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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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을 읽고 서평을 올렸는데 이번에는 그 2탄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이다. 도쿄 근처의 100평 규모의 서점 세후도의 명탐정 콤비인 교코와 다에가 벌이는 활약을 담은 책으로 세후도 서점 사건 메모 ② 출장편이다. 그들의 유명세가 이제 지방까지 전해진 걸까 교코의 동료였던 미호의 부탁으로 오래된 서점의 마루우도의 유령사건을 풀기 위해 여름휴가를 겸해 아름다운 경치와 온천이 있는 신슈로 향한다.

 

1편의 짤막짤막했던 단편과는 달리 29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호흡의 장편이 되어 있는 2편은 1편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랬을까 기대감으로 충만한채 시작되었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모습은 날카롭지만 왠지 이전의 탐정들과는 다른 일상생활에서의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살인사건이 연류되어 있을거라는 미루우도의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졌다. 서점의 유령이라니 무슨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듯 한 기분이 든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다. 물론 다에의 추리능력은 이미 알고 있지만 27년 전의 유명작가의 살인사건이 그리 쉽게 밝혀질리가 없다. 이미 범인도 잡혔었고 그 범인이 죽은 지도 꽤 지나지 않았는가. 그러나 미호와 미루우도의 점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그리고 미루우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고쿄와 다에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다. 한사람씩 관련자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가운데 무언가 의심적인 부분들이 드러나고 사건의 실마리가 잡혀 가게 된다.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 중 유일한 장편이라는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는 호러나 스릴러의 소재가 되고 있는 유령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끔찍하다거나 무섭다는 느낌이 없다. 심지어 죽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탐정들의 발랄함과 명쾌함 그리고 진지함이 덮어 주고 있다고나 할까. 게다 책을 사랑하는 그리고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마을의 유명작가에 대한 애정이 그의 죽음 뒤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기에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점에 대한 향수와 애착이 있다. 지금이야 인터넷 서점들이 활성화 되어 있지만 분야별로 작가별로 출판사별로 그리고 종류별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서점을 가보는 재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의 한구탱이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읽던 것 책을 고르던 즐거움을 기억하고 있기에 지방의 오래된 서점이지만 역사를 담고 있는 미루우도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이 사건이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란 마음이 든다.

 

끝까지 가야 밝혀지는 유령의 존재. 쿄코와 다에의 활약 너무나 궁금하지 않은가.. 그들을 계속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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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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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편하게 하는 책이 있다. 물론 소설도 그런 류가 있기는 하지만 기억의 대부분은 에세이였던 거 같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옆집아저씨같기도 하고 동네 아줌마 같기도 하고 때론 취업에 고달픈 동생같기도 하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 내 친구 같기도 한 작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세이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인생을 나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게 되는 거 같다.

 

최인호.. 이름 석자만 대도 70-80년대 책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라면 아! 하고 알만한 작가다. 아니 이후 세대라도 <상도>라는 드라마를 통해 알수도 있겠다. <고래사냥><겨울나그네>등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되었다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최인호 작가의 <인연>은 <산중일기..2008 랜덤하우스출간> 이후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에세이인거 같다. 그 때도 그 따스한 글에 내 자신의 답답함을 위로 받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새해를 출발하는 내게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줄지 사뭇 궁금해졌다.

 

<인연> 제목마저도 좋다.  불가에서 말하듯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나의 부모님 나의 가족 내 친구 내 지인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 어떤 인연이기에 이승에서 만나 알고 살아가는 것인지 우리는 작가의 인연을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소중함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이건 추억으로의 여행이다. 작가는 오래도록 사용했던 티비나 가전제품,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 한명, 시 하나를 통해 교감을 느껴버린 문학가들, 버려졌던 난 화분에서 꽃대를 올리는 생명의 신비함과 위대함, 아내에게 보냈던 연애시절의 편지 한통 등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의 생애동안 맺어진 인연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애정이 뜸북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중략>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 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52쪽)

 

나는 인연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내게 머무는 사람들과 스쳐가는 사람들 모두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의 나의 삶을 만들어준 매개체가 되었단 생각을 하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세상은 모두 인연으로 만들어지고 인연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밀러의 말을 인용 우리 모두를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 했다. 신의 섭리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고 소멸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인연이란 거다. 이 인연이 소중한 이유는 서로의 빛을 받아 반짝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투병을 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저자의 글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을 거 같다. 우선은 오늘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내 가장 깊은 인연이기에....

