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어떻게 측정하지? 행복은 감정, 기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 P28

어쩌면 행복이야말로 새로운 슬픔이라고 할 수있을지 모른다.
- P32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 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심지어 불행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불행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하다. 행복을 진심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 P46

그때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 모든・・・・・・ 자유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라는 깨달음. 관용은 훌륭하지만,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건 아주 좋지 않다. 
- P50

"깨끗함." 디터가 말한다.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을 본 적 있어요? 아주 깨끗해요." 처음에 나는 이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금방 생각을 바꾼다. 스위스인들은 농담을 하는 법이없다. 무슨 일에 대해서든, 결코.
- P58

스위스의 도로에는 움푹 팬 곳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스위스는 대단히 기능적인 나라다. 이것이 기쁨이나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불행의 원인을 많이 제거해주는 건 사실이다.
- P59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권태를 "우리 목에 닿는 무無의 뜨거운숨결"이라고 정의했다. 스위스에서는 그 뜨거운 숨결이 없는 곳이없다. 공기 중에 쫙 퍼져 있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고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권태가 있다. 그들은 권태를 완벽하게 다듬어 대량생산했다.

- P61

만족감. 중립적인 감정. 어쩌면 이래서 스위스가 중립국인지도 모른다. 스위스가 중립국이 된 것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도덕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퐁듀와 전쟁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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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등대를 밝히듯 집집마다 거대한 어둠에 맞서 자기 별에 불을 밝혀, 대지는 서로에게 보내는 환한 신호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파비앵은 이번에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정박지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리고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음에 감탄했다.
- P18

휴식도 희망도 없는 노력이었다. ‘난 이제 늙었어......‘ 자신의 유일한 행위에서 더이상 위안을 찾을 수 없다면, 그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었다. 
- P22

그는 열린 창문 앞에 서서 밤을 이해했다. 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품고 있었고, 예배당처럼 아메리카도 품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장엄한 느낌에 놀라지 않았다. 칠레의 산티아고 하늘은 낯선 하늘이지만, 우편기가 일단 칠레의 산티아고를 향해 가면, 우리는 그 항로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하나의 웅장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니까.  - P41

"나는 정당한가 부당한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엄격하게 굴면 사고는 줄어든다. 책임이란 개인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적용되지 못하는 막연한 힘과 같다. 내가 정말 정당하게 군다면, 야간비행은 매번 죽음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는 이 길을 너무 혹독하게 달려온 데 대해 피로감이 들었다.  - P57

그는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밤거리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정복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에게는 단지 바다의 심연에 지나지않을 이 꽃들, 이 책들, 이 온기를 그녀는 슬프게 바라보았다.
- P67

그러나 해가 떠오를 동쪽을 뚫어져라 본들 무슨 소용인가. 그들 사이에는 너무도 깊은 밤이 있어 그것을 뚫고 다시 올라가지 못할 테니 말이다.
- P77

모두 문을 잠그고, 불빛 없는 거리의 집들은 각각한 척의 배처럼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세상과 단절되었다. 새벽만이그들을 구해주리라.
- P81

정비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공익은 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못해요." 한참 뒤에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 P88

고대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고통에는 연민을 느끼지 않았지만, 죽음에는 엄청난 연민을 느꼈다. 그것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모래언덕이 지워버릴 종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백성에게 적어도 사막에 매몰되지 않을 돌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 P89

그들은 보석이 가득한 방에 갇혀 다시는 그 방을 나올 수 없는, 동화 속 도시의 도둑들 같았다. 그들은 얼음처럼 차갑게 반짝이는 보석들 가운데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죽을 운명을 맞이하여 떠돌고 있었다.
- P97

파비앵 부인 또한 남편의 죽음이 내일쯤부터 어렴풋이 실감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소용없어진 행위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사물들 하나하나에서, 파비앵은 천천히 집을 떠나갈 것이다. 
- P106

이처럼 혼란한 가운데서도, 그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복수이자 증명이었다. 이 순조로운 비행은 전보를 통해 다른 수많은 비행 또한 순조로우리라는 점을 예고했다. ‘매일 밤 태풍이 오는 건 아니다.‘ 리비에르는 또 이런생각도 했다. ‘일단 길을 개척해놓으면,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법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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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크리스마스, 댄." 엘리가 말했다.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그는 습관처럼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예전에는 그걸 보면 그녀의 몸이 달아올랐다.
"잘 가라는 말을 노인의 방식으로 표현한 거야. 댄." 엘리는 외치고 문을 닫았다.
- P72

그리고 살다보면 뭐가됐든 적게 설명할수록 좋은 경우가 더 많았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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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에는 가장 훌륭한 결정과 가장 훌륭한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세운 빈틈없는 계획이 아니라 우연의 소산이라는 격언이 있었다.
- P21

엘사는 경외감에 젖어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가슴 가득 희망을 안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러 온 수많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상징이었던 이런 장소에서는 반드시 소원을 빌어야 했다. 엘사는 눈을 감고 그녀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강당이 생기길 빌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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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부탁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난처할수록 언성을높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수록 오히려 억울해하는 부류가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그간의 내 삶을 돌아봤다. 나는 그저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 P138

다른 관계가 아닌지 여기저기 캐묻고 다녔다. 남들 눈에 띄는 여학생은 늘 구설수에 휘말렸다. 
- P138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비는 심정으로 살아가면서 큰고모 같은 어른을 다시 만나지 않기를 기도했던 것처럼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 같은건 절대 없기를.
- P139

이런 것도 복수라면 복수였다. 그가 고통받고 있으리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 거였다. 내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는걸 나는 가만히 인정했다. 
- P144

저에게 제일의 건강 비법은 아무래도 복수인 것 같아요.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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