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성석제가 웃었다. 그래서 봤습니다. 성석제가 어디서 웃었을까, 긍금했습니다. 저는 성석제의 눙치는 유머를 좋아합니다. 
'마이크로 결사대'는 확실히 웃겼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 관장되지 않은 변을 뚫다가 회충을 만나고 방귀를 유도하려고 장 벽을 문지르는 일간의 행위가 더럽게 웃겼습니다.   




외과의사들의 체내 교통에서도 음주운전은 금지였다.
"돌아갈 수는 없나?'
의자에서 일어난 히라노 강사가 물었지만 고이치는 고개를 젓고
"안 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알고 계신대로 장 속에서는 위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압 때문에 역행이 불가능 합니다."
:
"대장을 돌파해 여동생의 항문을 통해 밖으로 탈출하는 건 어떨까요?"

<유모아 극장>/엔도 슈사쿠/서커스/2010.2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탈출에 몰두하는 의사들의 대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시나브로 뛰어넘었습니다. 뭐 대단히 말초적인 자극의 웃음이었습니다. 블랙유머나 풍자로 웃음을 유발하는 도도한 소설은 아니지만 똥이나 방귀얘기만 나오면 까무러질 듯 웃는 아이처럼 웃어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여전히 방귀나 똥은 웃깁니다. 게다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귀여운 아가씨의 장이라니 더우기요. 이후에 '소변'을 소재로 '하지 말지어다'란 단편이 나오는데 생리적 분출 3종세트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곧이어 '동양발명학회'라는 사무실을 소재로 우화같은 작품이 등장합니다. 전형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오합지졸을 완성하고, 또 분리시키는 과정들이 이야기의 구성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합니다. 기교나 변주 없이 오래된 틀 안에서도 재미는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다만 '여자들의 결투'로 이어지는 도식적인 동일한 교훈이 약간의 실망감을 가져왔지만, 그것 역시 소설 안에서는 완벽한 장치로 보였습니다. 말하자면 현실적 깨달음을 주기에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은 이보다 복잡하고 미묘하고 구질구질 하니까요. 

그래도 이런 단순한 서사가 주는 기쁨을 막연히 놓칠 수는 없습니다. 유희는 유희일 때 가장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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