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인물통찰 - 폄하와 찬사로 뒤바뀐 18인의 두 얼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대제국을 경영하기 위해 대對중국 조공을 통해 고구려 경제를 지킨 장수태왕의 사례는, 다른 역대 왕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고대 한국의 왕들이 중국에 조공을 했다는 사실관계를 접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한국은 자주성이 없는 나약한 나라'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실을 접할 때, 다른 왕들도 장수태왕처럼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조공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사 인물통찰/김종성/역사의 아침/2010.2

 
저자는 이런 예를 든다. 사춘기의 아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 숙이는 아버지가 실망스러웠더라도 세월이 좀 흘러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한다면 아버지를 더욱 존경하게 될것이라고.

역사 수업이나, 역사 교과서가 선택적으로 제공하는(더 크게는 국가가 제공하는 조국의 역사) 정보를 순진하게 따를 만한 충정은없으므로 '장수태왕이 고구려의 위력을 만천하에 떨친 군주는 아니었고, 중국에 바친 조공이 일년에 1.6회가 넘었다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또 저자의 비유가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역사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므로 장수태왕, 강감찬, 이성계, 연산군, 이황 등의 역사적 위인들에 대한 대단한 폭로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일테면 한 쪽으로 치우친 시소 게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정당한 역사놀이의 시도로 보면된다. 영광스런 역사의 순간에 한치의 흠도 남기지 않으려는 국사교과서나 백과사전 상의 예우적 정보만으로 우리의 역사를 판단해 왔다는 사실을 조금 억울하게 여겨야 할 때이기도 하고, 이제 알 건 알아야 한다는 단호함이기도 하다. 

찬란한 고구려 번성기에도 조공을 바치고 사대를 해야했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예상만큼 버겁진 않았다. 오히려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사실들을 왜 진즉 가르치고 알려주지 않았는지가 의아할 뿐이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이 열강에게 전혀 좌지우지 되지 않는 완전한 주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따르는데 하물며 그 옛날 이야기에 자존심 상할 일이 남았을까. 

강감찬이라는 무인을 활용하여 국민의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국부통치의 정당성을 주지시키려했던 박정희 정권의 '역사 만들기'작업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모두 헛소리다'라는 헨리 포드의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역사가 승리자에 의해 기록된다는 암묵에 수긍하지 않더라도, 과거를 바라보는 눈이 왜곡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사로도 경험할 수 있다. 

오로지 일방적인 찬사나 폄하만으로 도배되었던 고정불변의 한국사는 매번 흔들리면서도 교육적 목적아래 정지해버렸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역사적 안목를 좁히는 불건전한 일이다. 한국역사 속 대표적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은, 두얼굴이 아닌 반쪽 찾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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