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실패해도 거짓말처럼 찾아오는게 사랑이다. 대상이 바뀌어도 사랑의 감정이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인지도 모른다. 난 남자가 아닌 '아이'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사랑의 영역을 발견했다. 바로 실패하면 안되는 사랑이다. 세상에. 이런 중대한 프로젝트를 누구나 해내고 있다니 흠짓 놀랄 때가 있다. 저절로 큰다는 건 옛말이다. 공들이면서 공들이지 않은척 키워야하는게 요새 육아의 숙제다. 가끔 육아서를 집어들때마다 본의 아니게 채찍질 당하는 부모의 심정은 살얼음판같다. 육아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육아서들의 경우 지시를 어겼을 경우의 시뮬레이션을 해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질겁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어떤 부모가 쉽게 그런말을 흘려들을 수있으랴. 이런 종류의 충고를 담은 책을 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도 그런 것과는 거의 무관하게 또 마음을 가다듬는다. 도덕교과서를 땠다고 우리모두 도덕적인 인간은 아닌것처럼 말이다. <내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감정코치>는 이전에 읽었던 <부모와 아이사이>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보다 세부적인 행동지침들이 나온다. <부모와 아이사이>와<내아이..>는 사제지간이다. "감정은 다 받아주고 행동은 잘 고쳐주라" 책의 모토가 되는 이 말은 참 난해하다. 슬픔과 좌절을 겪고 어른이 된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런 감정이 이롭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행복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발랄해야하고 천진해야한다. '그만, 뚝!''울면 안되지''아니야''괜찮아' 모두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내뱉는 말이다. 또 울음으로 부모를 조종하려는 영악함이 생기면 그 싹을 자르려고 노력한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부모는 더욱 예민한 촉수로 아이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이 시간이 지나거나 부모의 말로 단순히 사라질거라고 계산한다면 후에 똑똑한 감성을 갖기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성되는 모든 감정을 존중하고 그 다음 아이의 행동에 규칙이나 제약을 정하라는 것이다. 화가난 아이가 물건을 집어던졌다고 하자.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다시 화가나서 '물건을 던지면 어떻하니?'라고 먼저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코치를 하는 부모는 '00가 화가 났구나. 왜 화가 났니''아 그래서 그랬구나'로 시작해 '아무리 화가나도 물건을 던지는 건 안되는거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게 참 해보니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부처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음을 어느정도 다스려야한다. 또 내 화도 억누르지 못한채로 어거지로 침착한 말을 꺼내자니 가식적인 엄마가 된것만같다. 책은 이럴 때는 '화'를 이용하라고도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비난하며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 안되겠지만, 엄마가 네 행동에 화가 나거나 속상하다는 사실을 인지시킬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던 또 한가지 부분은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다. '00가 슬프구나, 심심하구나, 놀랐구나'등 감정에 대한 짧은 코멘트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상태가 많이 진정된다고 한다. 뇌에서 단어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얻어지는 작용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형태가 없는 감정에 그림을 그려줌으로서 아이들이 안심 할 수있게 되는 건 아닐까. '신경성 두통입니다'라는 진단을 받고 '스트레스를 줄이세요'라는 처방전으로 두통의 두려움을 조금 없애는 것처럼. 저자는 1960년대 하임 기트너 박사가(부모와 아이사이의 저자) 다루지 않았던 상황들을 추가적으로 다룬다. 바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이혼률에 따른 아이들의 정서문제다. 부부갈등과 이혼으로부터 어떻게 자녀를 보호할 수있는지 현실적인 행동지침을 내려준다. 또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미치는 영향에대한 새로운 견해도 들을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