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같은 소재도 어디에 주목하는지, 다시 말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창작은 자신이 발견한 의미를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 안으로 던져넣는 행위다. 
- P152

해석 가능성이 수천수만 가지일지언정 ‘나는 이렇게 바라보겠다‘는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에디터적 사고력은 정보를 해석하는 자로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위치와 관점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 P153

어떤 대상에 대해 해석, 견해, 입장을 표명하려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야 한다. 대상과 자신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세부 사항에 주목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밝힐 수밖에 없다.
숨어서는 할 수 없는 일. 동시에 수용자에게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짚어준다. 
- P154

독창적인 관점을 갖고 싶다면 이런 프레임을 의심하고 바꿔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요령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당연시하는 전제를 찾은 뒤에 "정말 그럴까?"라고 덧붙이면서 가급적 많은 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 P159

세상을 보는 당신의 두 눈, 정보를 해석하고 세상과 호응하는당신의 방식은 귀하고 소중하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화려해서가 아니다. 유일해서다. 당신이 이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러니 부디 질문하기를, 입장을 갖기를, 드러내기를!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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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파란, 나폴리
정대건 (지은이) 안온북스 2024-07-02, 216쪽, 에세이

#나폴리 #여행에세이 #정대건작가 #나의파란나폴리

⛲️ 7월 마지막 날 문학소매점에서 열렸던 청량한 여름 같던 북토크. 파란 여름 같던 책. (여름에 읽은 책을 겨울에 정리하고 있다는. 원래 읽는 속도 보다 느린 기록 속도, 무엇보다 빠른 책 입양 속도🥲) 청량하다, 파랗다했는데 책 제목때문에 그렇게 쓴 건 아니다. 여행은 때로는 파랗고, 눈부신 초록이고, 어느 날은 부셔질 듯한 주황빛으로 빛나기도 한다. 사실 여행은 찬란한 그 때 그 때의 빛이 있다. 심지어 어둡고 흐린색까지. 이 책은 정말 청량한 여름이었다.

⛲️ 나의 파란 나폴리를 읽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작가도 그랬다. 사람들도 물었다. 왜 여행을 왔냐고. 마침 이 책을 읽기 앞뒤인 7,8월 난 여행에 관한 미션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질문들을 만나고 나만의 대답을 기록했다. 던져진 질문들은 인지하지 못하던 지금과 이전의 변화들, 더 먼 이전까지, 삶의 자국 하나하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의 파란 나폴리에서 작가도 그렇지 않았을까. 책 곳곳에서 작가 스스로 하는 질문들에 같이 대답해본다.

⛲️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싶단 생각은 크게 해본 적이 없는데 책을 읽다가 가보고 싶다는 마음, 압도적인 ‘진실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풍경을 보면 나는 어떤 질문을 내게 하거나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많이들 여행은 낯선 곳에 던져진 나에게, 내가 하는 질문이라 한다. 북토크에서도 나온 말이었다.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은 나에게 나만의 서사와 고유함을 준다. 나는 또 내게 묻는다. 왜 여행을 하는가.

⛲️ 문학소매점에서 나눠준 보딩패스. 이런 건 처음인지라 엄청 설레었던 북토크. 문학이라고 되어있고 이름도 있다. 책갈피로 쓰는 동안 내내 여행기분일 듯. 아, 여행은 세상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을까 하는 분노와 세상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친절과 호의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세상사는 것도 매한가지. 이 세상 여행동안 잘 살아봐야겠어. 냥냥파워!


⛲️ 더더 남았던 구절들

🌱˝정, 왜 나폴리에 왔나?˝
안나가 물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게 던질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12주 동안 답을 찾아야 할 물음이기도 했다. 왜 나는 굳이 이곳에 왔는가? 
30

🌱이탈리아 여행에는 감탄과 긴장, 두 가지 능력이 동시에 필요했다. 
118

🌱역설적으로 눈앞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앞으로 이런 풍경을 평생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이 사람이 아니라는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토스카나의 발도르차 평원도 내게는 그럴 만큼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137

🌱난 늘 노력한 만큼의 정확한 보상을 바랐고 (그 ‘정확한‘은 자의적인 것이다), 세상은 그렇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종종 불행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보다 기대를 많이 하기에,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쁜 상황들을 먼저 떠올리며 위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신의 길 초입에서, 지난밤 예상치 못했던 지로 디탈리아와 천 개의 계단과 귀도의 요리는 내게 어떠한 메시지 같았다.
가보자, 포기하지 말고.
153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나의 모든 결핍, 이루지 못한 꿈,부서진 사랑과 상처, 거부와 거절의 경험이 모두 내 자산이다. 
178

#밀린독서기록 #기록속도는읽는속도보다느리지 #책사는건읽는것보다빠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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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디지몬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천선란 (지은이) 위고 2024-06-10, 132쪽, 에세이

