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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ㅣ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칭찬에 대한 의심을 확인시켜 준 책, 영재 교육의 이면을 바라보게 한 책, 교육물에 대한 평가를 낮추게 한 책, 인종 교육에 대한 진실한 방법을 충고 한 책, 자상하기만 한 아빠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 외동에 대한 이유없는 불안감을 잠재운 책.
열거하자니 끝이 없네요. 유행을 탈 만한 제목이죠? <양육 쇼크>. 쇼크 앞에 뭐든 붙여서 지금껏의 통설을 뒤집는 생각들을 기획해볼 수도 있을만큼. 이 책이 통념에 도전하는 방법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신뢰할 만한 과학적인 실험과 연구의 결과입니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가설을 세우는 일에 역점을 두고 진행된 노고의 충실한 결과물 입니다.
책의 끝말에서도 밝히듯이 보편적인 전제를 철회했을 때 비로소 아이들에 관한 보물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어른들게게 효과가 있는 일이 아이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뒤집어보는 거죠. 어른들은 칭찬을 좋아하고 칭찬으로 일의 능률이나 성과가 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아이들도 그럴까요?
그렇지 않다는게 책의 답입니다. 과연 아이들을 위한 칭찬의 기술을 따로 익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력히 들더군요. 사실, 이런 의견은 다른 육아책에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결과'말고 '과정'을 칭찬하라. 하지만 생각만큼 실천이 어렵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방법이예요. 마음은 늘 그렇지만 '잘했어''대단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리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죠. 이번에도 확연이 달라질 자신은 없지만 논리적인 실험 결과가 오랫동안 귓전을 맴도네요.
책의 어조는 특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던 경험자나 교육자의 육아서에서 발견되는 당위보다는 명제, 증명, 증거, 결과, 등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열거될 뿐입니다. 충고를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부모는 스스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칭찬의 역효과, 잃어버린 시간, 형제 자매의 영향력 등 각 파트에 딸린 강력한 부제는 간혹 시적이기까지 할만큼 인상적입니다.
'프로이드는 틀렸다. 세익스피어가 옳았다. 형제자매가 싸우는 진짜 이유.' 어떤 상상이 드시나요? 흔히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위해 싸운다는 형제 자매의 관계도를 다시 그려보는 꼭지예요. 책은 세익스피어의 리어왕과 프로이트의 이론을 대조하죠.
어른들이 아이에게 원하는 초월적 특성들의 희망목록은 감사하는 마음, 정직, 동정심, 공정함 등일 거예요. 하지만 아이의 거짓말은 영리함과 사회적 재치의 징후이기도 하다는 점, 청소년기 정체성을 개발하기 위한 필수 덕목이라는 사실은 육아의 원칙을 고집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책이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이런 것들이 초월적 특성이 아닌 도덕적 갑옷에 불과할 지도 모르니까요.
육아의 환기는 꼭 필요합니다. 고정된 방식은 변해가는 아이들과의 충돌을 낳습니다. 육아에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책이 묻고 있는 이런 질문에 선뜻 답할 수가 없네요. '왜 열성적인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천사로 키워내지 못할까?'
그 열성에는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자하는 부모의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오락물대신 교육적인 프로를 보여주고, 각종 교육적 시도는 거의 유아 때부터 시작되고, 매년 영재테스트에 참가하고, 영어 유치원이나 특화 교육기관에 보내기 위해 애쓰고, 입시 때는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에만 매진하도록 만들고 있죠.
이 모든 교육적 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만큼 크리라고는 꿈도 못 꾸어왔습니다. 사회가, 자본주의가, 주위의 경험담이,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이들을 당연한듯 이끌어가고 있었죠. 무심코 적용하는 방침들이 실제로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들이 '작은 쇼크'를 주는 책입니다.