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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구약성서 ㅣ 하룻밤 시리즈
이쿠타 사토시 지음, 오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성서라.. 어릴적 성당을 열심히 다닐 때 읽어본 기억이 있다. 벌 받을 말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이야 그닥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사는것이 힘들다는 이유를 대기도 하고 성서라는 것이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는 것을 들며 손이 가지 않는 책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된 까닭을 잘 모르겠다. 더구나 읽는 도중 초등학생인 조카가 집에 왔는데 요즘 성서를 한페이지씩 베껴쓰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운명처럼 이 책이 가깝게 느껴진다. 어쩌면 내 가슴속 오래된 신앙심이라는 것을 끌어 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좀 다르다. 성서라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옮기어 태초에 신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인 아담과 하와를 만들어 내셨으며 이후 그들의 자손들이 살아가는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안에는 신을 따라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신을 거역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신에게 시험을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있는 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라고 말이다. <하룻밤만에 읽는 구약성서>는 마치 인문학 서적을 읽는 느낌이 든다. 오래된 고전 책을 풀어 내어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읽어 내려가기 쉽게 재해석 했다고나 할까.
항상 헷갈려 왔던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에 대한 비교도 흥미롭다. 강력한 힘을 가진 세 종교가 모두 한 신을 믿는 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왜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한 아버지에게서 난 자손들, 역사, 정치, 그리고 나라의 지리학적 위치까지 모두 맥락을 아울러 접근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지식을 이끌어 냄을 알수 있다. 성서가 단지 한 종교의 역사서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지도나 도표 그리고 칼럼등을 이용한 것도 색다르다. 아직도 성서의 많은 에피소드들은 영화로 소설의 소재를 제공함으로서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창세기 부터 유다민족의 해방까지 들어 있는 구약성서를 읽다보니 이어지는 신약성서에도 관심이 가진다. 성서란 것이 어려운 단어도 많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 우리에게는 생경한 행동들이나 풍습들도 등장하게 되는데 이 또한 사람사는 이야기이니 어느새 동·서양의 윤리나 도덕,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며 읽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구약성서는 5권의 율법서, 12권의 역사서, 5권의 시가, 5권의 대예언서, 12권의 소예언서 등 3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 긴 내용을 어찌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겠냐마는 성서 속에 담긴 문화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지구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특히나 서구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구약성서의 연구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유대교도,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가 세계 인구의 40%나 된다는 통계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성서이라는 것을 보면 그들 모두가 구약성서의 가르침 아래에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읽기기를 원했던 저자의 생각이 있지 않았나 싶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그 시대의 인물이나 영웅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에 지루함이 없다. 또한 숱하게 들어 보았던 익숙한 이름들도 등장하니 오랜만에 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 이사악의 아들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아들 요셉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재미를 느낀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그 삶속에서 어떤 역사를 만들어 내었는지 알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만나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