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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 플레이 - 게임기 없이, 컴퓨터 없이, 진짜 재미를 찾아서
바비 코너 지음, 이주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마땅한 놀이책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어요. '놀이책 따위가 뭐가 필요해. 부모가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인데.' 라는 건방진 생각을 한 게 불과 두 세달 전이었죠. 이제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는 부쩍 새로운 놀이를 요구하는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놀이라면(시장놀이, 병원놀이, 잡기놀이)여전히 무한반복을 꿈꾸는 만큼 놀이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었죠. 엄마는 이때쯤 아이에게 많은 놀이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픈 열망같은 걸 느꼈지만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즉석에서 놀이제안을 하곤 했지만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의욕을 조금 상실하는 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서 창의적인 조언자가 필요했죠.
<Unplugged Play 언플러그드 플레이>제목 한번 맘에 드네요. 플러그를 뽑고 놀자 이 말이죠? 요개 미국 책이니까 미국의 실정에 맞춰보면 아이들이 컴퓨터, TV, 게임기 등의 전자놀이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꼬집은 제목이네요. 우열을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지 않겠어요? TV가 없는 저희 집에도 하루에 한시간 즘 본격적으로 아이에게 컴퓨터 영상물을 보여준게 6개월이 넘었어요. 물론 엄마가 같이 보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편입니다만 어느 순간 아이가 손쉽게 빠져들더군요. 그래서 곧 안일한 마음이 생겼죠. 컴퓨터 앞에 앉혀놓고 청소나 집안일을 해보니 이게 좀 편하다 싶은게 아니네요. 편한 건 늘 경계하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에 놓여있었죠.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엄마의 그런 시간을 위해 아이들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놀이를 여러개(영아, 만1-2세의 경우 39개)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플러그를 꼽아야되는 놀이는 빼구요. 게다가 대부분의 놀이재료는 집안의 물건으로 채워집니다.
012 봉투 속에 공 굴려넣기
연령: 만1~2세 /분류: 혼자놀이 / 아이 수: 1명
재료: 종이봉투, 플라스틱 공이나 테니스 공
준비: 카펫이 깔려있지 않는 바닥에 아이를 앉혀놓는다. 종이봉투 입구를 완전히 열고 아이와 몇 미터 정도 떨어진 바닥 위에 눕혀 놓는다. (종이봉투가 열려 있도록 약간 늘려놓는다)아이옆에 웅크리고 앉아 공을 굴려 종이봉투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놀이법: 아이에게 놀이법을 보여주고 아이가 직접 공을 굴려 봉투 안으로 집어넣었다가 다시 봉투 안에서 공을 꺼내오도록 한다. 공을 굴려 목표를 맞추는 일이나 다시 공을 찾아오는 일이나 모두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놀이에 속해요. 조금 복잡한 것도 있고 보통 이 정도 난이도의 놀이들이 죽 나열되 있어요.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에 쉽게 구성되어있네요. 책은 영유아기 부터 초등학생(만6-10세)까지의 언플러그드 놀이를 가히 집대성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께가 보여주듯 놀이사전 수준이예요. 구성 순서는 혼자놀이 다음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놀이고, 그 다음이 친구들과 함께 놀기예요. 부모와 아이의 코너에 앞서서는 추천도서가 나열된 점도 좋네요. 책읽기가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여야함은 당연지사지요. 또 마지막 가족 게임의 밤 챕터에는 공원이나 부엌식탁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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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 플레이>는 당연히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됩니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주고(올라가기, 뜀뛰기, 달리기, 뛰어오르기, 던지기, 잡기) 이성을 넓혀주며(추리하기, 계산하기, 기억하기, 숫자세기, 해석하기) 창조성을 키워주고(발명하기, 집짓기, 말놀이, 농담, 이야기,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노래) 우정을 돈독이 해주는 경이로우면서도 전자식이 아니며 오랜 시간 검증을 마친 게임과 활동을 위해서 부모는 건강한 놀이를 격려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구요. 아이에게 맞춤자극을 줄 수 있는 건 그 어떤 선생님도 아닌 부모니까요.
저자인 바비 코너는 23년간 라디오 프로그램 '부모의 일기'를 진행해오면서 아동발달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은 한결같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배터리없이 즐기는 놀이를 일단 수백 가지 모으고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수집한 게임을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하나씩 차례대로 시험해보고 누락과 변형을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650여개의 놀이가 책에 담겨질 수 있었죠.
어릴수록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전자매체의 해악에 대해서는 더 열거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 번 전자매체에 노출된 아이들을 그곳에서 떼어놓기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을 줄이는 건 가능하겠죠. 물론 나머지 시간을 즐거운 놀이로 채워줄 부모의 부모다운 의무가 기다립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진정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할 사람과 자연 앞에 놓였을 때, 제한없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진짜 세상을 몸소 경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