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는 비밀 17가지
E. L. 코닉스버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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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네요. 아이를 재우고 듀오백 의자에 앉아 부팅을 기다리고, E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면 웹세계로 진입하는 포털 창이 뜹니다. 서울과 인천, 다시 서울, 그리고 대전을 경유해서 딱 한 주만에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지난 주에 읽고 미처 포스팅 하지 못한 책들이, 개키지 않은 빨래 옆에 쌓여 있습니다. 이 아줌마는 아무래도 아이 옷의 얼룩보다 정리되지 못한 책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          

<스타가 되는 비밀 17가지>에 대해 떠들고 싶어 안달이 나놓고도 어찌 태연한 척 일주일 씩이나 밖을 쏘다녔나 싶습니다. 허구의 세계가 저를 더 흥분시킨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해야겠습니다. 제겐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남편과, 인생의 쓴 맛과 함께 담배를 빼어물 수 없는 아이와, 벚꽃과 날씨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옆집 언니가 있습니다. 지금은 죽었지만 '스타가 되는 비밀'에 대해선 일갈해줄 수 있는 내쇠적인 배우 '탈룰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바로 블로그의 글쓰기 창 뿐입니다.

탈룰라라면 제게 무슨 조언을 해줄까요. 

"그건 고독이야.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건 인간 뿐이고, 고독을 물리치치 않아야 하는 게 배우야. 스타가 되고 싶은게 맞다면 지금 그 냄새를 기억해. 그렇지만 사람들 앞에선 널 꼬치꼬치 드러내면 안돼."

"너무 길게 이야기하지 마라. 훌륭한 설명이란 수영복 같아야 하는 거야. 수영복은 최소한의 크기로 모든 것을 드러내지."

후자가 진짜 탈룰라의 이야깁니다.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쓰기 시작하면서 알게됩니다. '스타가 되는 17가지 비밀'의 '스타'대신 그 무엇을 우겨넣어도 통찰력을 줄만한 시적 비법들이 이 소설의 가능성이군요. 긴장됩니다. 아슬아슬 치부만 가리고 이 소설이 준 감동에 대해 쓴다는 게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 글쓰기 창은 무대입니다. 세상은 제게 '아줌마'란 직책을 주었지만 저는 배우(연필 한다스)이길 자청했습니다.

"무대 안쪽에서 보면 왼쪽이 오른쪽이다. 무대 안쪽이 뒤쪽이고, 무대 아래가 앞쪽이다. 극장의 무대는 거울에 비치는 세상과 같아."

거울만큼 분명한 것도 없지만 거울만큼 거짓으로 위장된 것도 없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은 내면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블로그라는 무대는 스스로에 의해 검열된 모습만을 비춥니다. 탈룰라가 일깨웁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너희들은 지금 배우라는 거야.

저는 이 블로그의 마법을 현실로 믿습니다. 그래야 진짜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연극 연습이 심장, 폐, 그리고 평소 쓰이지 않는 신체기관을 튼튼하게 만든다면 블로그의 글쓰기 연습은 청소기를 돌리거나 반찬을 만드는데는 쓰이지 않는 지적 영감을 단련시킵니다. 기껏해야 책이라는 통로가 필요한 의존적 과정이지만 자음과 모음을 분해하고 밑 줄을 옮겨 적고 주석을 다는 일이 적어도 자동기술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 저를 위로합니다. 오늘 모니터 앞에 엄정히 책을 두고 앉아서 무슨 말을 하게 될 지 일부러 재단하지 않습니다. 그건 '아줌마'에게 허용되지 않는 '연필한다스'의 스릴입니다. 얼마나 영악하게 훌륭한 연기를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또 다시 탈룰라는 뒤통수를 칩니다.

"나는 사람들이 왜 스타가 되려고 애쓰는지 모르겠어. 스타가 된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보이려고 그렇게 애쓰면서 말이야."

제게는 답이 있습니다. 애초 스타가 되려는 게 아니라 '똑같이'되려고 시작한 일입니다. 탈룰라도 맞습니다. 특별해 진다는 건 외로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똑같이 보일 수 있다면 특별함은 더욱 빛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떻게 읽으실 건가요. 

지금껏 아줌마와 연필한다스를 분리하기 바빴지만 모두 제 삶의 일부분이라는 건 당연하겠지요. 말콤과 진마리가 탈룰라의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투명인간으로 공간이동을 했다해도 '보이지 않는 것'도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스타가 되는 비법, 즉 여왕석으로 상징되는 남은 하나는 무엇일까요. '답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같은 어처구니 없는 교훈이라도 탙룰라가 던진 말이라면 흔쾌히 수락할 생각입니다. 

'이만큼 했으면 됐잖아?'라고 또 다시 7개 째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 각자의 영역으로 연기처럼 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스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준비 입니다. <스타가 되는 비밀 17가지>. 책을 덮었을 때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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