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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탄생 - 천재성을 폭발시키는 강력한 힘
베르너 지퍼 지음, 송경은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천재성을 폭발시키는 강력한 힘' 대체 뭐가 천재성보다 앞선다는 걸까? 천재, 재능, 타고난 소질, 뭐 이런 것들이 우리를 기죽인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천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끝없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재능의 탄생>에 인용된 <천재를 말하다>의 첫 문장
맞다. 근접할 수 없기에 질투도 흉내도 무의미 했다. 남의 일이였다.
<재능의 탄생>. 결국 또 노력, '죽도록 노력 하면 안될게 없다'는 투의 얄팍한 선동이겠지. 읽기도 전에 조소를 띄운다. 그러나 읽고 싶었다. '천재의 호기심과 몰입도 타고난 재능아냐' 라는 내 안에 만연하는 비관을 거울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혹시 모른다.(아주 적은 확률이겠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이 아니라 다르다는 선입견일지도.
목표는 분명했다. 이런 생각을 뒤집지 않는다면 이 책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결국 책의 말미에서 이 단락을 찾았다.
타고난 재능에 의미를 두는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질이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보통사람보다 그 분야를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연습을 더 자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그 때문에 더 많은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릭슨 교수에 따르면 "초보자는 목표가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다. 이런 연습이 실력자로 이끄는 길이다. 훈련이야말로 능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에릭슨 교수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 분야 연구에 쏟아부어 이런 결론을 내린 사람이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한 삶의 능력은 꾸준한 훈련에 제한을 받지 결코 신체 크기나 눈동자 색, 얼굴 생김새 따위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릭슨 교수는 천재나 재능, 소질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기로 했고, 그와 관련된 연구도 하지 않는단다. 이런 낱말의 개념이 너무 공허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연구하기에 애매모호하단다. (구구절절이 옳은 것 같다) 한마디로 <재능의 탄생>은 재능이 아닌 초심, 즉 호기심을 믿게 해준다.
수많은 과학적 검증과 사례분석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이유를 100가지는 댈 수있는 학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은 육감으로 느껴진다. 뭐가 맞냐는 학자들의 고전적 물음보다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이냐'라는 이기적 접근을 더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지, 학습되는 것인지의 두 가지 중 어느 관점에 있느냐에 따라 학습 경로가 달라진다."
-책에 인용된 음악예술학교의 교육심리학자 마리아 스파이치거의 말
즉 운명이 자기 손에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고전적 명구의 학구적 표현이다. 그렇다고 말만 바꾸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대게 이런 중대한(내게?) 말은 함부로 나오지 않는다.
<기하학>을 이해하기 위해 한 페이지를 겨우 읽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했던 아이작 뉴턴의 일화는 유명하다. 뉴턴이 이룩한 공을 빛나게 하는 에피소드로만 보고 왜 뉴턴의 피나는 노력에는 주목하지 않았을까. 출중한 운동선수나 음악가들이 상당한 연습벌레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왜 믿지도 않는 신이 선사한 재능만 바라봤던 걸까. 아마 현실을 체념하기에 포기보다 쉬운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재능의 탄생>의 기나긴 레이스로 천재들의 헌신적인, 집중적인 노력에 눈을 돌리고, 재능보다 환경이나 문화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들을 만나면서 불신에서 긍정쪽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이제 얕은 확신에 무릎 꿇고 순진한 어린양이 되는 것도 손해볼 게 없다 싶다. 이 책이 일부러 나같은 독자들의 엉덩이를 두드리기위해 태어난 것 같진 않지만 대단한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또한 훌륭히 반성했다.
훈련
재능과 노력의 이분법에도 공통분모가 있었는데 그건 '훈련'이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훈련이 아닌 '계획된 훈련'이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도의 집중력과 친구나 주변 사람없이 혼자서도 이 과정을 묵묵히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약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연습하는게 훈련의 포인트다. 이런 이론이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래의 구절은 마음을 흔든다.
연습자체에서 근원적인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렵게 생각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깨달을 때 진정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에 비판적인 시선으로 집중적인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특정한 수준에서 실력이 멈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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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꾸어 학습경로를 틀어봐야겠다는 사뭇 진지한 다짐을 위해 아래의 말을 믿어볼 작정이다.
유전적 소질은 한 사람의 내부에서 저절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분야를 정복하려는 동기부여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 발휘하는 것이다. 유전자는 능력있는 사람 편이 아니라 의지 있는 사람 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