 칩을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저자는 NVIDIA의 'CUDA'라는 AI 개발 생태계/플랫폼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진정한 경쟁력이라 분석합니다. 1나노 공정의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반도체 산업은 칩을 더 크게 만들고 높게 쌓으며 특화된 용도로 설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에너지와 화학 산업은 첨단 산업의 뿌리입니다. ESG 경영이 최고의 화두가 된 요즘, 저자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말합니다. 친환경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수소가 친환경 연료라며 확대되지만, 그 수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가 소비되는 역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고,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혁명의 기초이며, 신소재 개발은 모든 기술 발전의 밑바탕입니다.

책은 윤리적 요구와 기술적 현실 사이의 긴장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기술 혁신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사회제도적 강제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조언을 잊지 않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바이오와 생명기술은 2025년 노벨상의 흐름으로도 드러납니다. 양자터널링의 노벨 물리할상 수상은 새로운 컴퓨팅 기술의 도래를 의미하고, 면역 기전의 발견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AI 시대에 생명과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 생각합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면역 치료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윤리적 경계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자는 연구 목적의 유전자 편집은 적극 허용하되, 치료 목적에서는 더욱 신중하고, 개선을 위한 사용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성숙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답니다.

더불어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New Space'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우주만을 의미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땅 위의 공간, 그 공간들을 이동하는 교통 수단, 건설과 건축 기술, 그리고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공간 산업'은 큰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현실의 공간이 우리 삶의 실질적 기반이라는 점 또한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5가지 기술 트렌드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은 책의 다 읽고 난 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AI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얻으려면 환경과 화학을 알아야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바이오 기술과의 연결 고리가 보이며, 모든 기술은 결국 반도체라는 물리적 구현체를 필요로 합니다.

아마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변화는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 양식을 바꾸며, 바뀐 생각과 생활이 다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는 순환적 인과관계 말입니다. 즉, 인간과 기술은 떼어 낼 수 없으며 과학 기술은 결국 인간의 발전을 나타내는 지표 그 자체가 아닐까요?

복잡한 기술을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설명하며, GPU가 왜 AI 시대에 절대적으로 중요한지, 반도체의 1나노 벽이 왜 문제인지, AI 데이터센터가 왜 에너지 위기로 이어지는지가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미 책에서 언급된 5가지 거대한 시프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펼쳐질 2026년을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첫 번째 단계일겁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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