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어깨로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며 ‘지겨 워‘와 ‘미안해‘ 사이를 오갔을 현권의 마음. 그 마음만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 P35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신다면 그렇게라도 하세요
엄포를 놓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예선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을 때, 석용은 혼란스러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게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
그건 진심이 아니라 엄포를 놓은 거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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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 P9

사람은 고통을 떨쳐 버릴 줄 아는 한에서만 행복하니까, 그리고 쾌락이란 종종 행복보다는 불행을 가져다주므로, 에피쿠로스는 다만 신중하고 절제된 쾌락들만을 요청한다.
- P14

모든 것이 서로 이야기되는 세계에서 가장 쉽게 가질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치명적이기도 한 무기는 바로 폭로다.
- P16

그 사진은 세계 전체에 유명해졌고, 에이즈 환자와 입맞춤하는 뒤베르크의 사진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는데 이는 죽어 가는 한 아이에게 죽어 가는 한 어른보다 더큰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 P24

만약 당신이 어떤 대중적 갈등에 개입하여 어떤 가혹한 처사에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박해 받는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당신이라고 어찌 이 시대에 춤꾼이 아닐 수 있거나 혹은 춤꾼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어요?
(뱅상이 퐁트벵에게 이의를 제기) - P28

이 정도로 합리적으로 구성되고 측량되고 구획되고 계산되고 가늠된 이 공간 어디에 자발성을 위한 ‘광기‘
를 위한 자리가 있으며, 어디에 광란이 있고, 어디에 욕정의 맹목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우상화한 그 ‘미친 사랑‘이 있고, 어디에 자아의 망각이 있단 말인가? 사랑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만들어 낸 몰이성의 그 모든 미덕, 어디에 그것들이 있단 말인가? 아니다, 그것들이 여기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44

너무 열이 차면 묘미가 덜한 법이다. 환락을 좇아 내닫다가 이에 선행하는 그 모든 감미로움을 흐려 버리고 마는 것이다.
- P46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 P48

실존이 갖는 각각의 새로운가능성은, 비록 그것이 극히 있음 직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실존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까닭이다.
- P51

선택되었다는 감정은 예를 들면, 모든 연애 관계에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정의상, 공덕 없이 받는 선물인 까닭이다.
- P59

우울한 긍지. 바로 이렇게 우리는 그 체코 학자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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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뜰이었거나 혹은 누추한 시장어귀였다 하더라도, 그때 우리가 보았던 해... 앙상한 가지에 걸려 있던, 그 작은 오렌지 같던 태양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눈부시지 않았다 해도, 그것이 내 삶에 주어진 사랑의 전부였 다는 생각이다. - P192

인생이 힘든 것은 예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결국길고 긴 이 이야기도 복습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의 나도 중얼거린다. 있는 힘을 다해 복습을 하는 이 순간에도 인생은 흐른다. 흘러, 간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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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결국 단파 라디오와 같은 것임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무렵의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스무 살이었고, 좋든 싫든 연애의 대부분을 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 P14

삶은 보다 복잡하고, 드러나지 않은 비밀로 가득한 것이겠지만... 나란히 선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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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는 낯설지만 동양화는 더 낯설어서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 2월 말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려고 하는데 미리 예습하는 마음으로 2월에 희망도서 대출로 읽었다. 서양미술사의 원근법만 알았는데 우리 그림에도 다양함이 있었다. 사물을 보는 시점, 속도감의 파격과 세련미도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조금이라도 알면, 아는 만큼 딱 그 정도까지는 재미가 있다. 아주 재미있진 않았지만(죄송합니다 ㅠㅠ), 새로운 걸 배우는 흥미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으로 본 작품을 발견하면 더 흥미가 생길거라 믿는다. 아마도. 살포시 만족.

🌱
<변상벽, 어미닭과 병아리>
죽으면 새가 된다고 생각했다니, 뭔가 조선시대 유교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린 병아리나 새 그림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비단에 어떻게 채색을 하는지 상상이 잘 안되었다.

<조속, 달밤 고목 위의 새>
나의 글에도 삶에도 여백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꽉 채워 숨쉴 틈이 없는 걸 지양해야겠다.

예전 국사 시간에 배운 선종을 떠올렸다. 선종이 이렇게 낭만인 줄 몰랐다. 선종화라고 하는구나.

<홍세섭, 영모도>
서양미술사의 원근법만 알았는데 우리 그림에도 다양함이 있고, 사물을 보는 시점, 속도감의 파격과 세련미
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김두량, 삽살개>
정말 털이 율동적이다.

<작자미상, 백수도>
동물을 하나하나 보는 재미! 정말 작가말처럼 화려하고 지루하지 않다.

울주 대곡리 < 반구대 암각화>
우리나라에 암각화가 있는 줄 몰랐다! 그것도 신석기, 초기철기시대로 보인다니.

<박병수, 낙화화조도>
인두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작자미상 일월오봉도>
느낌이 기존 조선시대 작품과는 너무 다른 일월오봉도. 작자미상인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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