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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가을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드나들기 좋은 계절이다. 개인적으로 그림 보기를 좋아해서 유명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면 빼놓지 않고 찾아 보는 편이다. 25일날을 마지막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르세 미술관 작품 전시회가 마감된다고 해서 금요일날 부리나케 전시장을 찾았다. 고흐, 세잔, 드가, 호퍼, 로트레크 등의 작품을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만큼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부자인 기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유명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면 수많은 사람으로 넘쳐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기 보다는 그냥 눈도장 찍기 바쁘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전시실을 나오는 때도 있다. 모처럼 실제 작품을 내 눈 앞에서 본다는 것은 상당한 기쁨이다. 그런데 이 기쁨을 느긋하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그나마 눈도장으로라도 직접 내 두 눈으로 보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왜 사람들은 미술 작품을 보러 가는 걸까? 작품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보는 사람,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는 사람, 나름대로 구도를 잡아가며 보는 사람, 작품 앞에서 장시간 버티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며 혼자 작품에 몰입하는 사람 등.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읽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왕이면 서양미술사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있다면 미술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대, 중세, 근대의 미술은 신, 인간, 자연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았지만, 현대로 들어오면서 미술작품은 다양하게 발전 분화하고 있다. 고대, 중세,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미술의 형식적인 면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라는 사회가 보여주는 사회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모던(modern)'이라고 하면 데카르트적 근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예술에서의 ’모던‘ 이라고 하면 20세기 대중사회, 소비사회인 ‘현대’를 가리킨다. 현대 사회는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심지어 물질로부터 인간이 소외되는 현상까지 발달하면서 많은 철학적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현대 사회의 특징은 고스란히 미술작품 속에 드러났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처럼 미술사조도 변화무쌍하게 변했다.

 

책은 원색의 향연, 색채의 해방을 맞이한 야수주의, 형태의 해방, 원근법의 해체를 소재로 한 입체주의, 형태와 색채의 조화를 다룬 순수추상, 회화의 영도기인 절대주의, 재현에서 표현으로 옮아가는 표현주의, 미래를 향한 질주를 보여준 미래주의, 부조리와 무의미의 예술을 특징으로 한 다다이즘, 현실 속의 경이로움을 보여준 초현실주의, 냉정한 현실의 질서를 그린 신즉물주의, 삶을 구출하는 혁명의 예술인 구축주의, 신조형의 양식기인 데스테일, 사회주의 대성당에서 산업디자인으로 옮아간 바우하우스 등 12개의 유파에 대해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아방가르드와 키치, 심리학, 미학, 정치학, 네오 아방가르드 등 아방가르드의 이론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12개의 유파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반이성이적이고 반인간주의적이며, 우연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것이 모더니즘 예술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형성된 서양미술사를 이 한 권으로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지만, 모더니즘 작품을 접할 때마다 한 번쯤 펼쳐보면 더없이 좋은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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