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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 우리 건축의 구조와 과학을 읽다
김도경 지음 / 현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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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궁, 덕수궁 등 고궁이나 사찰, 북촌 한옥 마을을 가면 우리 건축물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건축물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특히 한옥과 같은 건축물은 건물 안으로 들어선 다음 뒤돌아 봤을 때의 모습이나 방안에서 문을 열었을 때 방안 가득히 들어오는 자연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아파트 같은 서구 건축물에 익숙하다. 한옥에 비해 아파트는 냉난방과 보안이 잘 되고 편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 이웃과의 소통이나 정나누기는 뒤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옥이 화두로 등장하는 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릴적 시골에 있는 외갓댁에서 느꼈던 그 정취는 더 이상 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다. 인터넷과 같은 개방성과 정보의 공유를 이상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오히려 사람과의 소통와 개방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주거 환경이나 건축 환경이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 고유의 건축이 가진 지혜로움과 아름다움을 지금 현재에 접목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책에는 대표적인 한국 건축 200여 곳을 소개하고 있다. 평면, 기단과 초석, 기둥, 가구, 공포, 지붕, 수장과 마감 등 7개의 주제로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 건축물과 비교하기 위하여 일본과 중국의 자료를 수집하고, 720여컷이 넘는 건축물 사진과 500여 장에 이르는 평면도와 단면도, 투시도와 앙시도 등을 활용하여 지은이는 우리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에 찍힌 건축물들이 워낙 아름다워서인지 마치 멋진 그림책을 보는 것만 같다.  

일반인들의 경우 발코니, 베란다와 같은 용어에는 익숙해도 서까래, 소로, 망와 등 우리 건축물에 대한 용어는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읽을수록 그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요즘 건축에도 역사와 건축 이야기를 한데 엮어서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들이 많다. 사람들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다소 함량 미달인 책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머리가 갸웃 거려지기도 한다. 건축이라는 말만 들어 있을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 분이다. 그리고 지은이들의 주관적인 감정을 읊은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비한다면 이 책은 건축 전문가답게 지은이가 지금까지 건축에 몸담으면서 자신이 우리 건축물에 대해 읽고, 듣고,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담아 내고 있다. 강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있으며 25년간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으며, 한국 목조건축 실무에 10여 년 간 종사하면서 직접 설계와 시공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와 같은 지은이의 열정과 노력이 이 책에 묻어 나온 것이다. 건축을 전공하였다는 것만으로 어줍찮게 우리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면 아마 이 책도 그저 그렇고 그런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초석과 기단부터 기둥과 지붕, 문살 장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건축의 모든 구조를 해체하여 지면에 다시 옮겨 짓는다.’ 라는 책소개 글처럼 목차 순으로 책을 읽으면 누구나 이 책을 덮을 때 쯤이면 마음 속에 한옥 한 책을 짓게 될 것이다. 한국 건축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구석구석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이 책에 실린 건축물을 보다 쉽게 찾아 갈 수 있도록 분포 지도도 수록하고 있다. 꼭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우리 건축물에 대해 풍경과 감상으로만 담아내던 것을 넘어서서 한옥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건축 관련 책들과 차별화되는 것 같다.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성을 겸비한 책이 아닌가 한다. 우리 건축물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는 책이 될거라고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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