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교차로 한복판에서 마치 누군가로부터 마지막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응답은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가 딛고 있는 돌처럼 말없이 죽어 있었다. 그에게만은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 P254

세입자들은 이상하고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한두 명씩 문 쪽으로 물러났다. 이 만족감은, 친한사람에게 불행이 닥쳤다고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도 으레 마음속에 품게 되는 감정이며, 아무리 진실한 슬픔과 동정심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누구나 예외 없이 느끼게 되는 그런 감정었다.
- P261

저 사람은 돈벌이는커녕, 가난을 부채질했지요. 
저 사람은 주정뱅이였고, 있는 걸로 다 마셔 버렸단 말이에요. 우리 돈을 다 훔쳐서는술집으로 가져갔어요. 이 애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술집에서 다 탕진해 버렸다고요! 그가 지금 죽는 게 다행일 지경이에요! 손실이 적어질 테니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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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 대학 영문과의 옛 동료들과 내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들은 이 책이 픽션임을, 여기에 묘사된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이미 죽은 사람이든 살아 있는 사람이든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지않았으며 소설 속 사건들 또한 우리가 미주리 대학에서 겪은 현실속 사건들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 P5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22

"내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바퀴 휙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같기도 하고. 여기서는 서서히 사멸해 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P49

고든은 자신에게 허락된 미덕의 힘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온 세상 사람들을 거기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 그래야 자신의 믿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 
- P50

하지만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네.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 P51

그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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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임홍빈 (옮긴이) 문학사상 2009-01-05, 280쪽, 일본에세이

#인천독서모임 #그러나나는경기도민
#절반은경기도민

🍊 인천독서모임 6월책.
책을 추천한 독서모임 멤버는 원래는 하루키 작품을 안좋아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소설을 읽다가 너무 안맞는다고 생각해 쭈욱 안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독서모임서 지난 번 <고양이를 버리다> 이후 하루키 에세이가 좋았졌다고 한다. 그러던중 5월 마라톤도 참가해서 그 열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그 친구의 추천이유가 나 역시 비슷하게 느꼈던 내용이었다.

🍊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꼭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게보면 결국 달리기는 소설(나의 진심과 열정을 담는 일)과 인생(성공, 실패 등 총체적인 삶)과 같은 게 되고만다.

🍊 독서모임에서 한 친구는 이 에세이를 읽으며 과거를 돌이켜보았다 했고, 추천을 했던 다른 한 친구는 미래를 지향하게 되었다고 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과 미래를 지향하는 건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 더더 남은 구절들

🌱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87

🌱그렇지,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 힘들다.
107

 🌱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128

🌱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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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경영학 수업
-
하루 10분 삼국지에서 배우는 리더십의 100가지 지혜

다케우치 요시오, 가와사키 아쓰시 (지은이), 박재영 (옮긴이) 현익출판 2024-02-09, 384쪽, 중국사 일반/경영전략.혁신

#독서모임
#경기광주독서 #용인독서

🍊 광주/용인 6월 독서모임 책.
Why시리즈 역사에서도 느꼈던 내용. 그 시대로 들어가서 읽으면 과거가 아닌 현실이 될텐데, 그 동안 내가 그걸 못했다. 역사는 그런 마음으로 읽어야 겠다.

🍊 아래는 모임의 참가자 내용 가나다 순. 좋은 얘기가 많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나라 얘기는 아예 기억이..


☔️길버트 님

- 시대마다 원하는 인재 상, 리더쉽이 다를 수 있다. 그게 이 책을 추천한 이유.
- 인의예지를 중시하던 유비가 오랜시간 대한민국에서 원하는 인재상이었으나, 시대가 바뀌며 조조의 실리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모습이 더 크게 조망되었다.
- 최근에 더 어려워진 시대에서는 강한자가 살아남는 게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거라는 사마의 역시 다르게 떠오르고 있다.
-리더는 자신의 원하는 바를 스스로에게 부하들(현대에선 팀원 등)에게 명확하게 드러내야한다.
- 이렇든 저렇든 목표를 이루겠다는 조조 리더쉽은 때로는 인덕(존경)을 포기해야 하고, 다양한 인재를 블랜딩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유비 리더쉽은 때로는 부하직원의 반항과 자존심 스크래치를 포기해야한다. 모두 다 가져갈수는 없다.
- 회사동료가 나를, 유비가 되고 싶은 조조라고 했다🥲

☔️ 김디트 님

- 이 책은 삼국지 소설(정사 삼국지 아닌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을 읽은 사람이라면 좀 더 잘 읽을 수 있지만, 읽지 않았거나 방대한 소설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 골고루 혹은 심도 깊게 삼국지 인물의 리더쉽을 전략적으로 분석한 편은 아니다. 책의 절반이 조조의 리더쉽을 논하고, 마지 못해 유비로 갔다가 제갈량으로 가고, 오나라 리더쉽에 관한 분석은 더 약하다.
-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중국문학/ 중국학의 석박사인 저자들은 소설지연의가 아닌 정사 삼국지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고, 정사는 최종 승리를 한 위나라 중심의 역사이기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같은 상황이 앞에선 좋은 리더쉽, 뒤에선 부족한 것으로 나오는 역설은 아쉽다.
- 그럼에도 이 책 때문에 기억이 가물가물한 삼국지 소설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위키 자료를 뒤져보았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유비는 스타트업 ceo, 조조는 대기업

