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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불우한 모델, 연예인 빰치는 스타일리스트, 음악평론을 겸하는 세련된 소설가, 귀엽지만 우울한 네일아티스트.가 벌이는
사각관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음모.
질투 혹은 질투를 흉내내는 게임.
흉터와 내면의 상처와의 상관관계.
어린 영혼이 받은 상처에 대한 자기 파괴, 보복심리.
헌신적이고 순정한 마음의 승리.
사랑을 잃는 자와 사랑은 얻는 자의 법칙.
제목도 격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적당이 자극적이게, 적절히 긴장감있게, 알맞게 감각적으로 펼쳐지는, 통속 소설의 모든 공식을 담은 <키스키스 뱅뱅>. 대단한 울림은 없지만 두 시간의 전율로는 충분한. 똑같은 이야기 책을 매일밤 읽어달라는 아이처럼, 똑같은 사랑 이야기를 100가지 버전으로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 철저히 세속적일 수 밖에 없는 내 안의 통속을 발견하면서, 과감히 덮지 못했음을 두 시간 후 후회하게 된다.
후회할 건 뭐람. 원나잇 스탠드가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상처를 내는' 그들처럼 하룻 밤 짜릿하면 그만일 것을. 소설에 대한 검열이 느슨해 졌음을 원망할 건 뭐람. 진지한 사유를 탐험하는 일만이 전부도 아니면서.
어쨌든 읽어버린 <키스키스 뱅뱅>
모텔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모텔처럼 살다가 없어지고 싶다.
시작부터 끝이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절망과 타락 같은 건, 이상하게도 당기는 데가 있다.
여자가 맨손으로 얼음을 집어 내 위스키잔에 넣어주었을 때 오늘 밤 잘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이런 작업 노하우가 얼마나 입맛을 다시게 하던지. 연애질은 일단락 지은 아줌마가 됬다는 극명한 증거인가.
'모든게 조악했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붐빈다는' 모델지망생이 일하는 바처럼 모든게 뻔했지만 뻔한 불구경이 가장 재밌는 이유일까.
겨울까지 되는데로 살다가 갑자기 모두 착해지는 병에 전염된 것처럼 좋은 생각을 하고, 참된 다짐을 하고, 손을 잡는 봄이 싫다는 주인공의 시선은, 잔뜩 비뚤어지거나 대체적으로 유치한 것들이었지만 왠지 언젠가 그랬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여자의 몸도 결국엔 똑같다는 골골한 허무주의에 빠진 이 늙은 애를 어디선가 본듯한 기분이 든다.
지루하지 않기 위해선 난 살인이라도 할거야
라는 여자의 대사도 웃음이 날 지경이었지만 심각하게 읽어준다. 그녀에게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파멸의 동작이자 동물적인 배설이라니 그럴 수 밖에.
더 이상의 감흥을 적는 일은 양심적으로 그만둬야겠다. 원나잇 스탠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건 더 볼성사나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