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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 - 문자도 ㅣ 우리 문화 그림책 15
박연철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가가 극명히 나뉠 만한 책.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 했을까>
詩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떠올리는 제목이다. 피노키오와 엄펑소니? 재미있게 읽기 위해선 엄펑소니에 대한 궁금증을 일단 덮어두기로 한다. 형태는 병풍책. 내용은 옛날 이야기. 구성은 액자.
히치콕 할아버지의 내기와 함께 시작된 여덟가지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로 감이 온다.
'이렇게 부모가 먹고 싶어 병이 나든 말든 자기 배만 채우는 착한 마음을 효(孝)라고 해.'
두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결말을 맺는다.
'이렇게 형제가 두들겨 맞든 말든 모르는 척하는 착한 마음을 제(悌)라고 해.'
효, 제가 나왔으니 아마 충이나 신이 나올 것이다. 정확히 읊을 순 없었지만 익히 들어왔던 '효제충신예의염치'이 분명하다.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를 적고 그림을 그려 집 안에 걸어두고 병풍으로 세워 두었던 민화 문자도를 패러디? 병풍이나 옛 이야기에 대한 의문은 풀렸다. 반어로 강조하고, 거짓말 잘하는 피노키오를 앞세운다. 히치콕은 서스펜스의 거장. 이쯤에서 다시 물어야 한다.
'왜 피노키오는 엄펑소니를 꿀꺽 했을까?'
요 해답을 풀어야 히치콕과 엄펑소니가 퍼즐처럼 들어맞을 것이다. 싱겁게도 엄펑소니는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짓'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히치콕이나 엄펑소니라로 그저 익살을 떨었음이 드러난다. 살짝 비틀고, 분위기 좀 띄워서 그럴듯한 잡식 책이 탄생한다.
역시 이런 책은 하나하나 떼어놓고보면 가치가 실추되는 경향이 있다. 해부의 칼날은 잠시 밀어두고 전반적인 책의 느낌을 일축해보면 Good 이었다. 아이에게도 충분히 보여주고 싶을 만큼. 꼭 효제충신을 가르치지 않아도, 그림과 형식만 선보인다고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그림은 이왕이면 다양하게,를 외치는 엄마에게 정형화 되지 않은 그림은, 보는 즐거움 말고도 생각하고 살피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명화에 갖다 붙인 키치적 감성이나, 풍속도와 서양의 스케치가 만난 이질감, 민화의 글씨를 고풍스럽게 재현 한 점 등이 좀처럼 아이들 책에서 만날 수 없는 보물처럼 다가온다.
책이 꼭 정갈하게 주제를 향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아이가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