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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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약해?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키우기 때문이쟎아.. 정말 버릇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내 새끼면 콱....

ㅎㅎ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현장에 있다 보니 아이들과의 생활이 일상이다. 어릴적 어른한테 예의없다고 공부 안한다고 엄마한테 맞는 일이 다반사였던 나였기에  그 반항심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나 도에 지나친 듯 보이는 요즘의 아이들을 보노라면 화가 치밀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세상, 남과의 비교가 상처가 됨에도 스스로의 생각과는 달리 평가되어 지는 현실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매일매일을 살고 있다. 말로는 공부할 때가 제일 편하고 좋은거야 하지만 어려도 나름의 생활과 인격이 있기에 그들만의 세상을 인정하고 보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왜 아이들 이야기냐고 ? 오늘 읽은 김려령 작가의 <우아한 거짓말> 덕분에 마음이 편치 않아서이다.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윽박지르며 아이들에게 우리의 살길은 공부다 공부를 열심히 하자를 외치고 있지만 깊숙한 대화를 하다보면 이 짜증나는 세상에 더욱 화가 난다. 친구와 함께 있고 싶고 연예인 얘기도 실컷하고 싶고 어른인 나도 그런데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풍부한 청소년기의 친구들은 어떨까. 학교에 학원에 치이면서도 깔깔 웃는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모를거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에게 고통이 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친구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왕따라는 이름으로 사회문제가 되었었지만 내 자식의일이 내 주변의 일이 아니란 이유로 등한시 했던 무거운 주제를 다시 한번 들추게 된다.

 

천지가 바보같았다. 그깟 따돌림 정도가 뭔데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를 두고 열네살의 나이에 세상으로 가버렸을까, 엄마와 언니에게 말하고 힘겨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던 걸까? 미련스러운 것 하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다가도 아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청소년시절의 거의 모두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친구문제인데 정말 죽을만큼 아팠겠다 하니 안타까움과 슬픔이 밀려온다. 아침결에 엄마에게 최신형 MP3를 사 달라던 천지 빨간 색 털실에 목을 맨 천지의 모습은 가엽고 애처롭다. 가해자인 화연이 또한 그렇다. 너무나도 미워지던 그 친구도 어쩜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따돌려 지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 먼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어였을 수도 있다. 퍼즐조각처럼 맞물려 가지만 하나가 없어져 완성될 수 없는 것처럼 천지와 화연은 평행선에 서 있는 그런 친구였던거 같다.

 

떠난 사람은 슬픔을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남은 것이 얼마만큼의 고통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천지의 죽음에 그 이유를 캐기 시작하는 언니 만지가 맞닥드린 현실은 모두를 힘겹게 한다. 사는것이 힘들었던 엄마,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만지가 있었고 자신의 아빠와 천지의 엄마의 관계에 천지가 곱지 보이지 않아 화연의 이중성에 찬성을 하지도 않았지만 반기 또한 들지 못했던 방관자 미란 모두 깊은 상처를 받는다. 제목처럼 <우아한 거짓말>이 사람을 살릴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천지의 죽음 뒤에 밝혀지는 진실 때문이다. 하지만 천지는 모두를 용서하려고 떠난다. 살아서 미움과 슬픔으로 얼룩진 인생을 살기 보다는 떠남으로서 모두를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 중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생보다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이 세상은 품고 있다고 한다. 나도 말하고 싶다. 얘들아. 한때의 힘겨움은 시간이 지난 후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회상하게 되는 날이 있단다. 그 힘든 시간들이 너희를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자라게 하는 비료가 될거다.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 좀더 힘차게 나아가 보자꾸나하고.. 세상에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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