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도 다시 쳐다봤다. 어제도 그랬고 아주 옛날에도 그랬다. 대놓고 보지 않아야 된다는 묵언으로 흘끗봤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어쩌면 더 힘차게)팔 다리를 내저으며 내 삶, 비장애의 영역으로 되돌아 온다. 나는 이제 그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엄마손을 꼭 쥔 아이는 묻는다. 

"저 사람은 왜 휠체(어)를 타고 있어?" 

그렇다. 전혀 무관하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무관심이야말로 특권이 된다. 나와 무관한 일은 거의 없어져버린다. 드세고 대차지지만 아줌마는 물잔을 찰랑거리는 감수성도 가지게 된다. '미담'은 더이상 예쁜 이야기가 아니라 아줌마가 그려야 할 미래의 붓칠이다.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더블 테이크>가 미담은 아니다. 연하지도, 강인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우스꽝스럽게 꼬꾸라지고 놀랄만큼 담백하다. 두 다리 없이 태어난 20대의 이야기치곤 무척 가뿐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는, 실은 시선을 'take'하는 우리의 눈은 그다지 가볍지 못하다. 굉장한 불운을 목도하는 상대적 안도감일지도 모르고 우리와 다른 신체에 깃든 고통스런 사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심정적 불편함을 감수하고 읽어야 하는게 장애 극복기고 더불어 '나도 사는 데 너도 살아라'같은 용기를 채집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원제 'double take' ) 케빈 마이클 코널리/황경신 옮김/달




더블 테이크(double take) ;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글자 그대로 또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람 또는 사건의 의미에 대해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

하지만 이 책, 지금 우리얘기하는 거 맞지? 되돌아보는 우리와 시선을 맞추자는 거지? 왜 쳐다 보냐고 묻는 거 맞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감출수 없는 호기심에 대한 정당한 태클?


아얘 사진까지 찍어두었군. 촛점의 흔들림도 개의치 않고 올려다 본 구도로 찍힌, 두려움과 호기심이 깃든 아이들이나 떫고 노골적인 표정의 어른들. '이것은 다리없는 사람의 스케이트보드입니다'라고 적힌 구르는 판 위에서 이른바 '더블 테이크'를 포착한 수 백 수천 개의 컷 중 18개의 사진이 각 장을 장식하고 있다. (총19장으로 되어 있지만 나머지 한 장은 저자 케빈이 스키타는 장면이다) 

사실, 이 사실은 명백한 스포일러다! 중반 이후 서서히 밝혀지는 사진의 각도에 정말로 책을 'double take' 했으니 말이다. 말을 꺼냈으니 다시 담지는 않겠다. '이건 '역전'이군.' 속으로 생각한다. 그 사진 속에서 감시자는 우리가 아닌 그다. 그러나 어쩐지 케빈이 통쾌하지만은 않다. 이게 무슨 꿍꿍인지 고민하고, 장애를 '이용'하는 수작이 될까 걱정도 한다. 

'자경단 퍼레이드'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케빈이 속한 팀은 본디 없었던 다리를 이용해 유혈이 낭자할 신체절단 이벤트를 벌일 계획에 들뜬다. 케빈은 팀에 기여하는 자신의 역할에 거의 병적인 자부심에 차 있었고, 약간의 실패조차 예감하지 못했다. 불쾌감이나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던 구경꾼들 덕택에, 자신을 구경거리로 만든 프로젝트에 대해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되묻는다. 

그는 다시 본격적으로 '장애 재활용'프로젝트를 구상한다. 바로 더블 테이크의 시선을 붙잡는 이 사진들이다. 오스트리아, 러시아, 일본..각국의 많은 도시들을 스케이트보드와 맨손으로 누비면서 쳐다보는 사람들을 카메라로 쳐다본다. '뒤 돌아봐'라고 주문을 걸 판이다. 달라진게 있다. 적어도 그가 웃음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감정이 몰려 온다. '수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복수의 형식이기도 했고, 일종의 치료법, 카타르시스 이기도 했지만 이기적인 목적임을 자각한다. 
 
그 고민들이 명확히 해결책을 찾은 것 아닌 듯 하다. (케빈은 이제 겨우 스물셋이다!) 어쨌든 그는 끝까지 갔다. 그가 받은 시선들을 되돌려 주었고,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고도 싶었다. 낭떠러지 앞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이제 반대 쪽으로 몸을 돌려 다시 힘껏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가 큰다면 성공담 말고, 이런 도전기와 분투기를 권하고 싶다. 게다가 그의 작문실력은  A+++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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