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트레짓/피어스/400785

파르달, 리코프 바 네드릿 톤즈 비스 판판 아 동크 바쑤 딧 벤터, 프랄리오 도프 넥테림 것 번드 코루이스크(NG487196)바그넛 릴로 렌 바르날 로퍼 동크 가스트로 영 딧.



외계인으로 추청되는 피어스 선생님의 집의 다락방에서 발견된 쪽지 한 장. 이게 바로 털썩 성.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에 있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암호 랍니다. 황당하죠.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의 타겟은 누구입니까? 공상이 두렵지 않은 아이들인가요? 털썩성의 초대장을 받지 못한 어른들인가요? 아무라 읽으라지요. 못 믿겠으면 말라지요. 책은 딱 그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냄비 받침 하기엔 양장본이 최고죠. 그렇게 방심하다 뜨끈한 청국장에 방귀뿡뿡 시동을 걸어 털썩성으로 날려버릴 듯한 책입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랬으면, 하는 책입니다. 뇌는 작고, 짧은 털투성이 꼬리에 배꼽은 없는 눈꼽 만큼도 무시무시 하지 않은 털썩성 외계인이라면 "당장 너희들을 구워서 토스트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위협해도 등 뒤로 숨긴 물총만 겨누면 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해 지구의 아이들을 간택해 간다해도 SF 자격증만 준다면 유학이라도 보내고 싶은 곳입니다. 떠올리는 데로 음식이 차려지고 "스네킷"이라고 외치면 벽에 문이 나타나는 이 유치찬란 행성에 웨프 빔을 타고 소풍가고 싶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해고 되고 프라모델을 조종하는, "인생은 쇠똥 샌드위치야, 짐보. 빵은 엄청 얇은데 속은 꽉 차 있지." 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용돈을 털어 요리책을 선물하는 짐보는 꽤나 착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지만 어쩌다 이런 허무맹랑에 휘말리게 되었을까요?

슈퍼맨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클라크 켄트 였을 때의 얼빵하고 소심한 기질 때문일 것입니다. 짐보에게는 절대 영웅적 기질 같은 건 없지만  "물론 위험하지, 위험하지 않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라고 말하는 찰리라는 절친은 있습니다. 하지만 조셉캠벨이 말한 영웅의 궤적까지는 아니어도 머뭇거림, 도전에 대한 수줍음이 진정한 탐험의 통과의례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찰리의 용기는 순진한 호기심에 가까웠죠. 그래서 이 황당은 신화같은 무게가 있습니다. 

제가 너무 앞서 갔군요. 궁수자리까지 날아가지 않을 만한 현실이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에 있습니다. 전 늘 지금의 용기가 두려움이라는 터널을 통과한 것인지 되묻곤 합니다. 호기심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긴 하지만 그 반짝이는 별만 보고 살기엔 저는 너무 늙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상상력에 모조리 몸을 내 맡기지 못하고 현실로 끌어 당기고 맙니다. 짐보의 '성장 여정'에 당연히 촛점을 맞추는 제가 참 고루하긴 하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어른이든 어린이든 간에 저와 다른 가능성으로 즐거움을 얻길 바래봅니다. 실직 가장이 도전하는 꿈에, 하드코어 누나의 사랑스러움에, 찰리의 추진력과 기지에, 가정을 책임질 만한 두 엄마의 덤덤한 배포에, 털썩 성 외계인의 진화되지 않은 고뇌에, 철학을 뺀 유머 등등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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