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하다. 비밀 교리. 피타고라스. 앞치마. 컴퍼스.
'프리메이슨'을 아시나요? 도를 아십니까,처럼 들리는가. 성경, 신화, 윤회 사상, 영혼, 기하학. 이 모든 것이 통합된, 각 종교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공통되는 비의로 묶는 것.(<프리메이슨>) 그것이 바로 프리메이슨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었다.
기독교의 교리를 적극 채용하고, 고대종교의 신화들을 상징으로 제시하고, 불교와 같은 윤회와 거듭남을 강조하고, 세계의 원리가 기하학, 건축, 과학과 맞닿아 있다고 확증하는 이색 종교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전혀 모르셨다구요. 하지만 프리메이슨을 대표했던 인물들의 유명세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확히 프리메이슨은 아니었지만 훗날 프리메이슨이 그의 정의나 사상을 많이 포함했던 피타고라스만해도 수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비주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과학자, 스포츠맨이었다는 피타고라스는 수학적 계측이나 측량이 우주의 창조원리와 동일하다는 프리메이슨의 믿음과 일치했다. 모짜르트나 서구 낭만주의의 거장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르즈벨트, 독일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괴테, 역시 모두 프리메이슨 단원이었다면 확실히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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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코드>는 전쟁 암호, 문자, 종교의 상징들, 그래피티, 바코드, 등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코드로 이루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는 코드백과다. '코드'의 매력이나 쓰임이라면 비밀과 상징에 있을 것이다. 상징적인 암호들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에 속한다는 건 결속을 강화하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신비주의를 낳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프리메이슨'은 <시크릿 코드>에 꼭 포함되어야만할 종교였다.
메이슨이라는 단어와 그것이 품고 있는 그 어떤 의미도 비밀로 간직하라. (중략) 우리들이 남자, 여자, 아이, 막대기, 돌에 관해 비밀고 하라고 명한 것을 당신만이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형제에게만 밝히거나 프리메이슨의 지부에서만 밝혀라.
-'돌의 비밀에 대한 서약' 중에서
'입문하다'는 프리메이슨이 보통의 종교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체계적인 배움에 돌입하거나 발을 담그는 것을 보통 입문이라고 한다. 프리메이슨에는 이런 입문 절차, 혹은 통과제의가 존재한다. 몇 단계에 걸친 통과제의 안에는 비밀을 지키기 위한 서약과 경고를 담은 신화들이 등장한다. 이 '비밀스러움'이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을 난무하게 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부와 권력을 가진 엘리트들이 만든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시크릿 코드>) 비밀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프리메이슨이 쓴 프리메이슨 책<프리메이슨>이나 상상력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다는 진형준 교수가 쓴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에서 만난 프리메이슨은 세계재패의 의혹이나 잔혹한 형제애를 보여주는 이단의 집단이 아니었다. 물론 프리메이슨 자처해서 그것을 실토할리는 없겠지만 책 <프리메이슨>은 스스로의 종교를 변명하지 않으며 흩어지고 잘려나간 프리메이슨만의 순수한 가치들을 그러모아 진리에 대한 그들의 강렬한 갈구를 드러낼 뿐이다.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로는 프리메이슨을 둘러싼 의혹의 실상과 이상을 추구했던 한 종교에 대한 탐색을 경험할 수 있다.
<프리메이슨>이 종교의 심장부를 보여 준다면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는 프리메이슨의 몸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책의 초반부에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비밀단체라면 왜 이제와서 책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걸까,라고 말이다. 현재 프리메이슨은 사실, 본질을 많이 상실한 상태이며 자선단체나 정당 정도로 비춰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은 그때도 지금도 비밀이 아닐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을 만난 이는 벙어리가 된다'는 말처럼 비밀이 스스로 자신의 입을 닫고 있는 거라면. 매우 개인적이고 지극한, 누구에게도 말로 전해줄 수 없는 것이라면 그걸 굳이 '비밀'이라고 해도 좋은 것인가.
실제 예수와 붓다는 그런 비밀들을 현명하고 상징적인 언어나 삶으로 풀어낸 성자들이다.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진형준은 스필버그의 UFO영화 <미지와의 조우>를 통해 설명한다.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는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 멀더와 스컬리의 X파일, 살인마 잭 사건, 스님행새를 하는 땡초의 전말 등, 흥미진진한 예를 통해 프리메이슨의 교리나 암흑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한다. 독자는 고딕의 건축들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낭만주의 작품들 속에서 프리메이슨을 만나면서 우리도 그 진리의 멀지 않은 영역에 닿았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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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 진형준 저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직각자, 컴퍼스, 정삼각형 등은 기하학에 우주의 진리가 담겨있다고 여기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을 드러낸다.
세계 속의 '프리메이슨'은 짧은 번성과 긴 오명의 역사를 써야했지만 그 의미만큼은 강렬하다. 진형준의 책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바이기도 하지만 <프리메이슨>을 만나면 좀 더 확실해진다. 프리메이슨이 도달하려는 '영적인 목표', 조직의 계보, 입문의식을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크리슈나무르티나 붓다의 깨달음을 전하는 종교서적과도 빗댈만하다.
그들의 입문 의식을 보면
첫 단계; 열기와 닫기의 시작인 이 단계에는 닫힌 의식, 잠든 영혼을 깨워서 신에 대한 경외감을 보이는 동시에 비밀을 함구하라는 닫기로 마무리 된다.
두 번째 단계; '폭포수 옆의 낱알'로 상징되는 이 단계는 철학적 단계다. 영적인 길로 들어가기 위해 지적인 본성을 발전시키고 통제하면서 내적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이다. 이 입문단계의 지원자는 플라톤의 대화편과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의 글, 성녀 데레사의 '내면의 성채'를 탐독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세 번째 단계; 신비한 죽음의 단계다. 이 죽음은 육체적 죽음이 아닌 정신적 죽음이다. 육적이고 감각적인 삶에서 영혼이 더 없이 자유로워지는 죽음. 죽음과 재탄생의 세 번째 단계를 통과하면 최초의 금속세공인 이름이 타이틀로 주어진다.
각 입문의식에는 그에 따르는 상징적인 물질들을 함께 만나게 된다. 이 의식은 '프리메이슨'이 얼마나 참회와 속죄, 세속의 때를 벗겨야 함을 주입하며 깨달음을 위한 피나는 정진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상징적인 의식들로만 그 자리를 메우지만 '프리메이슨' 본래의 고매한 정신을 만난다. <프리메이슨>은 종교의 기원을 말하면서 프리메이슨이 나아가야할 원론적인 방향에 대한 모색도 꿈꾼다. 시장체제와 편가르기로 인해 왜곡되고 모순된 현실의 종교에대한 따끔한 가르침으로 들어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이상적인 목표를 가진 종교가 왜 기독교나 불교만큼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지는 공개된 입문의식이나 깨달음에 대한 비밀의 함구에서 드러난다. 수행, 영혼의 정화, 깨달음이 얼마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은밀히 일어나는지 이 종교는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