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1
게일 실버 지음, 문태준 옮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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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흔히 다혈질로 분류되는 인간에게 화는 일단 내고 보는 게 상책입니다. 트라우마로, 혹은 가족내력으로 감정표현이 서툰 어떤 사람은 화를 감추고 있다가 홧병을 만들거나 목젖까지 쌓아놓고 폭팔시킵니다. 이론가라면 조근조근 상대를 채근합니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넘치는, 감정이입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성급히 화낸 걸 사과할 지도 모릅니다.
 
어떤 육아서들은 말합니다. 엄마육아의 큰 헛점이 '화'라고. 도를 닦으란 말입니까. 한 발 물러서서, 화 안내고 살 수 있겠습니까. 

좀처럼 무슨 일에도 화가 나지 않을 때의 무력감은 '화'가 삶의 에너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세상만사 별 흥미 없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와 애정을 동일시 할 수야 없는 노릇. 겉잡을 수 없는 불길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면 그것만큼 해로운 것도 없겠지요. 


<화가 났어요>의 얀처럼 다짐합니다. "이제 사람들에게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화가 말합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어. 내가 도와줄게."
여느 친구처럼 "네가 화가 날 때면 언제든지 나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어." 얀의 화는 정답습니다. 

'날 화나게 하는'이라는 말엔 화가 밖으로부터 들어와서 나를 괴롭힌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얀의 화가 바라는데로 '관심'을 가져주면 그것이 어디로부터 솟아나는 지는 분명해 집니다. 화란 내쳐야할 무엇이 아니라 성의껏 살피고 보듬어야할 '내 것'이란 메시지를 전합니다.

<내 맘대로 안되는 딸 당당한 리더로 키우는 법>에서는 화가 났을 때 머릿속으로 똑똑히 생각하면서 셋을 세라고 말합니다. 얀의 화는 얀과 함께 춤을 추고 지구를 드럼인양 두 손으로 방바닥을 쾅쾅칩니다. 그리고 지쳤을 때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내 맘대로~>에서는 <화를 내자>란 책의 이런 말도 전합니다.

"당신의 분노는 사람을 상처주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기억해 두자. 당신의 화는 당신 자신을, 그리고 세계를 더 낫게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화를 부정했을 때의 부작용을 자주 경험합니다. 뒤늦게 어떤 식으로든 표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천한 경험으로 되새겨봅니다. 끊임없는 부부싸움의 주인공들이 비난과 비판으로 일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를 어떤 식으로 부정하고 은폐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비난은 화가 지닌 위선입니다. 비난과 비판에는 방어가 뒤따릅니다. 내 말이 모두 옳아도 상대의 마음은 이미 닫혀 있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법을 선전하는 책들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화법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라는 것입니다. '아. 우리OO가 화가 났구나' 하지만 제게는 이것 또한 부모가 우의에 있다는 암시 같아서 거꾸로 제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서영이가 그래서 엄마는 속상해. 화가 나려고 해. 기분이 안 좋아. 좋은 방법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단 화가 나면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거기까지는 다다르지도 못할 만큼 화가 났다면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라고 자각 합니다. 얀의 화만큼 다정하진 못해도 '화'와 '나'를 분리하는 것만으로 숨통이 트입니다. 여전히 저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화 내지 않는 상냥한 엄마는 진즉에 포기하고 맙니다. 아이와 어서 <화가 났어요>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네 방으로 가서 너의 화와 함께 앉아 있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네가 차분해져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때 가도록 하마."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을 많이 읽어주고 싶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도 나의 화를 만났었단다."
"정말이에요? 블록 쌓기 때문이었나요?"
"아니란다." 할아버지가 웃었어요. "그때는 블록은 없었고, 백합이 가득 핀 연못과 개구리과 절대로 질 것 같지 않은 태양이 있었단다. 이리 오렴. 저녁을 먹자. 그러고 나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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