 

<2010.1.12 모처럼만에 정말 기분좋은 책을 만났다. 나보다 인생선배인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내 생활에 대한 반성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그분의 소설만을 접하기 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것을 잘했단 생각을 한다.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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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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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안을 돌아본다. 무수히 많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자주 읽거나 좋아하는 책들은 손이 닿은 만한 장소에 두고 눈에 잘 띄는 책장안에 넣어두기도 하지만 오래된 책이나 어려운 책들 아님 시리즈별로 나온 것들은 잘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어느 구석에 박혀 있게 되는 거 같다. 그러다 보면 기억속에서 잊혀지기도 하고 말이지...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구간 신간 가릴 것 없이 모든 종류의 책을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거 같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하루하루 얼마나 많은 종류와 권수의 책이 발간되고 서점으로 입고 되는가 생각해 보면 아무리 자신의 파트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도 일반인보다야 책에 대한 관심과 집중력이 대단하긴 할 거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다산책방, 2009년)의 홈즈걸 쿄코와 다에처럼 말이다.

 

24살의 6년차 서점 직원 쿄코와 21세 법학과에 다니는 여대생으로 서점에서 알바중인 다에는 추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홈즈와 왓슨처럼 환상의 복식조라 할 수 있을 법하다. 친절하고 성실한 도우미와 날카로운 관찰력과 직관을 가졌지만 덤벙이인 세후도 서점의 이 콤비가 풀어나가는 책에 관한 사건들은 우와 라는 감탄사를 낼 정도의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저자가 13년간 서점에서 일한 베테랑 직원이어서 그랬을까 십분 자신의 경험을 소설속에 녹여내었다. 책이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는 소재 자체도 독특하다. 게다 하나씩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저자 자신은 일상적인 풍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며 등장하는 책을 읽어 보았는데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판다는 속삭인다>의 에피소드처럼 책 제목을 이용한 퍼즐 맞추기를 해 보고 싶기도 할 거 같고 <여섯번째 메세지>처럼 나와 비슷한 취향의 책읽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할 거 같다. <디스플레이 리플레이>에서 저자가 스스로 독자와 만나는 행복한 순간이 있듯이 나 자신도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 모두에 사인을 받고 소장하고 싶어 하는 꿈도 꾸어 볼 수 있었다.

 

세후도 서점 사건 메모 시리지는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와  홈즈걸의 사인회는 어떠세요의 3권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책에 관한 미스테리는 서점직원에게 " 책에 관한 문제라면 홈즈걸에게 맡겨주세요" 라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긴장될 만큼의 스릴이나 충격적일만큼의 사건이 아닐지라도 사건의 해결은 웃음을 터트리거나 훈훈함으로 마무리 되는 추리/미스터리 단편집이기에 부담없이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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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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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여서 그랬을까 책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몰입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보통 한 권을 잡으면 끝까지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잡았다 저 책을 잡았다 했는지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왜 이렇게 기분이 싱숭생숭한지.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하고 책장을 기웃거리는데 <오즈의 닥터>가 눈에 들어 온다. 역시 표지의 힘이다. 평소에도 괴기스러움에 관심이 있어서 그랬을까 이거 혹시 호러나 스릴러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냉큼 집어든다.

 

제 1회 자음과 모음 문학상 수상작이란다. 흥미롭다. 이야기의 시작은 학교 세계사 선생님이던 김종수가 모범생 수연의 컨닝을 발견하고 시험지를 뺏으면서부터 시작된다. 내신에 민감했던 수연이 악에 받쳐 선생님을 성추행범으로 고발하게 되고 이 일은 일파만파 커져 결국 학교도 그만두고 재판을 받게 된다. 어린시절의 상처와 정신적 문제를 들어 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이와 함께 정신과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이 닥터팽이다.

 

의사 맞어? 하는 생각이 들만큼 독특하고 요상한 캐릭터이다. 상담을 하기 위해 간 김종수의 앞에는 의사라고 보기엔 정상이 아닌 사람이 있다. 삐닥구두나 홈드레스의 여장을 하기도 하고 세일러문같은 코스프레를 흉내내기도 하며 그를 당황시킨다. 이야기를 하라고 하지만 자신은 졸고 있는 이 사람에게, 김종수는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아빠 엄마 누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주인공에게 연민이 생긴다.

