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기한 일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앨리스에게 평범한 일은 그저 재미없고 시시하기만 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다시 케이크를 집어 들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6월에 딸을 돕기 위해 세인트루이스로 간 이디스는 컬럼비아로 돌아오라고 딸을 설득하려 했지만 그레이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작은 아파트, 프라이의 보험에서 나오는 소액의 수입, 시부모가 있었다.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 P342

그레이스가 컬럼비아를 떠난 것이 사실은 감옥을 벗어나려는 시도였음을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어쩌면 임신도 그런 시도일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상냥함과 부드럽고 선한 의지 때문에 그 감옥을 다시 찾고 있었다.
- P344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 P350

그가 느낀 연민과 슬픔은 너무나 오래돼서 그의 나이의 일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세상사가 자신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휙휙 흘러갔다. 그리고 그는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거의인식하지 못했다. 
- P351

"시간이 생겨도 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걸세." 스토너가 말했다.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으니까."
- P352

"홀리, 이미 오랫동안 자네와 알고 지낸 만큼 자네가 나를 나름대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나는 자네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이나 내게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조금도 신경을 써본 적이 없어. 전혀." 
- P356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 P381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하고. 자꾸 독하고 그악스러운 이야기에만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런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P3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곤궁한 생활에 대한 조용한 슬픔이 그가 살아가는 매 순간 한 번도 깊숙이 파묻혀버리지 않았다.
- P308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승리였지만, 그는 항상 재미있어하면서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마치 권태와 무관심 덕분에 얻어낸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P320

무심함에 가까운 연민을 안고 그는 그 슬픈 결혼식을 지켜보며 딸의 얼굴에 나타난 얌전하고 무심한 아름다움과 청년의 얼굴에 나타난 뚱한 절망에 묘한 감동을 느꼈다.
- P3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는 세상이 자신을 향해, 캐서린을 향해 두 사람이 자기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작은 방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고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세상을 지켜보면서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지어 캐서린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 P282

"이제는 로맥스한테 거의 감탄하는 마음이 생길 지경일세." 핀치가 말했다. 
- P295

스토너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그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것에, 그리고 그녀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담은 마지막 편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 P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본 바를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가 대부분은 -물론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원만한 인격과 공정한 시야를 지녔다고 하기는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또한 보아하니, 그리 큰 소리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칭찬하기 힘든 특수한 성향이며 기묘한 생활 습관이며 행동 양식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P9

소설가라는 인종은 수많은 결함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에 관해서는 대체적으로 대범하고 포용적인 것 같습니다.
그건 어째서일까요?
내가 생각건대 그 답은 아주 확실합니다. 소설 따위-‘소설따위‘라는 말투는 약간 난폭하긴 합니다만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거의 누구라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4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효율성 떨어지는 우회하기와 효율성 뛰어난 기민함이 앞면과 뒷면이 되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중층적으로 성립합니다. 그중 어느 쪽이 빠져도(혹은 압도적인 열세여도) 세계는 필시 일그러진 것이 되고 맙니다.
- P24

자,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분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단 한 가지, 실제로 물에 뛰어들어 과연 떠오르는지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난폭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식으로 생겨먹은 모양이에요. 게다가 애초에 소설 같은 건 쓰지 않아도(혹은 오히려 쓰지 않는 편이)인생은 얼마든지 총명하게, 유효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 P29

영어에 epiphany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본질의 돌연한 현현‘ ‘직감적인 진실 파악‘이라는 어려운 단어입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어느 날 돌연 뭔가가 눈앞에 쓱 나타나고 그것에 의해 모든 일의 양상이 확 바뀐다‘라는 느낌입니다. 바로 그것이 그날 오후에 내 신상에 일어났습니다. 그 일을 경계로 내 인생의 양상이 확 바뀐 것입니다.
- P46

하지만 동시에, 라고 할까, 그보다는 우선, 그래도 명색이 표현자의 말단으로서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내게 맞는 스케줄에 따라 내가 원하는 대로 쓰고 싶다. 그것이 작가인 내가 가져야 할 최저한의 자유라고 생각했습니다.
- P105

 뛰어난 소설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설도, 혹은 별 볼 일 없는 소설도 (전혀) 괜찮아요,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 P119

그에 비하면 처음부터 묵직한 소재를 갖고 출발한 작가들은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엔가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 P134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 매일 20매의원고를 씁니다. 아주 담담하게. ‘희망도 절망도 없다‘는 것은 실로 훌륭한 표현입니다. 
- P151

그래서 나는 퇴고 단계에서는 자존심이나 자부심 따위는 최대한 내던져버리고 달아오른 머리를 적정하게 식히려고 노력합니다. 단지 그 달아오른 머리를 지나치게 식혀버리면 퇴고 자체를 못 하니까 그런 쪽으로는 약간 조심해야 합니다만. 그러고는 외부의 비판에 견뎌낼 태세를 정비합니다. 
- P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