#빈칸놀이터프로그램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문낭사 #문낭사9월 #천선란작가 #아무튼디지몬

💧 디지몬 어드벤처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똑같이 본 적 없지만 피카츄나 파이리, 로켓단 같은 캐릭터로 포켓몬은 안다. 디지몬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묵직함과 깊이에 대한 찬양을 블로그 이웃의 리뷰에서 읽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의 8할을 만든 그 보잘것없고 허접한 것들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고백한 책이구나. 그래서 문낭사로 추천.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상이다. 천선란 작가에게 디지몬은 이해받지 못하던 어린 시절과 고통, 성장, 꿈, 그리고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까지. 하나로 말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었다. 디지몬을 본 적도 없는 내가 디지몬 이야기를 읽다가 울고 웃고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난 내가 지키고 구원하고 싶었던 것(사실 지금도)을 생각해 보았다.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기에 힘들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힘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독하게 내가 살아온 시절은 사실 그만큼 간절히 지키고 싶었던 게 있어서였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닫고 위로받았다.

💧물론 그 독하던 기나긴 시간들의 최종 결과인 지금이 최선도 아니고, 심지어 아주 안좋은 상황도. 그러나 천선란 작가 아빠가 말씀하신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거란 생각은 하지말란 아니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엄마 아프기 십 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언니의 말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마음이 느껴진다.

💧아무튼 디지몬이 천선란 작가를 구하고 이별을 한 것처럼, 나는, 우리는 그렇게 무언가를 구하고자 했고, 무언가에게 지켜졌다.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것처럼 나의, 누군가의 추락을 막는 건 세계의 종말을 막는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도 나는 디지몬을 보질 않았고 아마도 계속 그러리라. 어차피 디지몬이 누군가 그리고 한 세계의 종말을 막았고, 우리 모두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고 또렷한 무엇이니.


💧 다 남았지만, 더 더 남은 구절들.

🌱이건 내가 디지몬과 영원히 이별하는 이야기다
7

🌱‘왜 구원에는 희생이 따르지?‘
‘지키고 구한다는 건 굉장히 아프고 잔인한 거구나.‘
20

🌱언뜻 보면 비슷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를 무찌르고 싶다는 마음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것이 선행되느냐에 따라 그 색이 완전히 달라지고 디지몬은 후자였다. 
22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물론 엄마에게 더 좋았겠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최상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어.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82

🌱나는 작고 보잘것없다. 그러니 힘든 게 당연하다. 그리고 (아마도)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90

🌱 나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아포카리몬으로 진화할 위험성이 있는 존재들을 본다. 그리고 나를 본다. 그들의 타락을 막는 것이, 나의 추락을 막는 것이 이 세상의 종말을 막는 일 같다. 어떻게 그들을, 나를,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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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에게 진화는 단계별 목적지와 같다. 한 단계 더 센 디지몬을 이기려면 자신도 그 단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단계를 깨고 올라가야 한다. 
- P59

상처받은 나는 그날로 학원에 가지 않았다. 그림은 내 재능이 아니었던 거다. 정말 재능이었다면나는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서 계속했을 것이다.
- P63

이제는 없다고, 더는 되찾을 수 없다고 믿었던 그것이 사실 내 안에 있음을. 그건 비록 색이 바랬을지라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에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 P75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최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지금 우리의 현실이 가장 행복하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일 거야. - P82

나는 작고 보잘것없다. 그러니 힘든 게 당연하다. 그리고 (아마도)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 P90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평온이 아니라 세상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던, 고요였던 것 같다. 어떤 파장도, 색도, 온기도 없는, 무채색의 세상.
- P102

나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아포카리몬으로 진화할 위험성이 있는 존재들을 본다. 그리고 나를 본다. 그들의 타락을 막는 것이, 나의 추락을 막는 것이 이 세상의 종말을 막는 일 같다. 어떻게 그들을, 나를,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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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정의하는 나의 두 번째 문장은 ‘내 콘텐츠를 남이 소비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이다. 세상에는 볼 것, 읽을 것이 정말많다. 내 글과 생각은 나에게나 각별한 것이다. 독자가 호의를 갖고 경청해야 할 당연한 이유가 없다. 
- P129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뭐라고요?"
"그걸 제가 왜 알아야 하죠?",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이야기들과 뭐가 다르다는 거예요?"라고 시큰둥하게 되묻는 가상의 독자 목소리를 왼쪽 귓가에 모셔둔다. 
- P130

컨셉 도출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재치가 아니라 끈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빈 땅이 보일 때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끝까지 자문자답하는 끈기가 기억되는 컨셉을 만든다.
- P136

나는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이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길 들을 상대방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느낄 만한 재료가 무엇인지,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상상할 줄 모른다면 핵심을 골라내기도힘들 것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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