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SE 박스세트 (10disc) - 할인행사
스탠리 큐브릭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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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 중의 한 사람이다. 이제 고인이 되어 그의 영화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슬프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디비디를 낱장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SE버전이 출시되어서 내심 구매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영화 본편이야 달라진 건 없지만 새롭게 리마스터링이 되고 스페셜 피처가 수록되어 있어 그의 영화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데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할인대상으로 박스셋이 풀렸다. 아마 블루레이로 옮아가면서 이전 디비디들을 저렴한 가격에 풀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썩 기분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반가운 타이틀이었다. 

낱장으로 구입해도 상관이 없다. 어떻게 보면 낱장으로 구입하는게 더 저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박스셋으로 나와서 그게 매력이다. 그런데 박스가 조금 부실하다.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정도는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여하튼 좋은 가격에 그의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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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사 -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지구사 연구소 총서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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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가 일반적이다. 속된 말로 힘있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사다. 우리가 배운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일부 강대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에 대한 역사는 그저 몇 줄 정도로 간략하게 처리되었던 것이 이제까지의 세계사다. 물론 지금도 이런 식의 세계사 인식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세계사 서술로 인해 우리는 유럽인이나 강대국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나머지 나라들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은연중에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민족과 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역사 서술이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국가와 민족들 간에는 항상 갈등과 반목을 낳는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각국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국민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주입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술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위와 같은 세계사 서술의 조류에 대해 일찍이 많은 역사학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역사 서술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세계사 서술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과거를 연대기적 덩어리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세계사로, 거대사(big history)를 제시한다. 시대 구분의 도식은 복잡한 실재를 왜곡하고, 심지어 과거를 구분하는 데 있어 가장 공평한 시도조차 왜곡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하며, 그와 같은 시대 구분의 도식이 가지는 이론적, 조직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점 등을 지적한다. 서구 사회에서 기술하는 세계사는 그들에게 “알려진 혹은 의미 있는” 세계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의 세계사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헬레니즘, 르네상스, 중세 등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편으로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주 독특한 서술방식이다. 이어서, 인류의 시작이라는 제목하에 수렵·채집 시대를, 가속화 단계라는 제목으로 농경시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근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세계사를 조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류를 자연의 일부로 보고, 드넓은 우주 안에서 인류 역사를 탐구하려는 시도로, 원제인 “This Fleeting World: A Short History of Humanity”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는 46억 년이나 되는 지구 역사에 비하면 25만 년의 인류 역사는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세계사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은이는 각 지역의 역사를 개별적으로 나열하던 서술 중심에서 탈피하여 각 지역의 역사가 서로 연관관계에 있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단선적, 직선적 시각이 아닌 상호의존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다중심적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공동의 역사관 없이는 공동의 평화도 역시 없다. 조화로운 협력 속에서 함께 어울리게 할 그와 같은 이념 없이는, 좁고 이기적이며 대립적인 민족주의적 전통만으로는 인간은 갈등과 파괴로 치닫지 않을 수 없다.”(책 제10쪽 참조) 라고 밝힌 지은이의 생각에서 이 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유럽중심주의이며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에 치중한 기존의 세계사 책에 익숙한 나에게 있어, 지은이가 보여준 세계사는 색다른 경험이자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 준 의미있는 책이다. 다른 세계사 책처럼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세계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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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꼬까신 아기 그림책 7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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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이가 동물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얼룩말, 원숭이, 개구리, 팬더 등 각 동물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나도 나도' 하며 따라한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뽀뽀하자 이제는 동물들이 '나도 나도' 하며 각자의 어미 동물들을 찾아가 뽀뽀를 한다. 

간단한 스토리지만 유아들에게는 더 이상 좋은 책이다. 둘째 아이가 좋아라하며 따라하기를 한다. 아파트에 사는 관계로 대부분의 동작이 뛰고 구르고 해서 밑층 사람들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한창 따라하기를 좋아하는 연령대의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훌륭한 책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눈에 보이자마자 아이가 사달라고 졸라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록으로 '괜찮아' 시디가 같이 들어 있다. 영어로 된 노래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말로 된 노래는 조금 밋밋한 느낌이다.  그림도 둥글둥글해서 아이들 눈에 잘 들어오고 색감도 부드러워서 괜찮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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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3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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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라고 하면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가 제일 유명하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면 어느 집 할 것 없이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세밀화 몇 권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찍은 사진보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이 더 정감이 간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펜이나 붓의 터치에서 오는 질감과 따스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이들도 세밀화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동네 인근이나 시골로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들과 꽃들이 이제는 점점 더 보기가 어려워진다. 시골이라고 별반 다를바 없다. 도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꽃이나 나비를 보여주려면 마음을 먹고 다녀와야 한다. 

일단 한 번 자연으로 갔다오면 아이들은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각종 나비와 꽃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책을 보자고 계속 졸라댄다. 아마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한다. 

지은이는1995년부터 자연을 누비며 곤충과 식물을 세밀화로 왔다고 한다.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를 들고 다니며 꽃 사진을 찍고 나비 애벌레는 데려와 기르며, 그간의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기 시작해서 5년 여동안 날마다 꽃과 나비를 그리는 작업에 정진했다고 한다. 지은이의 정성과 노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들여다보면 마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솔거가 벽화를 그린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은이와 같은 사람들의 노고가 없다면 우리 주위의 것들이 점점 더 없어져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 한 번 지은이의 정성에 감사를 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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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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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하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로서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이제까지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대부분 소화하기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음식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에 대해 안좋은 시선을 가진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번에 지은이는 아예 작정을 하고 아주 가여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제목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다.

개인적으로 ‘깃털’ 이야기가 나오면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난다. 영롱하게 번져오던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새 깃털이 하늘을 부유하며 떠다니던 그 장면이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다.

아무리 가벼운 깃털이라고 하지만 그 가벼운 깃털이 모여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듯이 포레스트 검프는 그 이후로 미국 역사를 지나치며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이 실제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고 그 속에 많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오랜 동안 알고 지내온 지리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형수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소재로 우리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에서는 지은이가 알고 지내는 마음씨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에서는 지은이가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돈 벌면 많이 사 먹자고 약속했던 오뎅 이야기는 누구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어릴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먹거리를 보면 지금도 손이 가는 이유도 지은이와 같은 것 같다. 20년째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친구 때문에 겪는 괴로움을 전하는 지은이의 모습에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에서는 지은이 가족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지은이는 프롤로그에서 “언젠가부터 이런 약간은 부질없다면 부질없는 글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본래 생긴 것과는 다르게 너무 엄숙주의적으로 글을 썼다는 반성 같은 것과 함께해온 생각이었을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든 이야기를 가볍게 이끌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책 곳곳에는 가벼움을 빙자(?)한 만만치 않은 무게의 깃털이 여기저기서 흩날리고 있다. “가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소리 없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달빛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들이……, 그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그리고 모든 선한 것들이(본서 제213쪽 참조)”,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차이 중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은,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본서 제98,99쪽 참조).“

내가 여태까지 지은이의 글에 너무 익숙한 탓인지 몰라도, 이 책에서 지은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볍다고 한 이야기들이 그다지 재미있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지은이가 가벼운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 속에 간직한 수분기 먹은 진중함 때문이 아닐까. 정말 지은이가 들려주는 가벼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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