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쓰는 글쓰기 - 명로진의 인디라이터 시즌 2
명로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책을 보면서 낄낄댔습니다. 블로그에 아얘 딴 살림을 차린 제게 작법 책은 교과서만큼 진지하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오규원의 <현대 시작법>도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도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도 <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도 유익한 참고서였지만 당장 손가락 관절에 펜을 쥐어 줄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문청시절 읽었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개중 가장 뼛속을 후볐던 기억이 납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아직 읽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내 책 쓰는 글쓰기>만의 특별 것저리는 어디에도 없을것입니다.  

마치 달리기 주자가 출발선에서 신호총 소리를 들은 자동반사적 시점 같았다고나 할까요. 저는 들썩거렸습니다. 제게 뛰쳐나가지 않고는 못베길 만큼 시공간의 정적을 깨는 단발이었습니다. <내 책 쓰는 글쓰기>의 비법들은 모두 살을 부데끼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종이와 펜, 모니터와 자판 사이 보다 밀착된. 폼도 없고 겸손도 없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걸(그게 모든 비법은 아닐지라도) 전수하겠다는 봉사정신이 심금을 울립니다. (이 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사이긴 해도)


인디라이터


여기에는 있지만 다른 책에는 없는 것 중 하나는, 쓰기부터 출판 후 A/S까지의 과정을 시원스럽게 내다볼 수 있다는 거죠. 저자가 살사책을 완성하기 위해 살사의 고향 쿠바에 다녀와서 적잖이 딴지거는 인물에게 '쿠바에선 그렇게 안추거든?'이라고 했던 말이 '내 책에는 다른 책에 없는 뭔가가 있거든?'이라고 들립니다.  

예문도 많고 반면교사도 있고 책을 내본 사람의 충고와 가르쳐본 사람의 경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책에는 없는(100% 확신할 순 없지만) 날개 프로필 쓰기, 기획안 돌리기, 출판사와 컨텍하기, 가장 중요한 '인디 라이터', 즉 상업적인 글쓰기에 대한 독려가 있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대우받는 시대가 갔다는 통찰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여태껏 외면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 여전히 작가들의 고루한 사색을, 난해한 요구를 기꺼이 감내하는 편입니다. 베스트셀러같은 최전방은 아닐지라도 지독한 고통의 허기로 불러들이는 극단적인, 혹은 비현실적인 세계가, 보존되어야 할 유물이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등단문인 신춘문예로 당선된 소설가들의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이라해도, 오히려 그런 이유로 더더욱 문학에의 애착은 강해져만 갑니다. 말하자면 저는 난생처음 '인디라이터'의 세계에 눈을 돌렸습니다. 지지부진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나 손보면서 재능없음을 한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정말 멋지게 한 방 먹이고 있는 것입니다.   


작법이 작법


<내 책 쓰는 글쓰기>. 사실 이 책 한 권이 스스로의 이론들을 집약한 표본입니다. 

모욕과 치욕의 순간을 글로써라. 입사원서 접수만 100번 했다고? 265번을 채워라 그리고 <365일 만에 취업 성공하기>로 책을 내라.

저자는 책에 자신의 모욕과 치욕의 순간을 빼놓지 않습니다. 배우 섭외도 끊기고, 책이 무슨 소용이랴 모두 내 던지고, 머릿속의 먹물을 빼버렸던 어떤 시절이 사이 읽기에 끼어있지만 이론대로 결코 빠지면 안됩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시련을 기대합니다.  설교대신 드라마를 원합니다.

돈을 내고 살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시장에서 선택되지 않는다. 

이 책은 안마부터 시작되는 별의 별 서비스로도 모자라 집까지 모셔다줍니다. 다시 11번 장미!를 찾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대출받아 의료기계를 잔뜩 장만한 의사가 문을 열고 들오는 첫 환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 준비가 됐는가?

이 비유는 의사의 소명과 밥벌이가 글쓰기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방송국의 김탁환이 작가지망생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작가는 혼자 밥 먹을 줄 알아야 한다"였습니다. 저자는 인디라이터는 고독을 인정해야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두툼한 살을 붙입니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인용하며 우리는 '흥미로운 예시도 없이 주장부터 한다. 에피소드도 없이 원론부터 말한다'에 대한 적절한 예가 됩니다. 

'한 장의 원고지를 메우는 작가의 피를 토하는 고통'은 시인이나 소설가의 몫이다. 인이라이터는 '글을 쓰는 동안 자유롭고 글쓰기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쓰기가 지겹거나 어렵가고 느낀다면? 쓰지 않으면 된다. 

저자의 문장들은 (가벼운게 아니라)가뿐합니다. 힘이 안들어 갑니다. 어떤 춤 강사의 말처럼 '춤출 때 근육을 쓰지마라'는 것을 글로 보여줍니다.

프로필 쓰기의 핵심은 '드러내기'다

그의 프로필을 봅니다. 16개의 책이 드러났습니다. 다른 책도 팔릴 것입니다. 저자는 기자의 발과 마감의 유전자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쓰든 '정보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쓰려고 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해석은 이미지를 통해 전달된다.

결국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명로진은 이 책으로 글쓰기에 대한 그만의 해석법을 정리했습니다. '설명하든 묘사하든 재미있게 써라'가 그 중 하납니다. 하위 오락문화로 여겨진 '게임을 벤치마킹하라'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삼천포로 빠져라도 그렇습니다.  

물론 알고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은 배고프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 배고픈 것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런 관문을 버틸만 하겠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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