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았는데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과장이 별안간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와 나를 가로막고 섰다. 그러고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순간 알았다. 이제 약자는 저들이었다. - P178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만 사는게 지겹고 내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80
일본인 동료가 별 뜻 없는 농담을 하기에 오늘은 나도 ‘공기를읽으며‘장단을 맞췄다. 일본어로 공기를 읽는다는 말은괜한 말로 분위기를 깨지 않고 주변 흐름에 잘 맞춘다는 뜻인데그건 일본 조직 생활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 P185
국적과 언어만 같을 뿐 인생의 궤적이 달라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 P192
그래, 나도 초년생일 땐 몰랐다. 혼자 어떤 벽이든 뚫을 수 있는사람. 혼자서도 멋지고 훌륭한 사람에겐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업계는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기보단,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이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모두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 P200
"나는 슬프지 않으려 애써요. 프로 직장러니까." 내일은 내가 타마리바 커피를 쏴야 할 것 같았다. - P204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장르소설에서 인물이 이야기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결말은 서사적으로 별로다. 서사적 일관성이나 완결성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안에서 뒹굴어야 하지만 나는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 P208
AI는 고도화될 테지만 인생은갈수록 와케아리다. 다 이유가 있다. 하자도 있고 사고도 있다. - P209
평소 지론을 떠올리며 팀장의 이야기를 반겼다. 누구나작가를 해야 세상에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 P210
같이 웃는 날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잦고 눈물을 보이는 날엔 억울해서 울 때가 많다. 웃음과 눈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서로를 통해 알게 된다. - P211
어떤 마음도 갖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매 순간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했다. - P229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내일의 나 역시 오늘의 나처럼 아무 쓰임이 없을 거라는 사실에 절망할까. 어떤 마음도 갖지 않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오늘만 생각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정해진 때에 홀가분하게 통증에서 벗어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언제고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 P249
매니저 하기 싫어서 승진하기 싫고, 책임지기 싫고, 더 오랜 시간 일하기 싫어서. - P49
"어린애들이나 이렇게 산다는 거야. 미래 없이." "미래가 왜 없어? 나는 이렇게 쭉 살 건데? 그게 내 미래야."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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