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사 교과서에 아프리카는 단 한 줄이다'라는 의미의 문장이 브라운관에 떴습니다. 아마 설즘 EBS방송 이었을거예요.
'우리의 세계사 교과서는 유럽과 미국의 역사교과서가 다루어 온 것들을 그대로 옮겨왔고, 광활한 제3세계의 역사를 읊는데는 인색하다.' 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했습니다. 점찍어 두었던 책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가 참고되기도 했구요.


그리고 이 주에 아이들을 위한 아프리카 책을 한 권 만납니다. <사라져 가는 세계 부족문화 아프리카>.
이 책이 아프리카를 보는 방식은 유물, 혹은 토속품을 통해섭니다. 책의 한 쪽 면은 아프리카인들이 사용했던 물건의 사진도면으로 되어있고, 다른 한 쪽은 그 유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담은 '귀중한 유산 이야기'와 지역의 풍습, 역사등을 간단히 서술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하고, 마침 그 방송을 본 직후이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없는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은?'이란 최후의 질문에 적당한 답이 되기도 했습니다.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고 인도양과 인접한 아프리카의 연안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그곳의 자연만큼이나 다양하고 찬란한 문화를 지닌 여러 부족을 만나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부족, 시골에 사는 부족, 유랑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은 각자 고유한 문화가 담긴 형태와 재료로 물건을 만들어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것에 인간을 창조하며 조상의 영혼을 항상 살아 있게 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정성껏 만드는 물건에 그러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지요. 이곳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양탄자, 가구, 장신구, 도기에 새겨진 무늬를 보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종교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답니다. -<사라져 가는 세계 부족문화 아프리카>에서

잊혀져가는 부족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굳이 우리 조상의 유물이 아니라해도 인간의 가장 아득한 시원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현대의 기성품 의복이나 전자제품, 생활용품과는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그 물건들은 그야말로 영혼이 깃든 예술품에 가까웠죠. 손으로 깎고, 잇고, 색칠하고, 끼워서 만들어진 멋스러운 수공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물건의 상품적 가치가 아닌, 쓸모와 바램과 웃음을 담아 물건 고유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만듭니다.
 
소박하고 간소한 삶을 사는 그들이 꿈꾸는 화려함은 또한 의외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3D영상을 보지 않고도, 최첨단 도시에 살지 않아도 상상력은 오히려 더 큰 날개를 펼치리란 사실을 단박에 믿을 수 있었습니다. 피카소가 아프리카의 가면이나 이집트의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작품을 탄생시킨 경위도 충분히 짐작되었구요.
 






'단봉낙타 안장' 하나로 사막과 젖과 고기, 가죽과 털, 쓰임과 꾸밈을 상상해보는 일은 분명 즐거운 것이었습니다. '곡식창고를 보호하는 문'에 새겨진 벌거벗은 남녀의 조각상으로 계급사회의 조각가의 위상, 그들의 신화, 곡식의 중요성을 살펴보는 일도 의미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지금보다 비중있게 다루는 일은 역사 교과서가 떠안아야될 숙제이겠지만 생소한 유물들을 통해 우리와 그들을 잇는 살가움을 맛보는 일이야말로 참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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