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은이), 김춘미 (옮긴이) 민음사 2004-05-15, 191쪽, 일본 소설
🪔 삶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다. 없지만, 만약에 요조가 도쿄에 있는 학교를 안갔다면. 자율적인 생활이 아니라 어느 정도 통제적인 생활을 했다면. 고향에서 농사짓는 땀 흘리는 삶을 살았다면. 이런 있을 수 없는 가정을 자꾸 해본다. 그랬다면 이 정도로까진 않았을지도. 아니면 그 호리키 마사오라는 사람을 안 만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또 만약에 요시코가 겁탈을 당하지 않고 요조와 살았다면 하는 무의미한 가정도. 그것도 아니라면 유조가 그 약사를 만나지 않고 모르핀 중독자도 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불행하지는 않았을지도. 이렇게 몇 번의 ‘만약에’를 가정해본다.
🪔 나는 왜 그런 억지를 부리며 요조를 구하고 싶은 걸까. 요조는 그런 사람이다. 꼰대같은 나는 저리 사니 저렇게 되었다 하면서도 이 못난 사람이 안타깝다. 쓰네코, 시즈코, 스탠드바 마담, 요시코, 약사까지이런 일이 없었으면 나는 괜찮았을 거라고 대부분 쉽게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럴까? 요조에게 그 만약에가 없었다면 요조는 정말 괜찮았을까? 어쩐지 그런 굴곡이 없었어도 요조는 다른 일을 만들고 순응하고 더 안 좋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어두워졌다. 이래서 내가 예전 1독을 하고 난 후 우울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2독한 지금은 그때처럼 우울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
🪔 책 앞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요조가 현재 시점 인물과 비슷하다 느꼈다. 감정 노동자처럼 웃고 싶지 않지만 웃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런데 책 뒤로 갈수록 현대인이 피하고 싶은 사람이란 생각이 더 강해졌다. 내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요조 같다고 하면,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던 시대의 일본인이라면 차라리 요조처럼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대충 살다가 대충 죽는 삶. 사는 게 너무 무서워서 누가 내 인생을 결정해주길 원하는 삶. 너무 어려운 시대라면 그런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 요조의 삶은 공감이 쉽지 않지만, 책의 등장인물들 중에 요조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여자들은 요조를 순하고 순수하게 바라본다. 요조는 스스로를 부끄럼 많은 삶을 살았다고 독백한다. 요조의 삶이 마음이 아프다. 짠하고, 안쓰럽고, 보다듬어주고 싶고. 그래서 그 스탠드바 마담이 할머니가 말하는 요조가 이해가 된다. 공감이 안가지만 변명을 해주고 싶다. 인간이란 가치는 무엇일까? (기본적인 생존 조건을 제외한)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 민음사 출판에 같이 실린 작품 <직소>는 <인간실격>보다 더 어려웠다...추후 2독이 필요하다. 작품해설도 더 어려웠다.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13p
🌱 ‘쓸쓸해‘ 저는 여자들의 천 마디 만 마디 신세 한탄보다 이 한 마디 중얼거림에 더 공감이 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세상 여자들한테서 끝내 한 번도 이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은 괴상하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60p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129p
🌱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132p
🌱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
가?‘라는 명제와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명제 또한 이 세상에서 생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의 물음이 될 수 있을것이다.
161p 작품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