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 대학 영문과의 옛 동료들과 내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들은 이 책이 픽션임을, 여기에 묘사된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이미 죽은 사람이든 살아 있는 사람이든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지않았으며 소설 속 사건들 또한 우리가 미주리 대학에서 겪은 현실속 사건들에 전혀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 P5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22
"내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바퀴 휙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같기도 하고. 여기서는 서서히 사멸해 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P49
고든은 자신에게 허락된 미덕의 힘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온 세상 사람들을 거기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 그래야 자신의 믿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 - P50
하지만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네.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 P51
그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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