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향해 등대를 밝히듯 집집마다 거대한 어둠에 맞서 자기 별에 불을 밝혀, 대지는 서로에게 보내는 환한 신호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파비앵은 이번에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정박지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리고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음에 감탄했다. - P18
휴식도 희망도 없는 노력이었다. ‘난 이제 늙었어......‘ 자신의 유일한 행위에서 더이상 위안을 찾을 수 없다면, 그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었다. - P22
그는 열린 창문 앞에 서서 밤을 이해했다. 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품고 있었고, 예배당처럼 아메리카도 품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장엄한 느낌에 놀라지 않았다. 칠레의 산티아고 하늘은 낯선 하늘이지만, 우편기가 일단 칠레의 산티아고를 향해 가면, 우리는 그 항로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하나의 웅장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니까. - P41
"나는 정당한가 부당한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엄격하게 굴면 사고는 줄어든다. 책임이란 개인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적용되지 못하는 막연한 힘과 같다. 내가 정말 정당하게 군다면, 야간비행은 매번 죽음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는 이 길을 너무 혹독하게 달려온 데 대해 피로감이 들었다. - P57
그는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밤거리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정복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에게는 단지 바다의 심연에 지나지않을 이 꽃들, 이 책들, 이 온기를 그녀는 슬프게 바라보았다. - P67
그러나 해가 떠오를 동쪽을 뚫어져라 본들 무슨 소용인가. 그들 사이에는 너무도 깊은 밤이 있어 그것을 뚫고 다시 올라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 P77
모두 문을 잠그고, 불빛 없는 거리의 집들은 각각한 척의 배처럼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세상과 단절되었다. 새벽만이그들을 구해주리라. - P81
정비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공익은 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못해요." 한참 뒤에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 P88
고대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고통에는 연민을 느끼지 않았지만, 죽음에는 엄청난 연민을 느꼈다. 그것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모래언덕이 지워버릴 종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백성에게 적어도 사막에 매몰되지 않을 돌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 P89
그들은 보석이 가득한 방에 갇혀 다시는 그 방을 나올 수 없는, 동화 속 도시의 도둑들 같았다. 그들은 얼음처럼 차갑게 반짝이는 보석들 가운데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죽을 운명을 맞이하여 떠돌고 있었다. - P97
파비앵 부인 또한 남편의 죽음이 내일쯤부터 어렴풋이 실감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소용없어진 행위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사물들 하나하나에서, 파비앵은 천천히 집을 떠나갈 것이다. - P106
이처럼 혼란한 가운데서도, 그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복수이자 증명이었다. 이 순조로운 비행은 전보를 통해 다른 수많은 비행 또한 순조로우리라는 점을 예고했다. ‘매일 밤 태풍이 오는 건 아니다.‘ 리비에르는 또 이런생각도 했다. ‘일단 길을 개척해놓으면,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법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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