☔️ 천리냥냥

- 수능 끝난 이후 소설 삼국지를 다 읽었으나 일독이었고 시간도 오래 지나 기억이 나지 않아, 나무위키와 영상을 찾아보았다. 김디트님 말씀처럼 등장인물과 삼국지를 아는 만큼 재미있을 수 있는 책이었다.
- 리더쉽에 관해 책을 끌고 가는 방식이 내가 예상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스토리텔링이 있었다면 삼국지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독사자도 잘 스며들었을 것. 혹은 경영학으로 전략적으로 깊게 리더쉽을 분석했으면 그것 나름도 좋았을텐데, 파편적이고 예상가능한(?) 분석이라 아쉬웠다.
- 그럼에도 김디트님 말씀처럼 엄청 삼국지에 대해 찾아봄. 내가 친숙했던 2차 창작물 용랑전의 최종보스 중달과 적벽대전 영화에서 양조위가 맡은 주유를 열심히 파봄. 제갈량은 최고의 coo인듯.
- 너무 책에서 조조찬양을 하니, 있던 호감도 사라질 수 있다는...


🍊 나누고 싶은 구절들

🌱알고 있겠지만 《삼국지國志의 ‘지(뜻 지)‘는 ‘지(기록할지)‘와 같아서 잊지 않게 적어둔다는 의미다. 그러나 ‘‘라는 단어를 ‘어떤 목표를 지향한 바람. 또한어떤 일을 의도한 마음‘(《각켄한일대자전学硏漢和大字典》에서)이라는 의미로 파악해 ‘세 나라의 마음‘으로 이해하면 조조, 유비, 손권을 대표로 그들의 마음을 실현한 역사로 읽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낭만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7

🌱지금도 결코 안온하고 태평한 시대가 아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격동하고 있다. 세상은 실력주의이며 늘 난세에 있다. 정치가와 기업인 중에서 ‘태평성대라면 최고의 자리에 섰을 것이다‘라고 기대를 받다가 바로 코앞에서 실패하는 인격자가 종종 있는데 그런 인물은 잘 파고들어 보면 리더로서의 근본적인 자질이 부족하며 태평성대든 난세든 실제로는 쓸모없는 존재일 것이다.
32 (금전에 현혹되지 않는 자질)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이 말은 북송의 정치가인 소식이 지은 시가 출전이다. 조직이라는 존재는 전부 리더가 어떻게 각오하느냐에 따라 그 힘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 내 구성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리더의 경영 능력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무능함을 한탄하는 리더가 현대 기업에도 수두룩한데 무능하다고 따지는 리더 본인이 가장 무능한 경우가 많다.
165 (조직은 리더의 각오로 결정된다)

🌱정말로 단순 명쾌하지만 리더가 자세를바로하는 것 외에 조직을 굳게 하는 방법은 《삼국지》의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다.
187 (먼저 리더가 진심을 보여준다)

🌱중국의 역사서는 인간의 다양한 가치관과 인생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삼국지》와 이를 기초로 한 대중소설인 《삼국지연의)에는 현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의 갈등과 고뇌의 흔적, 슬기로운 꾀와 계략의 충돌, 위기 시의 행동과 결단, 비운과 행운의 분수령 등 리더십과 경영의 지혜 및 다채로운 가치관이 담겨 있다. 
377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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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엄마처럼 슬프면서 명랑했고, 보쟁글스는숲 속에 울려 퍼졌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피아노 선율과 허공에서 춤을 추는 노랫말이 온 묘지를 채웠다. 긴 노래였고, 나는 저 멀리 숲 속에서 예전처럼 손뼉 치며 춤추는 엄마의 혼령을보았다. 그 순간 나는 웃었고, 엄마 같은 사람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P168

광기는 아빠의 일부였고,
그건 오직 두 분이 짊어질 때만 존재하는 광기였다. 이제 나는 두 분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늘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나는 이제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우리 부모님 없이 어떻게 살까?
- P169

그렇게 진짜 거짓말과 가짜 거짓말을 담은 아빠의 책이 전국의 서점에 깔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해변에서, 침대에서, 사무실에서, 지하철에서 보쟁글스를 읽었고, 휘파람을 불며 책장을넘겼고, 침대맡 탁자에 책을 두었고, 우리와 함께 춤추고 웃었고, 엄마와 함께 울었고, 아빠와 함께 거짓말을 했고,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삶은 종종 그렇다. 그래서 좋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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