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 P5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고
죽을 때가 되어서는 죽는 것을 받아들여야겠지만
인간 없는 세상은 차라리 평화로울 수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 P38

새로운 대륙에 닿기 직전
더 새롭고 알 수 없는 세계로 떠나버린 그들은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 P54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 P67

은행 금고에는
저당잡힌 감정과 생각과 시간 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미래의 시간도 거기 갇혀 있을 것이다
- P74

그러나 위령비 뒷면의 비문은 아직 읽을 수 없다
진실은 연꽃 벽화로 덮여 있다

하마터면 그 연꽃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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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밥부터 먹는 거라고 배웠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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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았는데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인사과장이 별안간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와 나를 가로막고 섰다. 그러고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순간 알았다. 이제 약자는 저들이었다.
- P178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만 사는게 지겹고 내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80

일본인 동료가 별 뜻 없는 농담을 하기에 오늘은 나도 ‘공기를읽으며‘장단을 맞췄다. 일본어로 공기를 읽는다는 말은괜한 말로 분위기를 깨지 않고 주변 흐름에 잘 맞춘다는 뜻인데그건 일본 조직 생활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 P185

국적과 언어만 같을 뿐 인생의 궤적이 달라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았다.
- P192

그래, 나도 초년생일 땐 몰랐다. 혼자 어떤 벽이든 뚫을 수 있는사람. 혼자서도 멋지고 훌륭한 사람에겐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업계는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기보단,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이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모두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 P200

"나는 슬프지 않으려 애써요. 프로 직장러니까."
내일은 내가 타마리바 커피를 쏴야 할 것 같았다.
- P204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장르소설에서 인물이 이야기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결말은 서사적으로 별로다. 서사적 일관성이나 완결성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안에서 뒹굴어야 하지만 나는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 P208

AI는 고도화될 테지만 인생은갈수록 와케아리다. 다 이유가 있다. 하자도 있고 사고도 있다.
- P209

평소 지론을 떠올리며 팀장의 이야기를 반겼다. 누구나작가를 해야 세상에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 P210

같이 웃는 날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잦고 눈물을 보이는 날엔 억울해서 울 때가 많다. 웃음과 눈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서로를 통해 알게 된다.
- P211

어떤 마음도 갖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매 순간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했다.
- P229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내일의 나 역시 오늘의 나처럼 아무 쓰임이 없을 거라는 사실에 절망할까. 어떤 마음도 갖지 않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오늘만 생각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정해진 때에 홀가분하게 통증에서 벗어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언제고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 P249

매니저 하기 싫어서 승진하기 싫고, 책임지기 싫고, 더 오랜 시간 일하기 싫어서.
- P49

"어린애들이나 이렇게 산다는 거야. 미래 없이."
"미래가 왜 없어? 나는 이렇게 쭉 살 건데? 그게 내 미래야."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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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젠가 들통날 이 일의 끝이 파멸이란 걸 알면서도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벌써 몇 년 동안이나 말이다.
- P15

김남우는 비로소 기다리던 대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또 실직했다. 그에게 하나 남은쌀먹이라는 형편없는 직업마저 실직해버렸다.
- P37

나에게는 꽤 많은 할머니가 있고 나는 그 모든 할머니를 빠짐없이 사랑한다. 
- P76

그러니까 나는 근성이랄 게 없이 삶을 지속해나갔다. 하지만 삶은 어느 기점 이후로 버티기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를 도모하고 계획하고 운용하는 식이어야만 했다.  - P89

어떤 말들은 오히려 입 밖에 냄으로써 스스로 그것을 진심으로믿게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전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오히려 발화를 통해 명백해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나의 명백한 진심인 것도 아니다. 
- P90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요."
"희지씨. 그러지 말아요.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요. 우리는 아무사이도 아니에요. 정말로. 그래서 괜찮은 거예요." - P101

나는 모든 일에 진심을 다했지만 그럼으로써 깎이는 마음을 도로 채우는법은 도무지 몰랐던 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취약한 부분을 너무도 쉽게 들키고야 말았다. 누구도 내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없도록 나를 지키는 건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는데.
- P101

나는 나름대로 할머니와 나 사이에 어떤 의의를 두고싶었다. 함께 할 일을 만들면 결국은 같이 무언가를 하게 된다는그 단순한 흐름이 우리 사이에 지속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싶었다. 
- P103

열정이 식어버린 자리에 이성이 들어찼다. 이곳에서의 현명한 근로 방식은 적게 일하고 말이 나오지않을 정도만 힘을 쓰는 것이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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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프라이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주택 계획의 대원칙이다. 그래서 주택은 각각 고립되어 마치밀실처럼 만들어졌다. 이웃하는 주택들이 가능한 한 서로 간섭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1가구 1주택이라는모델은 결코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는다. 
- P183

건축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지금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가 1가구 1주택이라는 주택 형식이라면, 이 원인을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 P187

중정을 한국처럼 텃밭으로 만든다면 실질적 이익뿐 아니라 주민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데도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 P196

중요한 점은 용도를 복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작은 경제에 착안하여 공간과 감각이 외부로 향하는 점을 이용하면서 스튜디오나 식당 같은 중간 영역을 만든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는 주택과 외부의 중간에 해당하고, 식당은 아파트와거리의 중간에 해당한다. 안과 밖, 순서의 경계를 완화하여서로 침투할 수 있는 중간 영역(야마모토 리켄이 말하는 "시키이")을 여기저기에 만든 것이다.

- P222

작은 경제라는 활동은 개인이 타인이나 지역사회를 상대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이 활동에 착안한다는 것은 개인의 생활이 내포하는 다양한 행위나 관계를 존중하고 타인과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전제하겠다는 의미다.
- P252

아름다운 마을이어야 한다. 주민들이 아름답다고 공감하는 마을이어야 한다. 주민들 누구나 이런 마을에 살고 싶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 마을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미래의 마을을 우리 건축가는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 P278

집은 더욱 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며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그런 밀실화된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외로움이 밀려오는 끝없이 어두운 터널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문제를 뒤로하고 스스로 고립시키는 집에서 홀로 지내야만 하는가?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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