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독일민담 - 새롭게 풀어보는 상징과 은유의 세계
이혜정 지음 / 뮤진트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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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결혼은 지금처럼 화려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으며, 결혼의 최초의 형태는 약탈 그 자체였다. 기아와 공포에 시달리던 원시 종족들에게 여자아이는 단지 식량을 축내는 존재로만 여겨져 첫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부족 내에는 현저한 성비의 불균형이 초래되었으며, 이로 인해 타 부족의 여인을 약탈해오는 '약탈혼'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이와는 다르게 남성적인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약탈혼이 발생했다는 설도 있다. -<그림형제 독일민담>에서

'민담'에 민담 얘기는 빼고 왠 시대고발인가 한다면, 민담을 이해하기에-그게 아무리 그림형제의 솜씨라도- 없어서는 안될 해설이 이 책에서 더욱 빛났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개구리 왕자'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개구리 왕 또는 충직한 하인리히'부터 시작되는 민담들은 우리가 들었던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공주는 개구리를 침소에 들일만큼 순진하지 않았고, 거짓말도 곧잘 했으며, 개구리를 기어이 바닥에 던져버리는 폭력도 서슴치 않았다. 어쩐일인지 내팽게쳐진 개구리는 우리가 원래 알던대로 늠름하고 잘생긴 왕자로 변했으며 '공주만이 마법을 풀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대로 전해지는 전형적인 마법담이나, 착한 일로 복을 받는 귀결과는 다른 양상이다. 거짓말도 잘하고 착하지도 않은 공주가 홧김에 저지른 행위로도 응당 복된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은 참으로 '비교육'적이기에, 여러번 윤색되고 에로틱한(정말 궁금하다) 부분은 삭제되었다고 한다. 이런 조취에 한 쪽은 원형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가하고, 다른 한 쪽은 가당치 않은 행위에 대한 불합리성을 들이댄다. 

하지만 저자 이혜정은 결혼상대의 흉측성을 감안할 때 공주의 행위는 현실적이고도 당당한 항거였다고 본다. 그러면서 위의 시대적 배경을 풀어놓는다. 민담을 둘러싼 정말 즐거운 소동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저자의 해설은, 상대방의 폭력을 방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방을 철저히 파괴시키는 '함께 살던 고양이와 쥐'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어린이들이 부모가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고운 생각만 하지는 않으며, 파괴나 살인, 심지어는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충동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어린이들은 자신을 혐오하면서 자신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의 이야기들을 어린이들이 접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정체 모를 자기 파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적인 공격성을 점차 해소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양육쇼크>를 통해 '폭력적인 영상이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보고를 보고 난 후 다시금 찾아온 논쟁이다. 이야기나 영상의 폭력성이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이로울지는 모르겠지만, '화'나 '미움' '욕망'의 감정들을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건 확실하다. 지우려고 하면 더욱 각인될 수도 있는게 바로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완전한 통제 속에 곱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의 냉혈한 도덕성에 당황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교훈적인 그림동화 말고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많다. 도정되지 않은 곡식처럼 까칠한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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