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 2,600년 동안 파묻혔던 붓다 본연의 가르침
바스나고다 라훌라 지음, 이나경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범우사의 문고본으로 나온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애타게 찾아봤지만 역시 사라지고 없네요.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를 말하기 위해선 '무소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텐데 말이죠. 아쉬우나마 몇 주전 도착한 김세중의 <무소유>를 펼쳤습니다.
 
어쩌면 이보다 좋은 대거리도 없겠습니다. 불교, 즉 붓다가 설파했다는 '무소유'가 종교계나 종교의 시혜를 입고 있는 대중에게 어떤 가치로 변모되었는지 확인하는 것 말입니다. <무소유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불교의 교리가 주관적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말합니다. 김세중의 <무소유>가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에게서 빌려온 가치들은 대게가 '물질적 소유'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우리는 두 스님이 얼만큼 청빈하고 숭고하신 삶을 살다가셨는지 어림짐작 합니다. 편생 한 벌의 누더기와 고무신으로 삶을 축약했던 성철 스님, 방에 남은 것이라곤 순수함을 일깨우는 <어린왕자>같은 책들 뿐이었다는 법정 스님. 저자 김세중은 '적당한 소유와 알맞을 정도의 욕망을 누리면서는 결코 진리의 참 모습을 볼 수 없음'을 스님들의 삶으로써 몸소 보여주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붓다가 '적당한 소유와 알맞을 정도의 욕망'을 재가자(출가를 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하면서 불교를 믿는 신도)에게 가르치려 했음을 증명하는 것일까요. 재가자들을 위한 부귀영화!와 지혜,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두 스님의 고행은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가 닮을 수도 없는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산중의 절간처럼 우리의 마음을 적막하게 했습니다. 김세중처럼 '소유할 것과 나눠야 할 것을 구분하며 살아야 한다'는 적당한 교훈을 도출해 내는 것이 대게의 태도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문화적 필터를 벗겨낸 붓다의 본래 가르침에는 잘 소유하는 것과 욕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있습니다. 

'부자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까지 빌려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려 하고, 극단적으로는 '부자가 되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인식을 재확산 하고 있는 김세중의 <무소유>는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와 대척점에 있어 보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이 선하고 신성한 것일지언정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은 '부'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붓다조차 교단의 존속이 신도들의 경제적 번영에 달렸던 만큼, 신도들에게 세속적 성공의 길을 불교 교리과 접목시키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또 하나의 뿌리 깊은 오해는 붓다가 속세의 행복(예를들면 오욕락)을 거세하거나 부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붓다는 '영적인 행복'이 더 좋다고는 했을지언정 행복하고 부유하게 살고 싶은 신도들에게 그것을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아얘 그들을 위한 설법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은 '출가 하려는 신도'들에게는 매우 중대했으므로, 붓다의 설법을 보존한 그들이 자신들에게 유용한 내용을 기록하여 보존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만나야 할 중도의 설법, 즉 중생을 위한 가르침은 많이 소실되었습니다.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불교로 만날 수 없었던 '성공과 행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어 보입니다.               

책 속에서 붓다의 세련됨을 만납니다.


하인의 복지
힘과 능력에 맞는 일을 맡겨라/합당한 임금을 지급하고/병들면 치료해주고/좋은 음식을 제공하며/ 재때에 일손을 놓을 수 있도록 하라.

수입의 사분법
붓다는 수입을 네 등분하여 쓰라고 권장했다. 반은 투자하고 사분의 일은 저축하며, 나머지 사분의 일로 생활하라는 "사분법"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붓다는 사람들이 보시나 소비로 재산을 다 날려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붓다는 저축을 중시했는데 '저축은 예기치 못한 비국이나 불운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지켜야 할 다섯가지 덕목
아내를 존중하라.(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이 완전히 무시되던 시대였음에도)
아내에게 상처주는 말은 삼가라
아내 이외의 여인을 유혹하지 마라
아내에게 권위를 주어라
미를 추구하는 마음을 존중하라 
                  -오늘 당장 남편에게 불교의 교리를 설법해야겠군요!

설득의 기술
오늘날 사용되는 설득기술은 주로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슬픈 일을 경험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우선 이야기를 잘 들어준 후 "정말 힘드셨죠"라고 말하라는 식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보다 심오하다. 말을 할 때는 그 말의 내용과 일치하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칭 육아의 진심어린 기술이군요!  

소통
민감한 주제를 놓고 논쟁하지 마라(형이상학적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느니 한발 물러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쪽이 훨씬 의미있다)
결점을 못 고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평화로운 결별을 선택해야 하는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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