 

그런데  닥터 팽에게 말하는 모든 것들은 주인공 스스로가 끊임없이 합리화시키고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현실로 진실로 만들어 버린것이었다. 이 책의 초반부를 넘어설 때까지도 나는 그것이 허구임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다. 그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사건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모르게 황당무계한 일들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쏟아낸다.

 

-도대체 ..진실이라는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거죠?

-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p172

 

내 기억의 진실은 어디까지 일까? 우리는 기억하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머리속에 담고 살수는 없을까? 세상살이에 대해 나는 얼마나 진실되고 나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허구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던 거 같다. 흡입력 있게 독자를 빨아들이는 스토리의 탄탄한 구성과 작가의 필력이 있었음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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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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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의 버스안은 참 한산하다. 아주 혼잡한 시간을 피해 출근하는 덕에 이 시간만큼은 느긋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처음에는 흔들리는 버스속에서 어떻게 책을 읽지 하며 어지러워도 하고 속 메스꺼워 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익숙해지니 행복한 시간으로 변해 버렸다. 집을 나오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을 집어 들어 가방에 넣었는데 자리를 잡고 꺼내니 바로 덕혜옹주다.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생소한 이 아리따워보이지만 슬픈 눈망울을 보이는 처자가 덕혜옹주구나 표지를 보며 순간 가슴이 짠해진다. 표지만으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책을 펼치지 않아도 이 책이 슬프다는 것을 알겠다.

 

"비참하게 버려진 조선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 삶을 기억하라!"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비운의 사람들이 많은 걸까. 나라를 잃었던 것도 서러운데 그 서러움이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 민초들의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만 황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를 당하고 국권을 되찾고자 노력했던 고종의 어이없는 양위 그리고 이어진 독살로 의심되는 죽음뿐만이 아니라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 일본인과 결혼을 해야 했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그리고 고종이 그리 예뻐해서 궁안에 즉조당이란 유치원까지 만들며 곁에 두고자 했던 막내딸 비운의 덕혜옹주가 있다.

 

정치니 세계의 흐름이니 황족이니 따위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딸로서 아버지인 고종을 좋아하고 재롱을 떨던 덕혜옹주가 어린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받은 충격은 어떤 것이었을까. 커피를 즐겨하던 고종이 독살되었으리란 생각에 마실 물을 물병 가득이 들고 다녔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아파온다. 자신의 죄라면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던 것이라 말했던 그녀가 볼모로 일본으로 가 생활해야 했던 37년 간의 세월은 온통 망국의 한이었을 것이고 일본의 지독한 감시에 두려움과 처참함의 계속이었을 것이다. 계획된 치욕스러웠던 일본남자와의 강제결혼 그리고 그녀와 똑같은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정혜와 마사에라는 괴리감 사이에서 힘겨워 하던 하나뿐인 딸아이의 엄마에 대한 불만과 외면은 큰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고 정신병동에서의 비참했던 삶속 살았을 그녀를  조국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에 얼굴이 화끈거려온다.

 

열세살 지금이라면 아빠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할 나이, 그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풍파를 맞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지켜낼수가 없었다. 덕혜의 삶은 철저히 파괴되었으며 스스로 자신을 안으로 가두어 그 총기있던 아이가 그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가 그 사랑스럽던 아이가 점점 메말라갔고 어두워져 갔으며 모든 것을 포기하며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미치고 싶었는지도 아니 미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버스 차창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그 무엇도 할 수도 해볼 수도 없이 무력하게 타인에 의해서 망가져 가는 삶을 지니고 있었던 이 여인에게 도대체 누가 보상을 하고 누가 사죄를 할 것이란 말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덕혜옹주가 저 세상을 가서나마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것에 대해 너무나도 소홀하고 안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역사가 부끄럽건 자랑스럽건 우리의 조상이며 과거이고 그 토대위에서 대한민국은 일어섰으며 현재가 존재한다. 미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뿌듯함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대단한 조상들의 업적을 기리고 같은 실수와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삼도있게 과거를 연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던 우리의 황실에 대해서도 좀더 철저한 고증과 역사적 관심이 필요랗 듯하다. 에고 너무 울어서 눈이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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